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부터 봄을 재촉하는 비가 잦다. 그래서일까? 겨울장막에서 숨죽인 것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마당 돌 틈사이 괭이풀과 민들레가 얼굴을 내밀고, 텃밭 사이사이 냉이와 달래가 눈에 띈다. 텃밭에는 마늘, 양파가 창처럼 치솟고 봄동은 온몸을 펼쳐 하늘을 우러른다.
나는 은밀하게 잎 포개어
속내를 감추는 가을 배추 아닌
겨우내 언 땅에 몸 펼쳐
하늘과 맞서는 당당한 봄동이다
북풍한설도 두렵잖다
매서운 시련만큼 단내나는 몸
푸르디 푸른 이파리 넓히려
진솔한 노오란 싹을 내고 낸다
오랜 갇힘과 시큼한 것이 싫은 사람들아
내 밑둥 잘라 봄의 노래 불러라
동지 지나 뿌리마다 봄물 흘러
달래 냉이 씀바귀 움칠대고
배고픈 시대 힘이던 보리 솟구친다
봄을 부르는 당당한 것들아
다 함께 봄문 활짝 열고서
남풍 부는 희망의 들판이 되고
밥상 위 입맛 돋우는 봄맛이 되자
내가 쓴 자작시 '봄동의 노래'처럼 봄동은 겨울에 바깥에서 자라면서 옆으로 퍼진 개장형의 배추를 말한다. 겨울의 추운 날씨를 견디면서 자라는 봄동은 배추의 속이 꽉 차지 못하고 잎이 옆으로 퍼져 볼품은 없지만, 일반 배추보다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있고, 씹을수록 달짝지근하며 고소한 맛이나 봄식탁의 터줏대감이다.
봄동은 나쁜 콜레스테롤을 제거하고, 면역력을 높여서 감염성 질환을 예방한다. 무엇보다 찬 성질을 지니고 있어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 좋으며, 섬유질이 풍부해 위장의 활성화를 돕기 때문에 변비와 피부 미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베타카로틴, 철분, 칼륨 등의 각종 미네랄 성분이 빈혈증상 예방 및 개선에 도움이 된다. 늦겨울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등 각종 영양소를 보충하기에 좋은 식재료이다.
하여 우리 집 텃밭의 봄동은 쌈은 물론이고 나박물김치, 겉절이,나물,토장국과 전으로 자주 오른다. 얼마 전엔 땅끝 해남 금강 마을에선 부녀회장을 비롯해 부녀회원들이 봄동 요리로 어르신들의 입맛을 돋워주기도 하였다.
특히 이른 봄에 피어올라 봄의 활력을 듬뿍 지니고 있는 봄동은, 겨울철에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채소만 섭취해 둔해진 신체기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좋은 봄철 음식이다.
이런 봄동은 전남을 대표하는 월동채소 중 하나다. 90% 이상을 전남에서 재배하고 있는데 완도, 진도, 해남, 신안 등지에서 주로 재배한다.
그래서일까? 해풍 맞아 달근해진 봄동 수확으로 젊은 사람들이 봄동 수확 알바를 가서인지 마을회관엔 젊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전남지역은 봄동 수확이 한창이다. 상큼하고 달콤한 봄동겉절이비빔밥에 봄동 토장국으로 잃은 입맛 살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