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기후> 출연자 중 정상숙 선생님은 경기도의 32개 태양광발전 시민협동조합의 연합체인 경기에너지협동조합의 핵심 간부다. 당연히 태양광 일을 오랫동안 해온 그녀는 최근 오기후에 출연할 때마다 3연속 바이오가스 사례를 취재해 방송에서 말했다. 이번에도 그랬다.
"제가 바이오가스를 너무 자주 하나요. 이번에도 그 아이템인데 괜찮을까요?"
우리는 다양한 신재생에너지를 다루는 차원에서 그녀의 시도가 의미있다고 봤다. 그런데 태양광을 하는 그녀가 바이오에너지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데에는 각별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 3월5일 방송에서 그 이유가 공개됐다.
"제가 바이오가스화에 대해서 왜 이 꼭지를 이렇게 열성을 들여서 말씀을 드리냐면 현재 재생에너지 중 태양광이나 풍력은 '간헐성'이라는 문제가 있잖아요. 바람이 불거나 태양이 뜰 때라는 '간헐성'이라는 부분이 있어서 배터리가 많이 발달할 때까지 그 시간 동안 저는 바이오 가스화로 에너지 간헐성 문제를 극복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고요. 이런 사례들이 사실 유럽에서는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어요."(정상숙 경기에너지협동조합 이사)
간헐성, 비가 오거나 눈이 많이 와서 태양광 효율이 떨어질 때, 해가 뜨지 않는 밤에, 바람이 덜 부는 날에 전력효율이 떨어지는 문제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똥'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축산강국 덴마크는 동물농장에서 나오는 그 많은 분뇨들을 100% 바이오 에너지로 만들고 있다. 이를 통해 축산분뇨 냄새를 없앨 뿐 아니라 버려지던 분뇨를 혐기발효시켜 메탄가스를 포집하고 이 가스로 재생 전기와 열을 만든다. 최근에는 이 시스템 안에 사람이 먹고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를 섞어넣는데 에너지 효율이 더 높아진다는 사례가 보고된다. 그래서 덴마크에서는 바이오가스를 아예 도시가스와 연결시키는 시스템까지 만들고 있다고 한다.
"제가 처음에 도시가스에 바이오가스가 접목될 미래를 좀 그려봅니다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어요. 그런데 덴마크에서는 이 가축 분뇨 대부분을 바이오가스화 하는데 거기에 23%가 도시가스에 투입된다고 합니다. 2035년에는 100%를 축산분뇨로 만든 바이오가스를 도시가스에 넣는다고 합니다. 굉장히 희망적인 소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악취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민가에서 멀리 더 멀리 쫒겨나고 있는 축산농가의 분뇨들이 오히려 난방비를 절약하고 환경을 위하며 농가에는 발전수익까지 안겨주는 새로운 자원으로 태어나게 된다.
이 역시 남의 일이 아니다. 경기도 이천에도 그런 미래를 그리는 사례가 올해 초 생겨났다.
"경기도 이천 지역이 축산 농가가 많아요. 설성면에는 그래서 38개 농가에서 5만 8천 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거든요. 여기서 하루에 275톤의 가축 분뇨가 발생한다고 해요. 그런데 설성면에 있는 주식회사 이천 바이오 에너지는 하루에 70톤만 바이오에너지로 처리할 수 있는 거예요. 많이 부족하죠.
그런데 이번에 이천시와 함께 농림축산식품부에서 하는 자원 공동화 시설 지원 사업에 채택이 돼요. 196억원의 사업비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하루 처리하는 톤수를 140톤을 더 증설할 수가 있는 거예요. (70톤 플러스 140톤 되나요? 그러면 총 210톤?) 그렇죠. 그렇게 되면 나머지 부족분은 공공에서 감당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하루에 나오는 가축분뇨를 거의 100% 바이오에너지로 처리할 시스템이 만들어진거죠."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주민들은 이 대규모 사업을 주도하는 바이오기업에게 3가지를 요구했다고 한다. 축산 악취 없는 마을, 농사용 에너지자립형 스마트팜 단지 조성, 경축 순환 친환경 마을 만들기.
