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 선택한 서울서이초 교사를 비롯하여 고인이 된 교사 3명에 대한 '순직' 심의를 앞두고 전국에서 70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교사가 서울에 모였다. '전국교사일동' 교사집회로는 지난해에 이어 12번째다.
검은색 옷 입은 교사들, "서이초 교사 순직 인정" 팻말 들어
17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종각역과 을지로입구역 사이에 있는 한길에 검은색 옷을 입은 교사들이 모여들었다.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힌 손 팻말을 들고서다.
"서이초 순직 인정"
"공교육을 살려내라"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는 오는 21일 서이초 교사에 대한 순직 인정 여부 심의를 진행한다. 다음 날엔 업무과중에 시달린 전북 군산 무녀도초 교사, 2월 중엔 출근 도중 서울 관악구에서 억울하게 사망한 한 초등교사에 대한 순직 여부 심의가 각각 열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 상명대부속초에 근무하다 학부모 민원 뒤 극단 선택한 기간제 교사 아버지는 무대에 오르자마자 오열하며 "희생된 선생님들은 칼로 당한 게 아니고 말로 당한 것"이라면서 "사람이 죽었는데 (순직 인정 기관이) 말에는 증거가 없다고 한다. 차라리 칼로 찔렀으면 증거가 될 것인데 말로 당한 것이라 그렇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가해자(가해 학부모)가 피해 당한 교사들을 고소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서이초 교사의 사촌오빠이자 교사유가족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는 박두용씨도 "결코 순직 인정이 우리의 최종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교사유가족협의회는 앞으로 서이초 사건뿐 아니라 다른 교사 유가족들을 도우며 함께 힘을 모아 교사들의 교권 보호와 교육 환경의 개선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유가족 오열 "칼이 아닌 말로 당한 것이라..."
무녀도초 유족을 대신에 무대에 오른 한 교사도 "순직 인정으로 고인에게 최소한의 명예를 살려 달라"고 호소했다. 강원도지역 초등학교 16년차 교사도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주고, 선생님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순직 인정을 간절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교사일동은 집회장 주변에 "억울한 교사 죽음, 교육부는 책임지고 순직 인정하라"는 내용이 적힌 펼침막을 걸어놓았다.
이날 교사들은 아동복지법 개정도 요구했다.
학생의 교권침해에 대해 교권보호위원회를 신청하자,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경남 한 초등교사는 이날 무대에 올라 "학생이 저의 얼굴을 비키니 입은 여성의 몸에 합성했다. 이 사진은 학생의 SNS 계정에 24시간 동안 게시되었고 단톡방을 통해 널리 퍼졌다"면서 "이후 교권보호위원회 개최가 확정되자 '점심을 먹기 전에는 간식을 먹지 말라고 한 것'을 포함하여 40여 개가 넘는 아동 정서학대 혐의로 고소를 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회에서 아동복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부탁했다.
이날 전국교사일동은 성명문에서 "아동복지법으로 인해 교사는 정상적인 교육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의 정신적 부담감을 겪을 뿐만 아니라, 학생의 학습권을 심각하게 침해하여 '공교육 붕괴'를 일으켰다"면서 "이에 따라 지난 8일 발의된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통과를 촉구했다.
이날 교사들은 정부여당이 오는 3월부터 확대 시행하는 늘봄학교 정책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밤 8시까지 학교 남아 있기, 어린이에게 물어봤느냐?"
교원단체 늘봄TF 대응팀에 참여하고 있는 경기지역 한 초등교사는 무대에 올라 "교육부와 대통령님께 마지막으로 부탁한다. 어린이들에게 '학교에 밤 8시까지 있는 것 어떠니?'라고 물어봤느냐"라면서 "왜 정치권에서는 아이들에게 고통을 주고 교사를 갈아 넣는 돌봄정책을 추진하려고 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연설이 끝나자 참석교사들은 "교육 아닌 아동학대, 늘봄정책 폐기하라"는 구호를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이날 전국교사일동은 성명문에서 "'학교에 보육이 들어오면 교육이 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이 밀려나는 것'"이라면서 "지자체와 학교마다 수요와 유휴 공간, 수급 가능한 인력 등 다양한 여건이 존재하는 만큼 법률적 근거가 없는 늘봄 정책의 전면시행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 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