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이 200년 넘는 중립 노선을 버리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정식 합류한다.
스웨덴이 26일(현지 시각) 마지막 남은 헝가리의 최종 동의를 얻었다. 헝가리 의회는 이날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본회의 표결에 부쳐 찬성 188표, 반대 6표로 가결했다.
이로써 스웨덴은 2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나토 가입을 신청한 지 1년 9개월 만에 회원 자격을 얻게 됐고, 나토 회원국은 32개로 늘어나게 된다.
스웨덴, 나토 '집단방위 5조' 적용 받는다
헝가리 의회가 가결한 비준안은 라슬로 쾨베르 헝가리 대통령 권한대행 서명을 거쳐 '나토 조약 수탁국'인 미국에 전달되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초청으로 스웨덴이 나토 설립조약에 동의하면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작년에 가입한 핀란드의 경우 이 절차는 사흘 만에 완료됐다.
스웨덴은 '회원국 일방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필요시 무력 사용을 포함한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한 나토 집단방위 5조의 적용을 받게 된다.
200년 넘게 중립 노선을 고집하던 스웨덴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군사 동맹을 위해 이웃 국가인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나토에 가입하려면 기존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한다.
그러나 작년에 가입을 완료한 핀란드와 달리 스웨덴은 헝가리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과거에 스웨덴이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의 부정부패를 문제 삼았고, 헝가리는 민주주의가 약화되고 있는 국가라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양국 관계는 지난 23일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헝가리를 방문해 오르반 총리를 만나면서 급물살을 탔다.
나토 확장 막으려던 푸틴... 정반대의 일 벌어져
이 자리에서 헝가리는 방공망 강화에 필요한 스웨덴산 그리펜 전투기 수입을 약속받았다. 오르반 총리는 "스웨덴이 나토 회원국이 된다는 것은 우리가 서로를 위해 죽을 준비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강조했다.
크리스테르손 총리도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스웨덴은 유럽-대서양 안보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짊어질 준비가 됐다"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막기 위해 전쟁을 시작한 러시아는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까지 나토에 합류하면서 나토와 접한 러시아 국경선은 기존보다 2배가량 늘어나게 됐다. 특히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맞닿은 발트해는 나토 동맹국에 포위당한 형세가 됐다.
미 CNN 방송은 "헝가리 의회 비준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기 위한 마지막 문턱이었다"라며 "스웨덴은 지난 2년간 치열한 협상 끝에 나토 가입의 길을 열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지정학적 타격을 입혔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나토의 확장을 저지하고, 서구 집단주의를 약하게 만들 의도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으나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으로 (푸틴의 계획과)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라고 전했다.
나토의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스웨덴의 합류는 나토를 더 강력하고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