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중 태영건설 급으로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건설사 유동성 이슈는, 눈에 보일 정도로 있진 않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올해 상반기 내에는 태영건설 사태와 같은 심각한 수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홍콩H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피해와 관련해서는 재가입자도 구제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5일 이 원장은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2024년 업무계획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2022년 말부터 주요 건설회사들의 재무적 상황을 계속 면밀히 모니터링해왔다"며 "완전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원칙에 비춰보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반기 중 중대형 건설회사들이 시장에 예상 못한 충격을 줄 정도로 유동성 준비가 아예 안 돼 있는 예들은, 조심스럽지만 없지 않나, 이렇게 본다"고 했다. 이어 "일부 특정 영역에 한정된 건설회사들이 자연스럽게 법정 관리에 들어가는 것은, 안타깝기는 하지만 시장의 정리 측면에서 보면 한편으로는 바람직하다"라고 덧붙였다.
"2016년 폭락 제대로 고지했나... 이달 말까진 기준안 마련"
과거 2011년 저축은행 사태처럼 부동산 PF 문제가 금융권으로 전이되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복현 원장은 "저축은행 건전성 관리 제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타이트해졌다"며 "다만, 여수신기관이라는 특성상 쏠림이 발생해 일종의 러시가 생긴다면 아무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안 생기도록 저희가 잘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H지수 ELS 문제와 관련해선 재가입자도 피해 보상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원장은 "ELS가 벌써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운영한 상품이다 보니, 여러 번 가입한 분들은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저희도 의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재가입의 경우 (최초 가입 시기가) 2017년 전후가 된다"며 "(그 이전인) 2015~2016년에 ELS 지수가 중국 부동산 경기 등과 관련해 폭락한 적이 있는데, (재가입자의) 최초 가입시 그런 리스크가 제대로 고지 됐나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최초) 가입이든, 재가입이든 금융소비자보호법상 다양한 기준들이 적용되는데, 오히려 재가입을 핑계로 간이한 방법으로 스리슬쩍 가입을 권유한 것은 아닌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달 말까지는 홍콩 ELS 관련 책임 분담 기준안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이 원장은 "설명드린 것 말고도 유의미한 위법, 위규 사항이 꽤 있다"며 "각 회사별로 드러난 문제점들을 유형화하고, 체계화해 2월 마지막 주까지는 정리하면 그에 대한 책임 분담 기준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금융회사들이 홍콩 ELS와 관련해 자율배상 과정에서 배상액의 일부만 지급하더라도, 피해자들이 추가 분쟁조정 등을 통해 나머지를 배상받을 길은 열려있다고도 했다. 이 원장은 "(자율배상으로) 일부만 배상하면 나머지에 대해선 아무런 청구를 못 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자발적으로 먼저 일부라도 해드릴 수 있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일단 유동성이 확보되니 좋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고, 과거 실제 그런 사례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 불법 승계 의혹 수사했던 이복현 "심기일전 기회 됐으면"
이날 이복현 원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불법 승계 의혹 관련 2심 선고를 앞둔 데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 원장은 검찰 재직 시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를 맡은 바 있다.
그는 "제가 서초동을 떠난 이후 지난 2년간 재판 진행 상황 등에 대해 직접 관여하거나, 파악하지는 못 하고 있다"면서 "판결이 어떻게 나오더라도, 제가 의견을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형태로든 이번 절차가 소위 '사법 리스크'를 일단락하는 계기는 될 수 있다"며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삼성그룹이나 이 회장이 경영 혁신이나 국민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다시 한번 심기일전하는 기회가 되면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