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시 신동 일부 주민들이 마을 인근을 지나는 미당천의 오염 피해를 호소하며 이주를 요구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극심한 하천 오염 때문에 '장기적으로 사람이 살수 없는 곳'이라고 판단하며 제천시장 면담을 요청하는 등 이주 필요성을 강력 주장하고 있다.
미당천은 봉양읍 미당리에서 신동 구간을 흐르는 하천이다. 본류는 제천 제1, 2산업단지를 통과하고, 지류는 왕암동폐기물매립장을 거쳐 장평천으로 흘러든다.
"물고기 잡고 물장구치던 청정하천인데 어쩌다 이 지경까지..."
주민 A씨는 "미당천 오염은 최근 현상이 아닌 지난 10여 년간 지속돼 오던 문제다. 지난 6일에도 탁수와 오염물질이 하천을 뒤덮었지만 산단 배출인지, 아니면 매립장 침출수인지 원인조차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인 규명이 지연되면서 주민들은 아세톤 냄새 등 악취로 시름한다. 공해병 진단도 필요한 상태다. 이에 더해 마을 인근에는 제4산업단지가 들어설 예정인데 이에 따른 추가 피해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주민 B씨는 "청정지역이던 마을이 지하수를 팔 때마다 '음용 불가' 판정을 받는다. 결국 땅 속 전체가 오염됐다는 반증이다. 심지어 이 마을에서 생산되는 쌀 등 농작물을 주민들은 아예 먹지 않는다. 농사꾼 입장에서 볼 때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주장했다.
주민 C(90)씨는 "평생을 살아온 삶의 터전인데 이 지경으로 변해 너무 안타깝다. 이 나이에 이사를 가는 건 어렵다. 당국이 신경을 써 다시 예전의 미당천으로 돌려주길 바란다"고 했다.
주민들은 제천시에 진정서를 내기로 했다. 주요 내용은 ▲조속한 거주지 이전 ▲왕암동 매립장의 완전한 이전 ▲주민들을 기망하고 방치한 제천시의 직무유기 행위에 대한 반성과 사과 등이다.
주민들은 왕암동폐기물매립장 주변 지하수 수질이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주장하며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염소, 페놀, 비소, 시안, 벤젠 등 독극물이 최대 879배까지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다.
제천 제4산업단지의 추가 입지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3년 뒤 가동할 산단으로 인해 지금보다 더한 하천·토질·대기오염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이라고도 토로했다.
제천시 "이주 법적 근거 없어", 정밀실태조사 착수
주민들의 반발과 이주 요청이 거세지자 제천시는 이주에 따른 법적 검토에 들어갔지만 현재로선 법적인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는 주민들의 집단 민원에 근거해 다음달부터 하천과 주변 지하수에 대한 정밀실태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용역비 3억 원을 들여 6개월 간 실태조사에 착수한다. 용역 결과를 토대로 향후 시의 대응방향을 결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