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민원' 의혹이 터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이어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에서도 '셀프민원' 의혹이 터져 나왔다. 보수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가 제기한 방송 민원에 공정언론국민연대 소속 선방위원들이 참여했다는 의혹이다.
전국언론노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지부(방심위지부)는 선거방송심의위원인 권재홍·최철호 위원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최근 보수 성향의 언론시민단체인 공언련이 선거방송심의위에 잇따라 방송사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이들 2명 위원이 공언련 소속으로 해당 민원 심의에 참여했다는 주장이다.
권재홍 위원은 공언련 이사장이고, 최철호 위원은 지난해 위원 위촉 당시 공언련 공동대표를 맡고 있었다. 방심위지부는 "이들은 사적이해관계자인 공언련에서 민원을 제기한 사실을 알고도, 이해충돌방지법 제5조에 따라 그 사실을 서면으로 신고하고 회피를 신청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는다"면서 "권재홍·최철호씨가 공언련에서 민원을 제기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정황은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라고 밝혔다.
방심위지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선거방송심의에 올라온 민원과 공정언론국민연대 모니터 보고서 내용이 일치하는 사례는 모두 11건에 달했다.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MBC '뉴스데스크', CBS '김현정의 뉴스쇼' 등으로 대부분 정부, 여당을 비판하는 방송을 한 프로그램들이다. 선방위는 이중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대해 법정제재 5건(관계자 징계 4건, 경고 1건)의 무더기 중징계를 결정했고,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도 법정제재 1건(경고)을 결정했다. 권재홍·최철호 위원도 징계 표결에 참여해 중징계 의견 등을 개진했다.
최철호 위원은 회의 과정에서 "모니터 보고서를 가져왔는데" "방송 주제와 관련해서 저희가 모니터한 바에 의하면" 등의 발언을 한 것도 속기록에 기록돼 있다. 방심위지부는 "권재홍·최철호 두 공언련 이사들이 당장 선방심의위원 자리에서 물러나고, 새로운 단체에 신규 선방심의위원 추천을 의뢰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더 이상 방심위를 욕보이지 말기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