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후 KBS와 신년 대담 방송을 녹화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새해 기자회견'을 건너뛴 것입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질문을 받을 수밖에 없는 기자회견 대신 대담 방송 녹화를 택한 이유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때문일 것이란 의견을 내놓습니다. 실제로 김 여사는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이후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뒤 명절 때마다 김 여사와 함께 한복을 입고 '국민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를 촬영해 공개했는데요. 이번 설에는 이 영상에 김 여사가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대신 대통령실 합창단과 윤 대통령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 대신 택한 대담 방송은 진행자와 일대일 사전 녹화 방식이기에 김 여사에 관한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미흡하고 오히려 의혹만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 2일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에 출연해 "녹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시나리오나 포맷이 있다는 얘기"라며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은 빼버리거나 새로 또 녹화해서 집어넣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채널A는 4일 오후 '단독' 타이틀을 달아 윤 대통령이 참모들이 올린 예상 질문과 답변을 참고하지 않겠다며 거절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어떤 질문이든 마다하지 않고 다 받겠다"면서 "참모들이 준비해준 답이 아닌 나의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채널A가 <윤 대통령, '참모 예상 질문' 거절…"내 생각 그대로">라는 제목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하자 누리꾼들은 "그럼 생방송하지 왜 녹화방송으로 진행해서 더 의혹만 생기게 하는지?"라는 등의 댓글을 달며 녹화방송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언제쯤 질문 받는 대통령을 볼 수 있을까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조선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했고 올해에는 대담 녹화 방송을 합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새해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국정 운영 구상을 밝히고 기자들과의 문답을 통해 국민들의 궁금증에 직접 답하는 등의 방식으로 소통했습니다. 사전에 질문을 조율했다는 논란이 있었던 전 대통령 박근혜씨조차 거의 매년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1년 6개월 동안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신년사조차 작년과 올해 모두 낭독만 하고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했습니다. 2022년 7월 11일 출근길 문답 중단 이후 기자들은 대통령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2일 자 <"尹 대담 녹화해 3일 후 방송"… 이제 신년 기자회견은 안하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KBS와만 대담하는 것은 다수 언론의 다양한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대통령이 사장 인사권을 가진 방송사 측 질문만 받는 것으로 관점도 질문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혹여 대통령실과 KBS가 질문 방향을 사전 공유했거나 한 사실이 언젠가라도 드러나게 된다면 '약속 대련'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대통령은 보여주고 싶은 장면이 아니라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중앙일보>도 5일 자 <2년째 신년 회견 회피 윤 대통령, 이래서 소통 되겠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건너뛴 이유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해 불편한 질문이 나올까 봐 그랬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면서 "대통령이 자신이 편한 길만 걸으면 지지율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충고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언제쯤이면 기자들이 손을 들고 질문하고 윤 대통령이 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퇴임 전에는 꼭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