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먹는 하마' 논란을 빚는 경기 용인경전철 사업과 관련해 과도한 수요 예측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전임 용인시장과 엉터리 수요예측을 수행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들에 대해 법원이 중대한 과실로 인정하는 첫 사례가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0부(성수제 양진수 하태한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아래 주민소송단)'이 전직 용인시장 3명 등 관련자들의 책임을 물어 용인시가 1조 127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낸 주민소송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주민감사를 청구한 지 11년, 대법원 판결 3년 6개월 만이다.
파기환송심은 2020년 7월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가 주민소송단이 전직 용인시장 3명 등 관련자들의 책임을 물어 용인시가 1조 127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낸 주민소송 상고심에서 사실상 원고 패소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면서 시작됐다.
재판부는 "용인시는 이정문 전 용인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담당 연구원 3명에게 총 214억 6천여만 원을 시에 지급하도록 청구하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추가사업비 부담 협약을 체결한 서정석 전 시장과 사업방식을 변경하고 재가동 약정을 체결하면서 업무 대금을 지급한 김학규 전 시장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국교통연구원과 연구원들이 과도한 수요 예측을 한 과실 및 이 전 시장이 과도한 수요 예측을 제대로 검토·확인하지 않았고, 용인시의회의 사전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실시협약을 체결한 행위는 중대한 과실"이라고 판단했다.
과실로 인한 용인시의 손해액에 대해 재판부는 2013년 7월 용인시와 용인경전철이 체결한 실시협약 변경협약에 따라 실제 지급한 금액(2013년~2022년)의 총액 4293억여 원으로 정했다.
손해배상금과 관련해선 이 전 시장과 연구원 3명의 책임 비율을 5%로 제한, 손해배상 의무 부담 액수를 214억 6천여만 원으로 결정했다.
"잘못된 수요예측에 따른 손해배상 인정 사례"
주민소송단 측은 법원 판결을 환영하면서 엉터리 수요 예측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인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소송대리인 현근택 변호사는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용인시가 1조 원 이상의 돈을 물어주게 됐는데, 수요 예측을 잘못한 기관에 대해서 그동안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한 사례가 없었다"면서 "수요 예측을 잘못한 한국교통연구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현 변호사는 "재판부가 시장과 연구원들에 대한 중과실 책임을 인정했다"며 "무엇보다 뇌물로 인한 형사처벌이 아닌 수요예측과 관련해 중과실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민소송단 안홍택 대표는 "아무쪼록 지방자치시대에 전국에 있는 자치단체들이 조심스럽게 시정을 운영해 가는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2013년 주민감사 청구인 대표로 있었던 용인시의회 유진선 의원은 "10년 주민소송의 결과로 지방자치단체장과 수요 예측을 엉터리로 한 한국교통연구원과 연구원들한테 책임을 묻게 돼서 기쁘다"면서 "이번 판결로 지자체가 시민의 예산을 가지고 방만한 행정을 벌이지 않도록 제동을 걸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용인시는 서울고법 판결 이튿날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재상고 여부는 법률자문을 받아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용인시는 15일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재상고 문제에 대해서는 소송대리인 등의 법률자문을 받아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담당관실은 "판결 내용을 상세히 분석하고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 등의 법률자문을 얻는 법리적 검토를 거쳐 재상고 여부에 대한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만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