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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 사직서 제출한 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1∼3년 차를 포함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전공의들 사직서 제출한 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1∼3년 차를 포함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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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입장에서는 (파업이) 없었으면 하죠. (정부와 의사들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했으면 좋겠어요." - 이나라(42)씨
"제주도에서 첫 비행기 타고 왔는데 전공의 선생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 소식을 듣고 오는 내내 많이 걱정했어요." - 김종진(68)씨
"2년 전 심장 수술을 해서 꾸준히 진료받고 있는데, 제가 지금 수술을 앞뒀다면 굉장히 불안했겠죠." - 김아무개(63)씨


19일 오전 8시께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본관 1층 로비는 평일 이른 시간부터 멀리서 진료를 보러 온 환자들로 북적였다. 접수처 앞에는 자녀의 손을 잡고 느릿느릿 걸어가는 노인, 부모의 손을 잡고 잰걸음으로 걸어가는 아이들, 휠체어와 보행 보조기에 몸을 기댄 사람들이 대기 순번 호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른바 '빅5 병원' 중 하나인 세브란스병원은 일부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내고 이날 오전 7시부터 근무를 중단했다.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후 의료계 첫 파업 사례다. 아직 파업이 전면화되지 않아 이날 진료는 평소와 비슷하게 진행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환자·보호자들은 "병원에 오는 내내 걱정했다"고 초조함을 내비치는 등 갈등 폭발 전야의 불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제주도에서 오는 내내 걱정"
 
발걸음 옮기는 의료진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1∼3년 차를 포함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발걸음 옮기는 의료진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1∼3년 차를 포함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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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6일 오후 긴급 공지를 통해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실제로 진행되면 진료과별로 수술 스케줄 조정을 논의해달라'는 내용을 내부에 전달했다. 수술 업무에 필수인 마취통증의학과의 경우 평소 대비 약 50% 미만 수준으로만 운영될 것으로 알려졌고,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은 현재 4년 차를 제외한 1~3년 차 모두 사직서를 쓰고 이날 오전 7시부터 근무를 중단했다.

신장 진료를 보러 온 김아무개(58, 여성)씨는 "며칠 전부터 뉴스를 보면서 계속 걱정했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생각하는 해결책이 있긴 할 텐데 서로 내놓질 않으니 답답하다. 국민을 상대로 왜 이러는 건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아무개(63, 남성)씨는 "2년 전 이 병원에서 심장 수술을 받아 경과를 지켜보며 약을 꾸준히 처방받고 있다"며 "제가 지금 수술을 받아야 했다면 굉장히 불안했을 것"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내와 함께 방문한 환자 김종진(68)씨는 "췌장관이 늘어나 CT를 찍기 위해서 제주도에서 첫 비행기를 타고 왔다"면서 "전공의 선생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다는 소식을 들어 병원에 오는 내내 걱정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접수까지는 무난한 상황인데 오늘 CT를 찍을 수 있는지 아직 모르겠다"며 "(제주도에 살기 때문에) 전공의 파업으로 며칠 뒤에 다시 와야 한다면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 오늘 진료를 마치고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아들의 장애로 6개월 전에 미리 진료를 예약하고 방문한 이나라(42)씨는 "전공의 파업 소식에 걱정이 돼서 병원에 미리 전화했는데, 오늘은 교수님이 보는 (외래) 진료라 전공의 파업과는 상관이 없다는 답을 들었다"라며 "혹시라도 향후에 의료계 전체가 파업한다면 당연히 걱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호자 입장에서는 (파업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무엇을 위해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빨리 잘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초등학생 자녀의 골절 진료를 보러 온 오경은(42)씨는 "파업 소식을 듣지 못했다"며 취재진에 "오늘 병원에 무슨 일이 있냐"고 묻기도 했다.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 박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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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병원에선 한 주 평균 1600여 건의 수술이 이루어지는데 이미 이번 주 수술의 절반 가량이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에는 병원으로부터 '수술을 무기한 연기한다', '수술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 등의 연락을 받았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선 환자들의 진료 및 수술 취소 상황, 그에 따른 대처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게시글이 개설되기도 했다.

한 인터넷 카페 이용자 A씨는 이날 "지금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데 아침에 전공의 선생님이 안 오셔서 간호사 선생님께 (이유를) 여쭤봤다"며 "오늘부터 전공의 선생님들이 안 나온다고 하더라"라고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인터넷 카페 이용자 B씨는 지난 18일 "수술 연기 문자 받으셨나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에서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모레(20일) 입원인데 방금 (수술) 무기한 연기라고 전화를 받았다. 일부러 모든 일정을 여기(수술)에 픽(고정)한 상태였는데 미뤄진다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강대강 국면, 경찰도 정부에 호응
 
전공의들 사직서 제출한 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1∼3년 차를 포함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전공의들 사직서 제출한 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1∼3년 차를 포함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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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논의한 끝에 오는 19일까지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지난 17일 "전공의의 자발적 사직에 대해 동료 의사로서 깊이 공감하고 존중하며 지지한다"며 "이번 사태와 연관해 면허와 관련한 (정부의) 불이익이 가해진다면 의사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정례브리핑을 통해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한다"며 "전공의들은 예정된 집단 사직과 휴진을 철회하고 환자를 등지지 말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그동안 정부는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강행할 경우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이에 불응할 경우 최종적으로 면허 박탈까지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의료법에 따르면,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의료인은 1년 이하의 자격정지(66조 1항 10호),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88조 1호)에 처할 수 있다. 더해 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실형 또는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한 집행유예·선고유예가 확정되면 의사면허가 취소된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정부의 방침에 호응했다. 그는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수사기관에 고발됐을 때는 정해진 절차 내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할 것"이라며 "명백한 법 위반이 있고 출석에 불응하겠다는 확실한 의사가 확인되는 개별 의료인에 대해선 체포영장을, 전체 사안을 주동하는 이들에 대해선 검찰과 협의를 거쳐 구속수사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전공의들 사직서 제출한 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1∼3년 차를 포함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 환자보호자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전공의들 사직서 제출한 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1∼3년 차를 포함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 환자보호자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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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세브란스#빅5#전공의사직서#전공의파업#수술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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