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은퇴 이후에 아내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만큼 아내와 더 자주, 더 많은 대화를 주고받는다. 지금까지 살아온 과거나 자식 이야기, 노후 생활 이야기, 주변 사람들의 근황 이야기 등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알콩달콩 살아간다.
여러 관심사 중에서도, 60대에 갓 들어선 우리 부부에게 가장 비중이 큰 것은 단연 앞으로의 노후 생활이다. 얼마 전 아내와 '이제 더 이상은 늙지 않고 지금 이대로 30년만 더 살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면서 웃어넘겼다. 늙고 싶지 않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현실성 없는 희망 사항이지만, 건강하고 아름답게 서서히 늙어가고 싶은 것은 사람들의 일반적인 소망 아닐까.
내게 있어 활력을 주고 살맛 나게 하는 건 3가지 'ㅅ(시옷)' 단어, 즉 소통과 숙면, 소망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를 살맛 나게 만드는 가족, 친구, 지인들과의 소통
아내와 나는 둘 다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소리를 가끔 듣는다.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일지라도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우리 부부는 동갑내기라 숫자상의 나이로는 작년에 환갑을 넘겨 60대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50대와 마찬가지로 즐겁게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가정에서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처럼 가정의 화목과 가족 간의 소통을 중요시한다. 아내와 나는 상반된 성격이라 간혹 의견 충돌이 있기는 하나, 지향하는 인생관이나 가치관이 비슷해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예민해진 감정은 햇살에 눈 녹듯 녹아내린다. 서로를 아껴주려는 부부애도 가슴속 깊은 곳에 자리 잡아, 서로 부족한 부분을 잘 보완하면서 나이 드는 것도 의식하지 않고 지낸다.
아들딸과도 거의 매일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가족 간의 끈끈한 정을 느낀다. 자식들은 서울에서 생활하고 아내와 나는 부산에 있어 공간적 거리는 멀지만, 가족의 단체 대화방이나 개별 대화방을 통해 수시로 연락하고 소통해 심리적으로는 거리감 없이 곁에 있는 것 같다.
그뿐 아니라 친형, 친누나와도 이따금 만나기도 하고, 대화방이나 전화상으로 서로 안부를 물으며 형제간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가족과 친밀하게 함께하다 보면 나는 마음이 따뜻해지고 평온해지며 안정감이 준다.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우울감이나 외로움을 떨쳐내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데에 원동력이 된다.
가족 이외에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유롭게 만나 마음껏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 역시 다행스럽다. 내가 살았던 고향 마을은 집성촌이라 성이 같은 죽마고우가 5명이 있다. 이 친구들과는 어릴 때부터 골목길을 같이 누비며 놀았고, 초등학교도 한 반밖에 없어 6년 동안 같은 반에서 공부했으며, 중학교 때까지 같은 학교를 다니며 우정을 나누어서 항상 가족처럼 가깝게 지낸다.
오랜 세월 동안 직장 생활을 같이했던 동료 중에도 뜻이 맞는 동년배나 선후배 몇 명은 여전히 모임을 이어가면서 동료애를 다지고 있다. 이런 친구들이나 동료들과 만나서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기분 전환이 되고 살맛이 나며 활력이 솟는다.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
내가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 못지않게 신경을 쓰는 것은 그날그날의 컨디션이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7~8시간 정도 숙면을 취한다. 잠을 푹 자고 나면 머리가 맑고 개운하여 산뜻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보통 전날 10시~11시에 잠자리에 들고, 다음날 6~7시에 일어난다. 아침에 일어나면 거실에서 가볍게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준다.
매일 규칙적으로 좋은 컨디션을 만들어서 아침 시간을 시작하면 그날 하루를 의미 있고 보람차게 보내기 쉬워진다. 결국 하루하루의 생활이 축적되어 한 사람의 인생이 되는 것이기에, 매일 주어지는 하루를 어떤 컨디션으로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여생이 줄어드는 노년으로 갈수록 좋은 컨디션으로 일상을 즐길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주어진 하루하루를 즐겁고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서는 자기 나름의 목표와 계획도 있어야 한다. 아무런 목표가 없이 무계획적으로 하루살이처럼 살면 인생은 무미건조해지고 살맛이 나지 않는다. 나는 연초마다 올 한 해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 나름의 목표를 정하고, 매달 성취하고 싶은 세부적인 계획을 세운다.
올해 내 주요 목표는 농사를 잘 짓는 것이다. 생업으로 하는 큰 규모의 농사는 아니지만, 나는 농업경영체에 등록된 정식 농업인이다. 이제 곧 우리 지역의 단위농협 조합원으로도 가입하려고 한다.
틈틈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올해의 또 다른 목표이다. 가까운 곳에 시립도서관이 두 군데나 있고, 집 근처에 작은 도서관도 두 군데가 있어서 책을 대출하여 읽기에는 좋은 여건이다. 마음이 가는 대로 글도 꾸준히 써 보려고 한다. 농사와 독서, 글쓰기를 하면서 그날그날 열심히 살다 보면 올해도 뿌듯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믿는다.
아름다운 노년의 삶 살고 싶다면
지금까지 살아온 60여 년을 돌이켜보면 아쉬운 점도 있으나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한다. 내 부모님은 두 분 모두 90대 연세에 돌아가셨다. 부모님 기준으로 하면 나는 아직 30여 년의 짧지 않은 여생이 남았다. 나이가 들고 늙어가는 것은 세월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이겠지만,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늙어가느냐 하는 것은 사람마다 자신의 삶을 대하는 자세에 따라 다르리라.
나는 가족을 비롯한 마음 맞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중시하고, 목표와 계획을 세워서 하루하루 알차고 보람 있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언제 어떻게 될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기는 하나, 앞으로 전개될 노년의 삶도 희망찬 기대를 하면서 살아보려고 한다. 지금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의욕적으로 살아가면 아름다운 인생으로 마무리되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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