이 세 가지 요구 사항이 바이오 에너지 시설을 중심으로 풀려나가게 된것이다.
"지금 이천 바이오 에너지가 있는 곳에서는 어떻게 돼있냐 하면 이천 바이오 에너지를 중심으로 축산농가가 있고 일반 농사를 짓는 경종농가가 있고 그 앞에는 로컬 푸드 매장이 있어요. 그런데 아직 시설 스마트팜 시설은 없는데, 이번 사업을 계기로 설치가 되는 거죠. 스마트팜까지. 그래서 한 마을이 바이오가스화 시설을 중심으로 재구성 된다고 바라보면 될 거예요."
마을의 재구성, 이는 2년 여에 걸쳐 바이오가스 사업자가 주민들과 함께 계속 논의하고 선진지도 탐방하고 시스템도 보완하면서 이뤄낸 성과였다.
"주민들의 수용성 부분이 참 문제가 됐었잖아요. (똥이 우리 동네에 다 모인다는) 그런데 여기 주식회사 바이오에너지에서 2년여 동안 계속 주민들과 같이 논의를 해왔어요. 교육도 같이 하고 토론회도 같이 하고 선진지 탐방도 하고 그래서 이 이천에 있는 이 주민들이 이천 설성면에 있는 주민들이 수용성 측면에서 높아진 거죠. 환경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신뢰성이 생긴 거예요. 그래서 이 마을 주민들이 세 가지를 요구하면서 요청하면서 시설 증축을 같이 하는 거거든요."
이천의 사례는 우리나라 다른 지역의 바이오 에너지화에도 중요한 가이드라인으로 삼아도 충분할 것 같다. 다시한번, 주민들의 세가지 요구사항을 정리하면 ▲ 악취 없는 축산 분뇨 처리 ▲ 에너지 자립하는 스마트팜 시설 건축 ▲ 축산과 경종농업이 순환하는 경축순환농업. 이 세가지 요구사항이 관철되며 이천시 설성면에는 주민동의를 얻은 대규모 바이오에너지 시설이 증축될 수 있었다.
"이런 시설들이 우리나라에서도 의무화될 수 없나요?"
문자로 청취자 질문이 들어왔다. 우리도 궁금한 대목이었다. 정상숙 선생님은 밝은 표정으로 답했다.
"2023년 12월 30일 날 바이오가스 촉진법이 제정이 됐어요. 그 시행령에 보면 2050년까지 유기성 폐기물 사실 저는 저희는 유기성 폐자원이라고 하거든요. 폐자원의 80%를 바이오가스화해야 되는 의무 규정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2025년에는 공공기관에서 먼저 해야 되고요. 2026년부터 민간 업체들도 하기 시작해서 점차적으로 확대하는 얼마 남지 않은거죠."
하지만 의무화 계획에 대해 축산농가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시설비 부담과 주민 민원 걱정이 그 이유다. 대안은? 정상숙 이사(경기에너지협동조합)는 정부 지원을 전제로 하면서도 축산농가들의 발상전환을 제안했다.
"현재 축산농가는 축산업으로 수입을 창출하는데 독일 같은 데서는 작은 규모로 바이오가스화 시설을 하거든요. (농가들이 연합해서) 작은 규모의 바이오가스화 시설을 갖춰 전기를 판매할 수 있다면 축산 농가에서 수익이 더 창출될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수익적 측면으로 국내 바이오에너지 사례를 접근해 봐도 괜찮습니다. 저는 그래서 축산농가들이 연합해서 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필요하고 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똥의 재발견, 다음에는 어떤 사례를 취재해 들려주실지 매출 수치 하나하나 꼼꼼하게 현장에서 대조해 들려주시는 정상숙 선생님의 열정을 응원하며 감사드린다.
덧붙이는 글 | * 이 내용은 지난 2024년 3월5일 OBS 라디오 '오늘의 기후' 방송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오늘의 기후'는 지상파 라디오 최초로 기후위기 대응 내용으로 매일 편성되었으며 FM 99.9 MHz OBS 라디오를 통해 오후 5시부터 7시30분까지 2시간 30분 분량으로 매일 방송되고 있습니다. 유튜브 라이브(OBS 라디오 채널)와 팟캐스트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