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 주창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김포시, 서울 편입' 추진에 대해 "마치 하행선 열차를 타고 가면서 서울 가겠다고 하는 것과 똑같다"면서 '정책적 모순'을 맹비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부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수도권 집중과 과도한 경쟁이 심각한 저출산 원인이 되고 있다"며 '지방시대'를 거듭 선언했다. 반면 한동훈 위원장은 최근 김포, 구리 등을 방문해 경기 일부 지역의 서울 편입을 통한 '서울 메가시티'와 '경기 분도' 병행 추진을 공언했다.
김동연 지사는 이날 경기도의회 도정질문에서 이같이 말하고 "만약 김포시가 서울 편입을 결정하면 여러 가지 규제가 강화되고, 세금이 줄어들고, 광역철도와 같은 재정 부담 커지고, 자치권이 대폭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지사는 또 "지방 행정구역 개편 문제는 수많은 작업과 소통, 절차를 필요로 한다"면서 "불과 두세 달 만에 정치적 일정을 앞두고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것은 저의가 심히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상당히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김포구' 되도 문제 없다?... "김포시장 주장은 가짜뉴스"
앞서 이기형(김포4) 더불어민주당 도의원은 이날 김동연 지사에게 "이명박 정부 시절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현 부산시장)은 '특별시, 광역시가 인근 시군과의 통합으로 확대되는 것은 수도권 과밀화 해소 및 균형발전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한 바 있다"면서 "김동연 지사는 (한동훈 위원장이 주장하는) '서울 메가시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김동연 지사는 "명백하게 반대하고 있다. 20년 넘게 대한민국이 견지해 온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지방자치에 역행한다"면서 "그와 같은 주장이 나온 타이밍도 정치 일정(총선)을 앞두고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의도가 대단히 불순하다"고 비판했다.
이기형 의원이 "'경기도 김포시'일 때와 '서울시 김포구'일 때 광역철도 건설에 따른 분담 비율이 어떻게 바뀌느냐"고 묻자, 김 지사는 "광역철도의 경우 경기도는 국비 7, 지방비 3을 부담하는데, 만약 서울시 관내의 광역철도라면 5대 5로 분담해서 서울시 부담이 커지게 된다"고 답했다.
김동연 지사는 이어 "김포시의 경우 시 권한 사무가 약 350개가 넘는다. 만약 서울시의 자치구로 들어가면 상당한 자치 사무가 삭제돼서 자치권을 대단히 축소하고 제한받게 될 것"이라며 "인구 50만 이상 특례시로서의 자치권도 다 행사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기형 의원은 "서울 편입돼도 재정 문제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특별시 조정교부금이 증가하고 지방세와 지방교부세가 감소하면서 서로 상쇄하기 때문"이라는 지난해 11월 김병수 김포시장의 기자간담회 발언을 언급하면서 김 지사의 의견을 물었다.
이에 김동연 지사는 "한마디로 가짜뉴스"라며 "김포시와 인구 규모가 유사한 관악구와 비교하면 김포시가 서울로 편입될 경우 (기존 재정보다) 약 3,300억 정도의 감소가 예상된다"고 반박했다. "현재 김포시는 약 6,800억 원 정도의 지방세와 조정교부금을 받고 있는데 관악구는 현재 3,400억 원 정도를 받고 있어서 약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또 "김포시의 재정자립도가 지금 37%가 조금 넘는데, 만약 (서울시) 김포구로 가게 되면 재정자립도는 19%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기 분도' 용어 불쾌... 지사가 이익 추구? 앙천대소할 수밖에"
김동연 지사는 한동훈 위원장의 '경기 분도' 추진에 대해서도 "'경기 분도'라는 말을 쓰는 것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고 상당히 불쾌"하다면서 "저희는 경기도를 쪼개는 의미의 분도가 아니고 경기북부특별자치도로 북부의 발전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루겠다고 얘기를 해 왔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이어 "(한동훈 위원장이) 김포를 포함한 일부 북부에 있는 시를 서울에 편입하면서 '경기 분도'로 한다고 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부산으로 가는 하행선을 타면서 서울 간다는 얘기와 똑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연 지사는 "최근 (한동훈 위원장이) 저에 대해 '지사가 경기도민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지사의 이익을 추구한다'고 얘기했더라. 저는 앙천대소(仰天大笑)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모든 정치인이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추진하지 않은 이유는 자기 기득권을 놓기 싫어서 일 것이다. 저는 지사로서 갖고 있는 기득권을 내려놓으면서까지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지금 한 위원장이 '누구의 이익'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이 정도의 얘기는 분명하다"면서 "(한 위원장은) 선거에 출마하려는 자당 사람들, 후보들의 이익을 위해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 같다. 이런 거 이제 안 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