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전쟁을 둘러싸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립하는 가운데, 정치적 라이벌이 정부 승인 없이 미국으로 향하면서 분열을 드러냈다.
이스라엘 전시내각 각료이자 야당 국민 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는 3일(현지시각)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간츠 대표는 미국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여야 의원 등 최고위급 지도부를 만나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한 이스라엘과 미국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한 명뿐"
그러나 간츠 대표가 이스라엘 정부의 정식 승인을 받지 않고 미국으로 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국정 최고 책임자인 네타냐후 총리에게 출국 이틀 전인 지난 1일에서야 미국 방문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타냐후 측 관계자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간츠 대표와 "힘든 대화"를 나눴으며, "이스라엘의 총리는 한 명뿐"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분명히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간츠 대표의 미국 방문은 총리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이뤄졌다"라며 "각료의 외국 방문은 사전에 승인받아야 한다는 정부 규정에도 위배된다"라고 지적했다.
군 참모총장 출신으로 과거 네타냐후 총리와 연정을 구성한 적도 있지만, 중도에 결별한 간츠 대표는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하자 이스라엘 정부의 반격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전시 내각에 참여했다.
그러나 가자지구 공습, 인질 석방 및 휴전 협상 등 전쟁과 관련한 주요 의제를 놓고 네타냐후 총리 측과 이견을 드러냈다.
네타냐후 정권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데다가 인질 석방도 지지부진하면서 간츠 대표의 지지율이 올라갔고,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네타냐후 총리를 넘어서기도 했다.
또한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이 지지하는 '두 국가 해법'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으며, 바이든 대통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의 마지막 피란처인 국경도시 라파 공격을 강행하기도 했다.
'온건파' 간츠, 지지율 급증... 네타냐후 넘었다
AP통신은 "온건파를 이끌며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파를 견제해 왔던 간츠 대표의 이번 미국 방문은 네타냐후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이 의견 차이로 깊은 갈등에 빠진 가운데 이뤄졌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간츠 대표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하마스와의 인질 석방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경우 간츠 대표의 지지율을 더 올라갈 것"이라며 "그는 오늘 당장 선거를 해도 이스라엘 총리가 될 수 있을 만큼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휴전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양측의 요구가 엇갈리면서 난항을 거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 명단과 생존 여부 기록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고,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반대하고 있는 영구 휴전을 인질 석방의 조건을 내걸면서 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하마스 측 대표단은 이날 협상을 위해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했으나, 이스라엘 정부는 대표단 파견을 보류하기로 했다.
하마스 측 관계자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 피란민의 가자지구 북부 귀가 문제 등을 놓고도 이견이 있다"라며 "월요일(4일)까지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