2024 강원도 동계청소년올림픽 조직위원회(아래 조직위)가 참가 선수들용으로 콘돔 3천 개를 확보한 것을 두고 보수 학부모단체가 조직위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우리나라를 포함, 78개국 14~18세 1802명이 참가하고 있다.
조직위는 콘돔 3천 개를 강릉원주대 선수촌과 하이원 선수촌(의무실)에 각각 분산해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 개개인에게 나눠준 것은 아니고 필요로 하는 선수들이 있으면 무료로 가져갈 수 있게 진열해 놓고 있다.
IOC가 콘돔을 나눠주는 이유는 원치않는 임신을 방지하고 안전한 성생활을 위한다는 것. IOC 방침에 따라 201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하계청소년올림픽, 2020 로잔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도 청소년 선수들에게 콘돔을 무료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 정신 훼손 행위" vs. "안전하게 건강 지키는 일"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보수 학부모 단체가 반발했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은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건강한 신체와 건전한 정신을 기르기 위한 장이 되어야 할 청소년올림픽에서 콘돔을 나누어주는 것이야말로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이런 일이 되풀이된다면 청소년올림픽은 폐지해야 한다"는 격앙된 입장을 보였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 소속 서울교육사랑학부모연합 이혜경 대표도 기자에게 "한국 부모들이 봤을때 자유로운 성관계를 너무 허용하는 것 아니냐는 면에서 한국 부모들의 정서와 배치가 된다"라며 "마치 주최측이 성관계를 장려하는 모양새에 불만이 있다.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개방적 성관계 장려와 우려스러운 관리는 다른 것"이라는 입장을 보내왔다.
다른 입장을 보이는 학부모단체도 있다.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아래 평학) 상임대표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IOC의 취지처럼 성인이나 청소년이나 모두가 안전한 성생활을 하고 위험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예방하자는 취지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박 상임대표는 "이건 청소년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자 청소년들의 건강하고 주체적인 성문화를 위한 교육과 홍보의 측면으로 바라봐야 한다. 콘돔을 비치한다고 이것이 성관계를 조장하는 것도 아니고, 안전한 성관계를 위한 교육의 과정이자 예방의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성교육 전문가 "위생 측면에서 배포, 전 세계적에서 그렇게 해"
성교육 전문가인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소장(세종대 겸임교수)은 기자와 한 통화에서 "통상 국제적인 행사에서 콘돔을 위생과 안전 측면에서 배포한다. 올림픽도 마찬가지고 전 세계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콘돔을 주면 안된다고 하면 외국에서는 좀 당황할수도 있겠다. 한국에 자녀를 보낸 외국의 학부모들 걱정과 우려도 무시해선 안된다"고 설명했다.
배 소장은 "콘돔을 비치하는건 혹시 모를 원치않는 임신과 성병 예방을 위해, 자신을 보호하는 입장으로 봐야 한다. 이걸 두고 성관계를 독려하고 있다고 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라며 "학부모들의 의견은 굉장히 다양하다. 학교에서 콘돔 교육을 할 때도 어떤 학부모는 성관계를 부추기는거냐 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분도 있다. 보수 학부모단체가 우리나라 모든 학부모 단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