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군은 이번 지방소멸 대응기금 사업에서 가장 높은 A등급으로 책정돼 210억 원의 기금을 확보했다. 함양을 발전시킬 수 있는 많은 예산을 확보한 것은 정말 좋은 일이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만큼 소멸 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년세대의 인구감소와 유출, 일자리 부족 등 함양이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는 막막할 정도로 산적해있다. 청년인구를 유입시키고 유출을 막는 것은 우열을 가릴 것 없이 시급한 문제다. 청년세대는 인구문제 해결에 중요한 열쇠가 되는 세대다. 현재 함양군뿐만 아니라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세대를 유입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혹자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인구 유치를 위해 힘쓰는 사태를 보며 지방을 찾아온 청년들이 힘든 일을 싫어하고 지원금만 밝힌다며 비판한다. 정말 청년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환경에서 청년들이 행복하게 정착할 수 있을까? 이에 본지는 이미 함양에서 살고 있는 청년의 삶 속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고 청년들이 함양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 기자 말
경험
함양토박이던 강태우씨는 여행을 좋아했기 때문에 외국에서 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 그렇게 정했던 것이 호텔리어. 남들처럼 그저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아니라 군대를 다녀온 후 필리핀 어학연수를 1년 떠났다.
이후 해외 교육기관에 입학하기 위한 공인영어시험인 IELTS를 응시한 후 25세에 스위스 호텔학교에 진학했다. 호텔경영을 전공하며 6개월 강의를 수료하고 6개월간 실습을 위해 태국 방콕의 5성급 호텔 샹그릴라 방콕로 떠났다. 학사 학위를 받고서 태국 치앙마이의 5성급 호텔 아난타라 치앙마이에서 3개월 인턴십 근무도 마쳤다.
"저는 확실히 남들보다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가 많았어요. 필리핀, 유럽, 태국 등 많은 나라의 문화를 만나는 일이 모두 저에게는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각자의 위치에서 치열하게 사는 모습은 저에게 동기가 되기도 했던 것 같아요."
유럽에 있을 때는 다양한 미술관과 박물관을 다니는 경험을 즐겼다.
"일주일 파리 여행 중 4일을 루브르 박물관에 있었는데 그래도 모든 곳을 다 못 봤어요."
유럽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아쉬움도 많다. 독일어 문화권의 도시인 루체른에 지내면서 독어를 못하는 동양인으로 지내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태우씨는 오히려 유럽보다 태국에 있을 때 더 행복했다.
"우선 물가의 문제도 있어요. 유럽에서는 항상 돈이 없어서 가보고 싶은 식당도 잘 못갔는데 태국에서는 다양한 식당과 다양한 호텔을 더 경험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물가가 저렴한 것도 있겠지만 우선 태국 사람들은 친절하고 편견이 잘 없었어요. 그래서 훨씬 더 사는 게 행복했던 것 같아요."
서울
전국을 돌며 호텔을 경험하던 강태우씨의 다음 직장은 서울이었다.
"스위스가 호텔로 유명하고 커리어를 시작하기에 유리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음식이나 문화, 향수병 등의 문제를 해결하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결국 서울로 오게 됐습니다."
태우씨는 서울에 위치한 5성급 호텔인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태우씨의 취미인 와인과 커피 역시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 근무하며 시작한 취미다.
"서울에서 일할 때 제가 와인 파트에서 1년 넘게 있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이전에는 와인을 정말 하나도 몰랐는데 소믈리에들이 와인을 선별하는 과정을 옆에서 보고 실습하고 맛보면서 와인의 매력을 알게 됐어요. 레드와인이라면 다 좋지만 제일 좋아하는 품종은 남미에서 나오는 말벡이에요. 묵직한 그 느낌을 좋아해요."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근무하던 태우씨는 2년을 넘어가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한국에 온 건 좋지만 서울에서 삶을 지속하기에 막막했다.
"서울 지역 자체가 제가 살기에는 너무 팍팍했어요. 월급으로 충당할 수 없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내가 서울에서 근무를 하면서 살 미래가 불투명해져서 항상 함양에 내려가고 싶었어요. 전공과 지역이 잘 안 맞아서 기회가 없었는데 인산가 웰니스 호텔의 이야기를 듣고 함양으로 오게 됐어요."
강태우씨는 그렇게 지금은 인산가 웰니스 호텔의 3년차 호텔리어다.
고향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 태우씨는 최종 정착지를 함양으로 정했다. 함양의 인산가 웰니스 호텔을 경유지가 아닌 종착점으로 생각한 이유를 태우씨에게 들어봤다.
"저는 함양이 고향이고 학창시절을 함양에서 보냈기 때문에 친구가 많아요. 그리고 저는 사람이 많은 공간보다는 한적한 공간을 좋아하거든요. 서울에서는 출퇴근 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는데 함양에서는 그럴 일이 없어서 행복해요."
태우씨는 인산가 웰니스 호텔이 자기가 일하거나 이용했던 5성, 4성급 여러 호텔들과 견주어도 호텔 퀄리티가 밀리지 않는 곳이라고 자부했다.
"직원만 천 명 넘게 있는 전세계 최고급 브랜드 호텔에 근무해보고 경험해봤지만 인산가 호텔은 대형 5성급 호텔의 룸 퀄리티와 비교해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 곳이에요. 그래서 아쉬워요. 호텔의 등급은 룸 퀄리티나 서비스가 아니라 시설로 결정이 되거든요. 여기가 정말 좋은 호텔인데 단지 2성급이라고만 생각하실 것 같아 아쉬워요. 반면에 한 번 경험하신 분들은 다시 방문해주시는 경우가 많아요. 시설과 서비스면에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곳이거든요."
태우씨는 세계 다양한 경험을 거쳐서 결국 학창시절을 보냈던 함양을 종착점으로 결정했다. 다양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함양에 대한 확신을 더 크게 가질 수 있었다. 태우씨가 갖는 비전만큼 이 지역의 청년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다면 함양 구석구석이 활력으로 가득찰 것이다.
요즘 태우씨의 과제는 호텔 파트를 더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기회가 생긴다면 인산가를 발전 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도시보다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은 함양에서도 분명하게 목표를 갖고 노력하는 청년들이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