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아산FC의 홈 유니폼 색깔이 도마 위에 올랐다. 올시즌 첫 홈경기에서 충남아산FC 선수들이 기존 파란색 홈 유니폼이 아닌 지난 2월 공개된 '빨간색' 유니폼을 입었기 때문이다.
충남아산FC 팬들은 "축구는 정치 도구가 아니다"라며 명예구단주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박경귀 아산시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총선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두 지자체장 소속 정당 국민의힘의 색깔이 들어간 유니폼을 입혔다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
지난 9일 열린 충남아산FC 올 시즌 홈 첫 경기 현장. 충남아산FC 선수들은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올랐다. 빨간색 유니폼은 지난 2월 처음 공개된 것이다. 지난 2월 27일 구단 측은 홈페이지 '구단뉴스'를 통해 "구단 연고지인 아산시가 이순신 장군이 영면한 도시로서 역사적 가치를 담아내고 이순신 장군의 충무공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장군복 색상인 붉은색을 캐치프레이즈에 녹여냈다"고 알렸다.
하지만 파란색 홈 유니폼이 있는 상황에서 홈에서의 개막 첫 경기에 빨간색 유니폼을 등장시켜 팬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10일 '소붐TV'가 유튜브에 공개한 첫 경기 현장 브이로그에 따르면, 관중들은 "축구는 정치 도구가 아니다" "김태흠, 박경귀 OUT" 등의 현수막을 펼쳤다.
또한 서포터즈는 시축에 나선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박경귀 아산시장을 향해 "김태흠 나가", "박경귀 나가"라고 야유를 보냈다. 당시 김 지사와 박 시장 또한 빨간색 유니폼을 입었다. 이에 4.10 총선을 앞두고 구단주인 박경귀 아산시장이 소속 정당 색으로 축구단의 유니폼 색깔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른다.
충남아산FC 서포터즈 "팀 컬러 파랑·노랑 점점 사라지고 붉은색으로 물들어"
충남아산FC 서포터즈 '아르마다'는 지난 11일 성명문을 내고 "시즌 개막이 다가올수록 구단에서 빨간색 유니폼에 대한 소식이 들려왔고 구단 유니폼 발표시 서드 유니폼으로 빨간색 유니폼이 생긴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라며 "당황했지만 당연히 홈 개막을 제외한 원정이나 특별한 상항 이외 홈에서는 기존 파랑 유니폼을 입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홈 개막을 앞두고 홈 개막전에 서드 유니폼을 입을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면서 "온·오프라인 구단 관련 홍보물에서 팀 컬러인 파랑과 노랑이 점점 사라지고 붉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라고 지적했다. 아르마다는 이와 관련해 구단에 면담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개막 당일 오전엔 구단으로부터 사전협의 없이 빨간색 깃발을 사용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날 아르마다는 항의성 현수막을 제작해 사용했는데, 경기 중간인 하프타임에 철거를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소속을 확인하기 어려운 인물이 서포터즈를 상대로 '지원금에 대한 언급(지원할 수 없다)', '축구팀은 도의 것이다', '팀 색은 종종 바뀔 수 있다'라며 과격한 행동을 했다는 것이 아르마다의 주장이다. 아르마다측은 이 인물이 도 관계자인 것 같다고 추측했다.
시민사회도 반응했다. 아산시민연대는 11일 성명문에서 "보통 개막전에서 홈팀은 자체 상징색 첫 번째 유니폼을 입는다고 한다. 하지만 아산축구단은 지난 9일 개막전에서 두 번째도 아닌 세 번째 유니폼 '빨간색'을 입었고, 명예 구단주 김태흠 도지사나 구단주 박경귀 아산시장은 소속 정당 정당색인 '빨간색' 선수 유니폼을 입고 인사말을 했다"면서 "이러하니 축구팬이나 시민들의 비난을 자초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경귀 아산시장은 선거법위반으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사법절차 문제로 인해 다시 2심이 진행 중"이라며 "그럼에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선거중립 의무가 의심받을 수 있는 사안이 발생했다. 프로축구연맹의 허락을 받았을지라도 박 시장은 이러한 불신이 어디에서부터 기인했는지 다시 한 번 엄중히 살피고 자중하며 언행에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단 측 "정치적 논란 당혹스러워... 계획대로 파란-빨간 유니폼 혼용할 것"
충남아산FC 측은 "정치적으로 논란이 돼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구단 관계자는 12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었다. 구단이 정치적으로 휩쓸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빨간 유니폼 도입 배경에 대해서는 "(지난 2월) 구단이 유니폼을 발표할 때 '올해는 파란색-빨간색-흰색을 입겠다'고 발표했었다"면서 "빨간색 유니폼을 만든 이유는 강렬해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순신 축제를 기념하는 차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개막전 당일 사전협의 없이 빨간 깃발 사용을 요청했다'는 논란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구단이 흰색, 파란색, 빨간색 깃발을 제작했는데 (서포터즈에) '이런 깃발이 있으니 필요하면 배부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빨간 깃발을 흔들어달라'고 요청하진 않았다"고 반박했다.
'앞으로 빨간색 유니폼을 어떻게 할 건지' 묻자 이 관계자는 "원래 계획대로 혼용해서 입을 것"이라며 "원정 때 흰색 유니폼을 입으니, 홈경기 때는 파란색-빨간색 유니폼을 혼용할 것이다. 그런식으로 운용하려고 제작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