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군의 주요현안을 논의할 때 청년들의 목소리는 지금까지 배제돼 왔다. 이미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적 구조를 바꾸기도 어렵고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 위주로 정책이 정립돼 정작 미래세대를 책임질 청년들에 대한 정책인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주간함양>은 청년 패널들을 직접 모아 지역 현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청년들 너의 생각이 참 궁금해' 코너를 기획해 매월 넷째 주에 보도한다.[기자말] |
지난 21일 오후 7시 주간함양 회의실에서 열린 '청년들 너의 생각이 참 궁금해' 두 번째 모임은 청년들이 생각하는 '전통시장, 명절'을 주제로 유다빈 4H 청년농업인연합회원(농업회사법인 지리산골흑돼지 이사), 임지혜 주간함양 편집기자, 최학수 함양청년네트워크 이소 공동대표(주간함양 PD), 엄미현 잘생긴 농장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참석한 청년들은 "전통시장과 명절은 청년들의 기억에 분명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많이 바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금의 전통시장은 청년들이 원하는 요소가 크게 없고, 간편해진 서비스를 제공받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러한 흐름은 꼭 부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까운 진주를 비롯한 기타 지자체에서는 시장 골목길을 이용한 먹자골목, 시장 외곽 세련된 선술집 등으로 시장 주변을 활성화 시킨 좋은 사례도 있다. 이를 참고해 보다 함양다운 특색을 갖춘다면 청년들에게 시장은 또 다른 의미의 공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여성의 사회진출을 비롯한 간소화되고 있는 제사 및 차례 풍습은 점진적으로 기성세대 문화를 변화시킬 것이다. 그간의 명절은 과도한 음식 준비로 연중 어머니 몸살을 유발시키는 주범이라면 지금은 가족 얼굴을 보며 외식하는 문화가 조금씩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청년들은 추억 속 과거를 선호할까? 반대로 바뀌고 있는 지금의 흐름을 선호할까?
함양시장, 또 올 수 있는 매개체 필요
엄미현 대표 : "결혼하고 함양으로 들어와 지금까지 제 개인적인 일정으로 시장을 다녀온 기억은 없다. 제가 내성적인 성격이기도 해서 1대1로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부담스럽다. 또 마트에서는 여러 가지 제품을 비교해 볼 수 있지만, 시장은 비교가 어렵고, 혹여나 상인이 말을 걸면 꼭 사야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최학수 대표 :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저 또한 마중 나오는 상인들이 간혹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경험이 있다. 물론 이러한 부분이 시장 방문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또 없다고도 생각하기 힘들다."
임지혜 편집기자 : "저 또한 어머니를 따라 시장을 갔던 기억이지 개인적인 용무 때문에 갔던 기억은 없다."
유다빈 대표 : "옛날 저희 집이 함양시장 앞에 있어서 어묵을 먹으로 자주 시장에 갔던 기억이 있다. 장날이면 어머니에게 어묵을 사달라고 졸랐던 기억도 있다. 그때는 어묵뿐만 아니라 많은 길거리 음식들이 즐비했다. 당시를 회상하면 뭔가 활기찼다는 기억이다. 시장에서 먹을 것 하나를 들고 먹으며 시장 구경을 하는 것 또한 재밌는 경험 중 하나였다.
다른 지역 시장을 보면 확실하게 먹거리가 있는 곳에 사람들이 많다. 보통 바닷가 인근에 친구들과 여행을 가면 수산시상에서 회를 포장하는 것이 필수 코스로 여겨진다. 지금의 시장은 이러한 요소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찾지 않는 것 같다. 또 예전과 다르게 시장에서 구매하는 것이 크게 저렴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물가 상승으로 인해 체감되는 느낌이 다를 수 있지만, 예전 어머니가 시장에서 장을 보고 오면 저렴하게 많이 잘 구매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최학수 대표 : "가격에 대한 의심도 있지만 저는 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것 또한 불편함을 느낀다. 최근에야 제로페이를 포함한 간편 결제 서비스가 있지만, 그래도 불편함은 여전한 것 같다. 대형마트는 카드결제뿐만 아니라 포인트도 쌓을 수 있다. 또 원하는 품목이 구역별 정리돼 있어 한눈에 구매가 가능하지만 시장은 이곳저곳 분포돼 있어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좋지 못한 인상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시장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봄, 가을이 아니면 사실상 여름과 겨울에 시장에서 장을 보기가 힘들다."
유다빈 대표 : "다른 지역에 여행을 가면 꼭 그 지역 시장을 구경한다. 그럴 때면 함양 시장과 조금 마인드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함양은 카드로 결제하려고 하면 조금 힘든 상황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유명한 지역 시장은 먼저 상인들이 카드가 가능하다고 손짓한다."
