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25일 국회 본회의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더라도 정의당의 '6석'을 지키기 위해서다. 같은 당 류호정 의원의 탈당 절차도 마무리됐다.
이은주 의원은 이날 본회의 신상발언에서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중도에 의원직을 그만두게 되어 저와 정의당을 지지하고 성원해주신 시민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서울교통공사 노조 정책실장 신분으로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 운동을 한 일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에 상고했다. 국회에선 당내 경선 관련 법 개정 논의도 진행 중이다.
이 의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당에 조금이라도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판단에 따라 의원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마무리짓지 못한 '일하는사람기본법', 대통령 거부권으로 좌절된 '노란봉투법', 더 촘촘하게 보완해야 하는 '중대재해법', 비례성과 대표성을 보장하는 선거제도 개혁 등 저에게 주어진 정치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멈추는 것이 못내 안타깝고 죄송할 따름"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이은주'라는 제 이름 석자는 잊혀도 괜찮다"며 "하지만 국회가 꼭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있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죽지 않고 일할 권리의 또 다른 이름 김용균, 손배가압류의 고통 속에 목숨을 잃었던 김주익, 쌍용차 서른 셋 노동자들과 망루에, 철탑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름 없는 투명인간들, 17개월째 체불임금의 고통 속에서 또 다시 설을 맞아야 하는 대유위니아 노동자와 가족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들의 손을 잡아 달라"고 호소했다.
약자 위한 정치 호소... "저는 잊어도, 이들은 기억해달라"
이 의원은 또 "시민의 정치적 대표 기관인 국회도 더 이상 혐오와 적대의 진영대결 전장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 조정과 타협의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정치의 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입법자로서 이은주의 노동정치는 잠시 멈추지만, 노동약자들이 있는 현장에서, 평범한 시민들의 삶터에서 변함없이 변화의 정치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또 "지난 의정활동 과정에서 저로 인해 혹여라도 상처받은 분이 계시다면 너그러운 용서와 양해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국회법에 따라 이은주 의원의 국회의원 사퇴에 관한 투표가 264표 중 가 179표, 부 76표, 기권 9표로 가결된 직후,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소통관에 섰다. 그는 "이은주 의원 재판은 악의적이고 계획적으로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 관한 입법 불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현행 공직선거법은 지역구와 달리 예비후보 등록이 불가능한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꾸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현재 헌법소원심판 청구사건도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라며 "국회도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해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법률적 조건과 함께 해결하지 못한 당의 역량으로 인해 의원직 사퇴라는 선택을 하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며 "유사한 상황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관련 법 조항의 즉시 개정을 촉구한다"고 했다.
한편 '새로운선택' 합류를 선언했던 류호정 의원은 전날 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정의당이 25일 처리를 완료하면서 류 의원은 이제 '전 의원'이 됐다. 정의당의 두 비례대표 의원직은 명부 순서에 따라 양경규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이자스민 전 의원에게 승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