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2일 서천 특화시장 화재가 발생해 257개 점포가 화재 피해를 입었다. 설을 앞두고 발생한 화재는 설날에 팔려고 준비해 놓은 수산물을 모두 태워버렸다. 충남도가 긴급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 상인들은 여전히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나마 화재 피해를 입지 않은 서천 특화시장의 먹거리동과 농산물동은 지난 3일과 5일 잇따라 재개장했다. 가스와 전기 설비를 다시 한 후 설 대목장을 연 것이다.
지난 8일 오후 서천 특화시장을 찾았다. 농산물동과 먹거리동을 재개장하기는 했지만 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시장 상인들이 '혹시라도 단골 손님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장을 지키고 있었다. 농산물동 상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수산물이 없으니 덩달아 장사가 안 된다"고 호소했다.
"생선전이 열려야 농산물도 팔리는데..."
농산물동 상인 A씨는 "예전 같으면 명절 연휴가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시장이 북적인다. 하지만 며칠째 손님이 없다. 생선전(수산물동)이 모두 불에 타서 장사가 안 되는 것이다. 생선을 사러 온 사람들이 시장을 둘러보다가 농산물도 사곤하는데 구경 오는 사람조차 없다"고 호소했다.
상인 B씨는 "이맘 때 쯤에는 시장에 발을 딛을 틈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이 없다. 예전 같았으면 바빠서 밥도 못 먹고 일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보시다시피 사람이 없다"며 "외지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야 하는데, 불이 나서 장사를 아예 하지 않는 줄 알고 오지 않는 것 같다. 혹시 단골 손님이라도 오지 않을까 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설을 앞두고 열린 대목장(7일)에도 손님이 거의 오지 않았다. 지금이 한참 장사가 잘 될 때인데 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생선(수산물 시장)이 있어야 여기도 손님이 오는데 생선이 없으니 당연히 장사가 안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상인 C씨도 "생선동이 없는데 야채가 팔릴 리가 있나. 생선이 팔려야 미나리 하나라도 더 팔리는 법이다"라며 "시장이 잘 돌아갈 때도 농산물이 잘 팔린 것은 아니다. 그나마 장사가 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목에 팔려고 사 놓았던 농작물은 상해서 모두 버렸다. 대목에 팔려고 다시 산 농산물도 안 팔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루 종일 닭 두마리 팔아, 전기세도 안나와"
먹거리동의 상황도 비슷했다. 먹거리동에서 만난 상인 D씨는 "장사를 안 할 수 없어서 나오기는 했다"며 "하지만 대목인데도 하루 종일 닭 두 마리를 팔았다. 명절이라 사람이 많아야 하는데 보시다시피 사람이 거의 없다. 막막하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서천시장은 전국적으로 유명했다. 불이 난 이후 발길이 뚝 끊겼다"며 "심각한 상황이다. 닭 두 마리를 팔아서는 전기요금도 안 나온다. 셔터를 내려야할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충남도 관계자는 "시장을 일부 재개장하고 관련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한 캠페인도 벌였다"며 "임시시장도 4월초에 개장할 계획이다. 당장에 큰 효과를 볼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더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