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 압수수색에 나서자, 의협이 여기에 반발하는 등 정부와 의협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의협은 오는 3일 대규모 집회를 통해 맞불을 놓을 예정이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1일 오전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현재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 내 컴퓨터, 피의자들의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김택우 위원장(강원도의사회장),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전 의협 회장),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서울시의사회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장, 노환규 전 의협 회장 등 5명을 의료법 위반, 업무개시명령 위반, 형법상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주된 혐의는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이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을 돕고 집단행동을 교사·방조하는 방법으로 전공의들이 근무하는 수련병원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교사·방조한 적이 없다"면서 "떳떳하기 때문에 압수수색에 협조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날 정부의 압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서울아산병원 등 전국 각 병원 전공의 13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홈페이지에 공고했다.
보건복지부는 공고에서 "의료인의 집단 진료 중단 행위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업무개시명령서를 확인하는 즉시 소속 수련병원에 복귀하여 환자 진료 업무를 개시하여 주시기 바란다"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개시 명령을 거부하는 경우 의료법 제66조 및 제88조에 따라 처분 및 형사고발 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라고 밝혔다.
의협 반발 "파국의 길... 저항하겠다"
의협은 이날 경찰의 압수수색과 보건복지부의 업무개시명령 공고에 강하게 반발했다. 의협 비대위는 이날 오후 성명서를 내고 "3.1운동 정신의 뿌리가 자유임을 강조한 정부가 자행한 자유와 인권 탄압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의협 비대위는 "전공의들의 자발적인 의사로 이루어진 사직서 제출을 의협 비대위가 교사했다고 누명을 씌우고, 의협 회원이기도 한 전공의들의 어려움을 돕고자 한 행동을 집단행동 교사 및 방조로 몰아가는 정부의 황당한 행태에 의사들은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라고 전했다.
또한 "이제는 사직 및 계약 종료 등으로 돌아갈 병원도 없는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홈페이지에 게재하면서 노동을 강제하는 행태는, 대한민국에서 의사만큼은 자유를 누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정부가 명확히 확인시켜 준 것이라 생각된다"라고 강조했다.
의협 비대위는 "의사들도 자유를 위해 저항하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면서 "2024년 3월 1일은 의사들이 자유를 위해 저항하고 행동하는 첫 날이 될 것이고,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완전히 비가역적으로 변화하는 첫 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 여러분 죄송하다"면서 "이제 의사들은 대한민국에서 한 명의 자유 시민으로서 인정받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 해나가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 과정은 의사들에게도 힘겨울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드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끝내 의료를 파국의 길로 몰아가려는 정부를 막지 못했다. 죄송하다"고도 강조했다.
의협 비대위는 회원들을 향해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낭떠러지 앞에 서 있다. 우리가 한 걸음 더 뒤로 물러서면, 대한민국 의료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황폐화될 것이 자명하다"면서 "3월 3일 여의도로 모여달라. 그곳에 모여 우리의 울분을 외치고, 희망을 담은 목소리를 대한민국 만방에 들려주자. 대한민국 의료에 자유와 공정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나 되어 나아가자"라고 밝혔다.
주수호 위원장은 "3월 3일 예상보다 (집회 참석자가) 많이 올 것 같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5만 명 이상이 모인 집회를 여러 차례 했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많이 올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회원들이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 '이대로 안 되겠다'고 하면, 하루나 이틀 정도 평일 (집회)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