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는 도중 주 호주 대사에 임명돼 출국한 이종섭 대사가 12일 대사관 홈페이지에 인사말을 통해 공식 부임 사실을 알렸다.
이 대사는 이날 대사관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우리 대사관은 양국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포함한 역내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고, 국방·방산 협력 동력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호주는 한국전쟁 당시 1만 7000여 명을 파병한 혈맹이자, 자유, 민주주의, 법치 등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인도-태평양 역내의 핵심 우방국"이라며 "양국은 1961년 수교 이래 외교, 국방, 방산, 경제, 문화, 인적교류 등 다방면에서 우호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왔고, 한반도와 역내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 이 대사는"우리 대사관은 공급망 안정과 핵심광물을 포함한 자원·에너지 등 경제안보 제고를 위해 호주와의 공조를 강화하고, 호주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이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면서 "한-호 관계 발전의 교두보가 되어 호주 전역 16만 명이 넘는 우리 동포사회의 권익 신장과 호주를 찾는 우리 국민들에게 신속하고 효율적인 영사서비스 제공을 위해 지속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호주 공영 ABC 방송 "자국 부패 수사에도 입국" 보도
지난 4일 호주 대사에 임명된 이 대사는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 요청으로 지난 1월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논란을 빚었다. 이 대사는 자신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풀어 달라고 법무부에 신청했고, 법무부는 8일 출국금지심의위원회를 열어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이후 이 대사는 지난 10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브리즈번행 항공기를 타고 출국했다.
한편, 호주 공영 ABC 방송은 12일(현지시각) '한국 대사 이종섭, 자국 부패 수사에도 호주 입국'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군인 사망 사건 관련 부패 수사에 연루된 전 국방부 장관이 논란이 되고 있는 대사직을 맡기 위해 호주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한국 공수처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를 그가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면서 "지난 주말, 한국 법무부는 이종섭에 대한 출국 금지 조치를 해제해, 그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떠날 수 있도록 했다"며 '출금해제' 논란을 전했다.
방송은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대사에게 외교관이라는 직함을 부여해 도피를 도왔다"는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이 대사 부임에 대한 야당의 비판에 대해서도 비교적 상세하게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