엄미현 대표 : "저는 시장 자체에서 손님들이 또 올 수 있는 매개체가 있었으면 좋겠다. 시어머니를 따라 함양시장을 방문했을 때 시장을 한 바퀴 돌고나니 별다른 게 없다는 인식이 박혔었다. 너무 화려하지 않지만 조그마한 이벤트를 포함한 볼거리가 시장에 있어서 재방문 손님을 만들 수 있는 그런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시장 장날을 제외하면 시장 안이 어두컴컴해 들어가기 무섭게 보인다."
유다빈 대표 : "엄미현 대표의 말에 공감한다. 최근에 고모님 집이 인천이라 잠깐 방문을 했었다. 당시 그곳 아파트 사람들이 단지 중앙로를 중심으로 시장처럼 모였다. 그곳에는 푸드트럭과 같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고 아파트 주민들이 저녁을 대신하거나 잠깐 구경하기 위해 나오기도 했다. 함양군도 대규모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실속 있는 공간이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 그 좋은 예시로 불로장생특화거리에서 열린 별빛달빛축제다. 특화거리 상인을 비롯한 인근 상인들이 함께 축제처럼 즐기는 것을 보고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최학수 대표 : "최근 진주 논개시장이 활성화돼 청년들일 비롯한 주민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시장 골목 안쪽 몇몇 공간에는 앉아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바꾸고 작은 무대까지 설치해 소규모 공연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서 굉장히 인기라고 한다. 이러한 효과로 인해 근처 선술집이 큰 인기를 얻어 요즘에는 번호표를 뽑고 대기를 해야 한다고 들었다."
유다빈 대표 : "반면 진주는 지자체에서 예산을 많이 투입했지만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둔 사례도 있다. 바로 청년몰이다. 중앙시장 2층 건물에 청년 창업주를 위해 저렴한 임대료로 많은 호응을 예산했지만 긍정적인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이처럼 시장 활성화는 예산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보다 먼저 차별성과 특별함이 주민 또는 청년들의 유입을 높이는 것 같다."
누구를 위한 명절인가?
최학수 대표 : "명절은 국민정서상 부모님 또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이 지금까지는 정석처럼 여겨졌다. 차례, 제사음식, 새뱃돈을 비롯한 많은 추억들이 각자 있을 것이다. 여러분들의 명절은 어떤가?"
유다빈 대표 : "저희 집은 완전히 대가족이다. 그렇기에 어려서부터 제사음식을 만드는 것에 큰 부담은 없었다, 그냥 당연히 해야 할 일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작은 어머니께서 명절에 막걸리를 사오기 시작했다. 음식을 만드는 중간쯤부터 마시기 시작해 서로 웃고 대화하는 시간이 됐다. 그래서 점점 명절에 여자들끼리 막걸리를 마시는 것이 중요한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 일이 끝나면 단체로 목욕탕을 가서 피로를 풀고 커피도 먹고 산책도 간다. 그리고 저녁은 배달을 시켜먹는다. 이런 소소한 변화가 집안의 화목함을 불러왔다. 이러한 부분이 할머니 입장에서 거슬릴 수 있지만 가족들이 다 즐기고 행복해하니 할머니도 충분히 이해하시고 즐거워하신다."
최학수 대표 : "그런 차이도 있을 것 같다. 아들 많은 집과 딸이 많은 집은 각각 명절마다 보이는 풍경이 다를 것 같다. 딸 많은 집은 뭔가 명절 분위기가 저녁부터 시작되는 느낌이라면 아들이 많은 집은 아침부터 시작되는 느낌일 것 같다."
임지혜 편집기자 : "저희 집은 몇 년 전부터 제사를 지내지 않고 타 지역에서 가족이 오면 다 같이 밥을 먹는다. 그래서 어머니가 가족 먹을 정도로만 음식을 만드는 것 같다."
최학수 대표 : "제사를 지낼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차이가 있나?"
임지혜 편집기자 : "제사를 지낼 때는 어머니 혼자서 음식을 만들고 다른 가족은 어머니가 음식을 차리는 동안 친척집에 찾아가 인사를 드렸다. 나이가 들고 보니 어머니 혼자서 엄청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유다빈 대표 : "최근에는 제사 문화도 좀 많이 바뀌고 있는 추세다. 과거에는 남자들 위주로 제사가 진행됐지만 근래 저희 집에서는 음식을 준비한 며느리들도 조상들에게 술을 올린다. 그리고 예전에는 명절에 여행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점차 문화가 바뀌면서 해외에 나가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나도 연휴를 맞춰 일본에 여행을 다녀온 기억이 있다. 아버지가 언짢아하셨지만 설득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
최학수 대표 : "사실 전통적인 명절관에서는 여행은 어울리지 않는다. 당연히 명절에는 가족과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또 일각에서 나오는 이야기로 조상 복 받은 사람은 명절에 해외에 있고 조상 복 없는 서민들은 꼬박꼬박 모신다는 웃긴 말도 있다. 이러한 흐름은 시대적으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앞으로는 명절이 많이 바뀔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