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및 보강: 15일 오후 1시 19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생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선거법 검토했느냐"며 목소리를 높여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지난 14일 이 대표는 대전 중구 으능정이 문화거리를 방문했습니다. 이 대표의 발언이 끝난 뒤 한 여성이 "민심 대덕 실력있는 박정현"이라고 적혀있는 피켓을 건네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이 대표는 피켓을 유심히 보면서 "이거 안 될 것 같은데. 선거법 검토했느냐"며 묻습니다. 대답이 없자 이 대표는 큰 목소리로 "선거법 검토했느냐"고 거듭 물었습니다. 같은 당 예비후보의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구는 별 무리가 없어보이는데 이 대표는 왜 목소리를 높이며 거절한 것일까요?
왜 예비후보들은 피켓을 항상 목에 걸고 있나?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국회의원 선거의 후보자 등록은 3월 21일부터이며 공식 선거운동은 3월 28일 0시부터 4월 9일 24시까지입니다. 지금 지역구에 출마한 이들은 모두 예비 후보자들입니다.
예비후보자라고 해도 공식 선거 운동 기간 전에는 마음대로 선거 운동을 하지 못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피켓입니다. 요즘 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출퇴근 시간대에 예비후보자들이 피켓을 목에 걸고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피켓에는 선거 공약 대신 "여러분의 오늘을 응원합니다", "oo 정치인", "일하고 싶습니다" 등의 문구가 있습니다. 예비후보자들은 이런 피켓을 항상 목에 걸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는 공직선거법 때문입니다. 공직선거법상 사전 선거운동은 불법이지만, 예비후보자 본인이 표지물을 착용·소지하는 것은 예외적으로 허용됩니다. 공직선거법은 제60조의 3에 따르면 예비후보자 등의 선거운동은 "선거운동을 위하여 어깨띠 또는 예비후보자임을 나타내는 표지물을 착용하거나 소지하여 내보이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착용만 가능했지만, 올해 1월 18일부터는 소지까지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의 해석은 보수적입니다. 피켓 등 표지물을 예비후보자가 바닥에 내려놓는 것은 손, 다리 등 신체에 접촉하지 않은 상태이기에 허용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비후보자가 선거운동용 피켓을 바닥에 내려놓되 자신의 다리에 기대어 세워놓은 상태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것은 다리에 표지물이 접촉된 상태가 유지되고 있기에 가능합니다.
개정 이전, '착용'만 가능했던 시절에는 부산 해운대구의 한 예비후보가 피켓을 땅에 내려놓았다가 선관위로부터 주의를 받았습니다. 무거워서 잠시 내려놓았다는 변명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선관위는 이를 허용하면 무겁다는 핑계를 대고 여러 개의 피켓을 땅이나 벽에 기대 놓아도 제재할 수가 없기 때문에 엄격하게 제한한다고 합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강무길 부산시의원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며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강 시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선거 피켓을 양손에 잡고 머리 위로 들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선거법 검토했느냐"라고 거듭 묻고 우려한 이유가 공직선거법이 보다 엄격하고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