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가 되면 SNS에 딸기 디저트 추천 게시글이 자주 등장한다. 메인이나 제목에는 항상 '딸기 시즌'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고 적혀 있다. 생각해보면 '시즌'이라는 단어가 뒤에 붙을 정도로 많은 메뉴가 만들어지는 과일은 딸기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사과 시즌'이나 '바나나 시즌' 같은 단어를 잘 쓰지는 않으니 말이다.
봄은 사계절 중 딸기를 수확하는 양이 가장 많아 다른 계절보다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 하우스 재배를 시작하면서 봄이나 여름에 나오는 딸기보다 겨울에 나오는 딸기가 더 달고 맛있어졌다고 하지만 나는 여전히 봄 딸기를 가장 좋아한다.
사계절 내내 만날 수 있는 딸기를 굳이 봄에 찾는 이유는 그리 특별하지 않다. 그저 한 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여유롭게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때가 지금밖에 없어 '봄=딸기 디저트'라는 생각이 자리를 잡았을 뿐이다.
프레지에 케이크
'프레지에'는 프랑스 디저트로, 딸기의 단면이 케이크 가장자리를 둘러싸고 있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이름도 프랑스어로 딸기를 뜻하는 '프레즈'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스펀지 케이크의 일종인 제누와즈를 반으로 갈라 시럽과 딸기, 마르지판(아몬드 페이스트)을 쌓고 파티시에르 크림이나 무슬린 크림을 넣어 만든다.
프레지에를 만드는 카페 중 가장 좋아하는 곳이 있는데 제철 과일을 사용해서 계절별로 준비되는 케이크가 달라 봄이 오면 맛있는 딸기가 듬뿍 들어간 프레지에를 먹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사진 속 프레지에는 피스타치오 무슬린크림과 피스타치오 다쿠아즈 시트로 만들어졌는데, 버터를 섞어 만드는 무슬린크림과 피스타치오가 정말 잘 어울린다. 크림층이 두꺼워 보이는데도 맛이 과하거나 느끼하지 않은데 그건 생딸기의 상큼달달함이 맛을 잡아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프레지에와 달리 케이크는 기본 시트인 제누와즈에 시럽을 바르고 생크림이나 과일 등을 쌓은 후 시트를 올리는 것을 2~3번 반복하여 만든다.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는 대중적인 디저트이다 보니 퀄리티나 가격 차이가 심해서 항상 맛있는 딸기 케이크를 찾아 헤매고 있다.
정말 맛있는 딸기 케이크는 역시 메인인 딸기가 맛있어야 한다. 과일의 당도가 케이크의 맛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잘 익은 딸기는 선홍빛을 띄는데, 단면을 봤을 때 테두리에 색과 무늬가 짙고 선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봄이 올 때마다 딸기가 잔뜩 올라간 케이크는 여러 번 먹어봤지만 과일 자체의 당도가 낮거나 설탕에 절여진 딸기가 대부분이었고, 과일이 맛있으면 크림이 느끼하거나 제누와즈가 푸석거리고 퍽퍽해 아쉬울 때가 많았다. 기본적인 디저트일수록 맛있게 만들기 어렵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대전의 유명 빵집 딸기 케이크를 먹기 위해 2~3시간의 거리를 이동해볼까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 케이크를 만들려고 딸기밭까지 매입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 케이크 원정을 고민하게 되는 요즘이다.
생딸기빙수
봄이 되면 유명 체인점부터 호텔, 카페까지 생딸기가 잔뜩 올라간 빙수가 포스터 한 켠을 장식한다. 실제로도 얼음을 가릴 정도로 빈틈없이 채워진 붉은 딸기를 보고 있으면 딸기철이 왔다는 게 실감이 난다.
생딸기빙수는 하얗게 쌓인 얼음에 딸기를 올리고 과일 시럽이나 아이스크림 등등을 곁들이는데, '생딸기'라는 단어가 이름에 들어가는 만큼 설탕에 절여진 단맛이 아닌 딸기 자체의 단맛을 메인으로 하는 곳을 좋아한다.
부드럽고 고소한 우유 얼음이나 사각거리는 간얼음에 딸기와 딸기 시럽의 새콤달달한 맛이 적절히 섞여 홀린듯이 숟가락을 움직이게 된다. 간혹 화려한 비주얼에 비해 딸기의 당도가 떨어지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딸기 빙수는 맛있게 먹었던 것 같다.
과일이 많이 들어갈수록 가격대가 높아져 자주 먹지는 못하지만 이것만큼 맛있는 딸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디저트가 흔치 않아 날이 따뜻해질수록 가끔씩 생각이 난다.
딸기 타르트
수많은 디저트 종류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건 역시 과일타르트다. 어렸을 때부터 시작된 타르트 사랑은 성인이 된 지금까지 이어져 이제는 내돈내산으로 맛있는 타르트를 찾아다니며 맛보고 있다.
타르트 반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바삭한 식감과 달콤한 맛을 가진 파트 쉬크레(pâte sucrée)와 나뭇잎처럼 바스러지듯 부서지는 식감을 가진 파트 푀이테(pâte feuilletée). 파트 쉬크레는 대중적인 타르트 반죽으로 가벼운 크림이나 과일이 올라간 타르트에서 많이 볼 수 있고, 파트 푀이테는 대부분 에그타르트나 파이 반죽에 주로 사용된다.
가장 좋아하는 건 파트 쉬크레 반죽으로 만든 타르트지에 크림치즈와 생크림, 요거트를 섞어 만든 새콤달달한 필링을 채운 후 딸기를 올려 장식하는 타르트이다. 그중에서도 설탕이나 시럽에 절인 딸기를 올린 타르트가 아닌 생딸기를 올린 타르트를 더 좋아한다. 생딸기가 가진 약간의 산미가 맛의 밸런스를 유지시켜 주기 때문이다.
딸기가 들어간 디저트는 어딜가든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파이, 페스츄리, 마카롱, 아이스크림 등등... 한 해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3월, 다른 때보다 붉은색이 가득해진 메뉴판과 쇼케이스를 보며 봄이 가까워졌음을 느끼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