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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경 사건브로커 성아무개(63)씨가 고위 경찰관들을 만나 로비 활동을 한 것으로 취재 결과 파악된 서울의 한 고급 한정식집.
검경 사건브로커 성아무개(63)씨가 고위 경찰관들을 만나 로비 활동을 한 것으로 취재 결과 파악된 서울의 한 고급 한정식집. ⓒ 누리집 갈무리

"저에 대해 강경했던 서울경찰청 수사 기류가 강남 한정식집 회동 이후 확 바뀌었다. 2022년 9월 15일 그 회동엔 경찰 최고위 간부들인 치안정감 A씨(당시 치안감), B치안감, (전직) 수사부장, 그리고 브로커 성씨가 참석했다"

27일 오후 광주지방법원 202호 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용신 부장판사 심리로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출신 장아무개(60) 전 경무관의 변호사법 위반 사건 속행 공판이 열렸다.

장 전 경무관은 브로커 성아무개(63·수감 중)씨로부터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사건 무마 청탁을 받고 4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물이다.

이날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탁아무개(45·별건구속 재판 중)씨는 검사의 질문을 받고 "서울 강남 P한정식집 회동 이후 사건이 잘 처리됐다"고 수차례 증언했다.

1시간여 이어진 증인신문과 반대신문, 그리고 판사의 질문 과정에서 탁씨는 브로커 성씨 주선 아래 회동이 이뤄진 한정식집 이름과 당시 참석했던 경찰 고위직 간부 이름을 실명으로 2~3차례 언급했다.

다만 탁씨는 한정식집 회동 자리에 자신은 참석하지 않았으며, 대신 남동생이 참석해 어떤 인물들이 성씨와 만나 서울청 금수대 사건 처리 방향을 논의했는지 들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한정식집 회동 시점은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탁씨를 코인 투자사기 혐의로 수사 중이던 2022년 9월 15일로 증인신문 과정에서 특정됐다.
  
 서울경찰청 청사
서울경찰청 청사 ⓒ 권우성

탁씨는 또한 한정식집 회동 이후 성씨로부터 "그분들(회동 참석자 등 뒤를 봐준 인물들)이 2억 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고 증언했다.

수사 정보가 서울청 금수대 수사팀장 박아무개씨→피고인(장 전 경무관)→브로커 성씨를 통해 유출됐느냐고 생각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탁씨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서울청 사건... 370억대 코인 투자사기 혐의가 10억대로 축소, 송치됐다"
"제게 불리하지만 증언....당시 저는 누범기간인데 검경 모두 구속 안 했다" 


당시 탁씨는 370억 원대의 코인 투자사기 혐의로 서울청 금수대 수사를 받았으나, 한정식집 회동 이후 편취 금액은 10억 원 수준으로 축소돼 사건이 검찰로 넘겨졌던 것으로 이날 공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한 차례 보완수사를 요구했지만, 사건 처리 방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탁씨는 증언했다.

또한 "저에게 불리하지만 당시 사정을 솔직히 증언하겠다"며 "당시 저는 누범기간이었다. 저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불구속 수사한 것 역시 브로커 성씨와 성씨의 뒤를 봐준 고위직 경찰관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상상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정식집 회동 뒤부터 경찰 출석 시 진술 방향, 소환 조사 일정, 경찰 수사 방향, 피해자 진술 내용 등을 성씨를 통해 전달받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광주지방법원
광주지방법원 ⓒ 안현주

실제 탁씨는 코인 투자 사기 혐의로 2021~2022년 서울과 광주지역에서 경찰과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지난 2023년 10월 별건 사기 사건으로 광주경찰청에 구속되기 전까지 줄곧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았다.

이 때문에 다수 피해자는 브로커 성씨에게 탁씨가 건넨 18억 원대의 로비자금 가운데 상당액이 경찰 뿐아니라 검찰 단계에서 구속을 막는 로비자금으로 사용됐을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장 전 경무관 측 변호인 역시 브로커 성씨 주선으로 고위직 경찰 간부가 낀 한정식집 회동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으나, 그 자리에 장 전 경무관은 없었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청 금수대의 탁씨 사건 수사 정보 유출 역시 장 전 경무관을 통해서가 아니라 한정식집 회동에 참석했던 멤버 등 다른 조력자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성씨와 탁씨 형제 모두 앞선 검찰 조사에서 한정식집 회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이 사건을 수사한 광주지방검찰청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 김진호)는 한정식집 회동과 관련해선 장 전 경무관 외에 다른 관련자는 기소하지 않았다.

회동 멤버로 지목됐던 B치안감의 경우 광주경찰청 재임 당시 경찰관 승진 인사 비리 혐의로 불구속기소했을 뿐이다. 

서울 한정식집에서 브로커 성씨와 경찰 최고위직 간부들이 회동했다는 사실은 지난해 11월 <오마이뉴스> 보도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관련기사]
[단독] 검찰, '브로커 유착' 치안정감·치안감 수사 선상에...강남 한정식집서 수차례 회동 https://omn.kr/26g1d
 
 광주지방검찰청
광주지방검찰청 ⓒ 안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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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 제보 및 기사에 대한 의견은 ssal198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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