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아래 중처법) 적용을 2년 미루는 대신 산업안전보건지원청을 2년 후 설치하자고 1일 제안했다. 산업안전보건지원청(산안지원청)은 앞서 더불어민주당에서 정부·여당의 중처법 대상 확대 유예 요구의 선제 조건으로 내걸었던 산업안전보건청(산안청)에서 단속 및 조사업무 기능을 덜어내는 대신 예방 및 지원 역할에 보다 초점을 맞추는 '수정제안'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서 이 제안을 수용한다면, 이날 오후 예정된 본회의에서 중처법 적용 유예 개정안을 즉각 통과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실도 같은 날 대변인실 명의의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에서) 산안청 설치를 수용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산안청 설치 문제는 중처법 적용 유예와 함께 국회에서 논의해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정부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유연하고 탄력적인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고 협의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에 "협의를 해보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본회의에 중처법 적용 유예 개정안을 올릴지는 협의 결과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중처법 확대 유예와 산안청 설치 여부를 두고 평행선을 달려 온 여야가 새로운 협상안을 두고 다시 테이블에 앉게 된 셈.
윤재옥 "산안청 현장 어려움 커, 예방-지원 역할할 산안지원청 제안"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산안지원청 신설 등 중처법 적용 유예 개정안 처리를 위한 새로운 협상안을 설명했다. 특히 지난달 29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윤석열 대통령과 2시간 37분간 오찬을 겸한 회동을 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장시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 자리에서 중처법 관련 논의를 장시간 했다, 현장의 어려움이 워낙 심각하고 800만 근로자의 일자리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이 만남에서) 어떻게든 민주당과 협상해서 합의를 이끌어내자고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오후 민주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민주당 요구안을 조금 절충한 안을 협상안으로 제시했다"며 산안지원청 신설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에서 요구한) 산안청은 당초 문재인 정부 때도 시행하려 했지만 못 했던 이유가 (산안청 설치로) 현장 규제기관이 늘어나 오히려 중처법 (적용)보다 더 어려운 현장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라며 "그래서 (기관명칭을) 산안지원청으로 해서 단속이나 조사업무를 덜어내고 예방이나 지원 역할을 하는 기구를 하나 만드는 안을 제시했다. 중처법 적용 확대를 2년 유예하되 산안지원청도 2년 후에 개청하는 협상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날 오후 예정된) 민주당 의원총회를 통해서 민주당의 입장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중처법 적용 유예 개정안 처리를 희망했다. "민주당만 가능하다고 하면, 오늘 본회의에 (중처법 적용 유예 개정안을) 올릴 수 있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말했다.
다만, 윤 원내대표는 산안지원청 설치를 새 협상안으로 제시한 만큼, 앞서 다른 협상카드로 제기됐던 '1년 적용 유예', '25~3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등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렇게 되면 협상이 안 된다. '이 기관(산안청)을 안 만들 경우 30인 미만은 적용 유예하자, 1년이라도 유예하자'고 했는데 민주당이 안 받았으니깐"이라며 "민주당의 안을 수용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말 성의있게 방안 준비했다면 협의해 보겠다"
민주당은 "협의를 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책조정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당이 정말 성의 있게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했다고 한다면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변인은 "지금 일하시는 분들과 기업을 운영하는 분들 사이에 상당히 첨예한,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걸로 안다"며 "기왕 한다면 협의가 잘 이뤄지는 걸 전제로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본회의 통과가) 가능한지는 협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 의원총회를 열어 산안지원청 설치 등 여당 제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