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정의당이 총선을 앞두고 <파란지구 빨간하늘> 저자이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꾸준히 목소리 내온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을 1호 인재로 영입했다. 조 전 원장은 "기후위기의 진짜 위험은 주류 정치인들이 의지가 없다는 데 있다"며 '기득권 정치 타파'를 호소했다.
조 전 원장은 5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입당 기자회견에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기후위기 강연을 한 후 여러 질문을 받게 되는데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이 가장 많다"며 "그런데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개인이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일회용품을 덜 사용하는 착한 소비자가 된다 해도,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좋은 세상은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는 개인의 선한 마음을 증폭시켜 공동체를 위해 개인이 할 수 없는 멋진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새로운 제도가 필요합니다. 철도 노선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마을에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면 어떻게 자동차를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모든 제품이 과잉 포장되어 나오는데 어떻게 쓰레기를 줄일 수 있겠습니까? 제도가 있기에 우리는 하루 여덟 시간 근무하고, 쉴 수 있는 주말을 누릴 수 있습니다. 병든 세상을 인식하더라도 정치 참여를 통해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녹색정의당과 함께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조 전 원장은 "기성세대는 화석연료를 태워 편익을 누렸는데 그 결과로 인한 기후위기로 다음 세대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소득 상위 10퍼센트에 속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을 뿜어낸다. 빈부격차의 심화와 부의 세습으로 인해 성장이 지속되어도 이 세상은 언제나 결핍 상태다"라며 "이런 불평등한 시스템은 자연도, 사회도 함께 붕괴로 몰아간다"고 말했다. "결국 기후위기는 이 세상이 정의롭지 않기 때문"이라는 얘기였다.
조 전 원장은 "그러기에 정의가 없이 기후위기를 돌파할 방법이 없다"며 "이것이 바로 녹색정의당이 존재해야 할 이유"라고 말했다. 또 "당장 먹고살기를 위해서라도 우리나라는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며 "에너지 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수출 위주 경제가 어려움에 부닥치게 될 것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경제위기가 먼저 찾아오게 될 것"이라며 "이 패러다임 변화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하면 우리 산업은 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후위기 대응은 살고 싶은 세상 만드는 것"
조 전 원장은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재생에너지의 미래 전망에 대해서는 눈감고, 난제와 한계만 강조하며 즉각 대응을 회피하고 있다"며 "주류 정치가 이 전환위기를 위기로 인식 못한다는 것이 더 큰 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엔 IPCC 6차 평가보고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과 자본은 충분하지만 이를 전환하는 데 장벽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며 "결코 돈 없고 기술이 없어 기후위기에 빠지는 것이 아니다. 부족한 것은 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라고 말했다.
조 전 원장은 "기득권 정치세력을 무너뜨려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주류 정치인들이 기후위기를 심화시켜 삶의 터전이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다. 우리가 함께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며 "오늘날 기득권 정치는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창출하기는커녕 권력 투쟁으로 우리를 분열시키려고만 한다. 우리가 진짜 두려워해야 할 것은 기득권 정치에 의해 우리 공동체의 연대가 점점 무너지는 것"이라고 했다.
조 전 원장은 "여기서 우리는 도약을 이뤄낼 수 있다"며 "기후위기 대응은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환경을 지켜내고,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고, 내 이웃과 후손을 손에서 놓치지 않고 꼭 붙잡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란 불가능을 가능한 것으로 실현하기 위한 도전이고 지금은 더욱 그래야 할 때다. 바로 이것이 녹색정의당에서 제가 정치를 하고자 하는 이유"라는 말로 입당 소회를 마무리했다.
"사랑할 것이 있는 한 희망할 것이 있습니다. 정호승의 '봄길' 시구처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희망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습니다."
김준우 상임대표는 "대한민국이 기후재앙에서 벗어나면서도 그 산업변화의 하중을 비정규·저임금노동자에게만 떠넘기지 않도록 하는 담대한 전환의 길을 걸어가려면 조천호 박사님 같은 경륜 있는 분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도 소중하다"며 환영했다. 김찬휘 공동대표는 "조 박사는 그저 과학자가 아니다. 진정으로 따뜻한 동료시민이다"라며 "(기후위기 대응은) 기후재난 앞에 놓인 모든 삶을 지키는 문제"라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은 "2020년 총선 때 제가 정의당 대표를 할 때 모시려고 했는데 '정의당과 녹색당이 합치면 그때 가입하겠다'고 말씀하셨다"며 "4년 만에 그 약속을 지켜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기후만 나빠지는 게 아니고 우리 정치의 기후도 지금 아주 나빠지고 있다"며 "조 박사는 '자연은 타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렇게 타협하지 않는 기후를 위해서 우리 정치는 타협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