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교체율 34.5% ▲60대 남성 ▲친윤 주류 생존
국민의힘의 22대 총선 지역구 공천결과를 읽는 키워드다. 국민의힘은 17일 지역구 254곳에 대한 공천을 마무리했다. 16년 만에 당의 열세지역인 광주·전라를 포함한 전 지역구에 후보를 냈다.
먼저, 인위적 물갈이는 없었다. 당장, 21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현역교체율(43.5%)보다 약 10%p 가량 떨어졌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천 과정에서 강조했던 '시스템 공천' 결과, 현역들의 공천생환율이 높아진 것.
공천관리위원회 출범일(1월 11일) 기준 현역 113명 가운데 74명의 의원이 공천을 받았다. 공관위 출범 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에 입당한 김영주 의원(서울 영등포갑)을 감안하면 현역교체율은 35.3%다
공천장을 받은 3선 이상 현역 중진은 3선 13명, 4선 7명, 5선 5명 등 총 25명이다. 현역 재선의원은 17명, 현역 초선의원은 32명이 공천을 받았다.
성별로 보면 공천을 받은 현역 남성 의원은 65명, 여성 의원은 9명이다. 전체 후보 254명을 기준으로 하면 남성 후보가 224명으로 약 88.1%에 달한다. 여성은 약 11.8%인 30명에 불과했다.
공천장을 받은 후보들의 평균연령대는 59세(1965.9년 출생)였다. 70세 이상 후보가 11명, 60세 이상 후보가 119명, 50세 이상 후보가 86명이었다. 40세 이상 후보는 29명, 30세 이상 후보는 9명이었다. 60세 이상 후보가 전체 후보의 과반 이상을 차지한 셈. 최고령자는 1945년생인 곽봉근 전남 해남완도진도 후보였고 최연소는 1990년생 박진호 경기 김포갑 후보였다.
현역교체율 약 34%, 인위적 물갈이보단 지역재배치로 활용
다선 중진의원 등 현역의원에 대한 인위적 물갈이보다 출마 지역구를 재배치하는 전략에 따라 현역 생환율이 높아진 점도 있다.
국민의힘이 공천신청 및 현재 지역구를 재조정해 공천한 후보는 모두 16명이었다. 현역에서는 서병수(5선, 부산 진구갑→부산 북구갑), 박진(4선, 서울 강남을→서울 서대문구을), 김태호(3선,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경남 양산을), 조해진(3선, 경남 밀양시의령군함안군창녕군→경남 김해을), 이용호(재선, 서울 마포갑→서울 서대문갑), 박성중(재선, 서울 서초을→경기 부천시을), 태영호(초선, 서울 강남갑→서울 구로을), 유경준(초선, 서울 강남병→경기 화성시정) 등 8명이 지역구를 옮겼다.
당초 경기 성남분당을 출마를 고려했던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당의 요청을 받고 서울 영등포을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다시 서울 강서구을로 출마지역이 조정됐다. 서울 강남을에 출사표를 던졌던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은 경기 용인시갑으로 출마지역이 재조정됐다.
당의 영입인사 등에 의해 지역재배치가 이뤄진 후보들도 있다. 박진웅 후보는 당초 서울 강북구갑 출마를 희망했지만, 영입인재인 전상범 후보에 밀려 서울 강북구을에 공천됐다. 경기 부천시을 출마가 예상됐던 김복덕 후보는 박성중 의원 재배치 결과에 따라 경기 부천시갑에 공천됐다.
민주당을 탈당한 김영주 의원의 지역구 서울 영등포갑에 출사표를 던졌던 하종대 후보는 경기 부천시병에 공천됐다. 돈봉투 의혹으로 공천이 취소된 정우택 의원의 지역구인 충북 청주시상당구에는 서승우 전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이 공천됐는데, 서 전 비서관은 충북 청주시청원구에서 김수민 전 의원과 경선에서 패배한 인사였다.
장·차관 및 대통령실 출신 26명 생환... 윤석열-한동훈과의 인연 후보도
권성동·정진석·윤한홍·이철규·이용·배현진·박수영·유상범 등 소위 '친윤(친윤석열)'으로 분류됐던 현역들이 대다수 생존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 장·차관 혹은 대통령실 출신 중 공천을 확정 지은 이들은 모두 26명이다.
통일부 장관 권영세(서울 용산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방문규(경기 수원병), 국토교통부 장관 원희룡(인천 계양을), 외교부 장관 박진(서울 서대문을), 기획재정부 장관 추경호(대구 달성군), 해양수산부 장관 조승환(부산 중영도구), 국가보훈부 장관 박민식(서울 강서구을), 기획재정부 차관 김완섭(강원 원주을), 해양수산부 차관 박성훈(부산 북구을), 국방부 차관 신범철(충남 천안갑), 통일부 차관 김기웅(대구 중구남구) 등 총 12명의 장·차관이 공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통령실·국가안보실 출신으로는 강명구(경북 구미시을)·강승규(충남 홍성예산)·김기흥(인천 연수구을)·김은혜(경기 성남분당을)·서승우(충북 청주시상당구)·서지영(부산 동래구)·서천호(경남 사천시남해군하동군)·신재경(인천 남동구을)·이승환(서울 중랑구을)·이원모(경기 용인갑)·임종득(경북 영주시영양군봉화군)·장성민(경기 안산시상록갑)·전희경(경기 의정부갑)·조지연(경북 경산시)·주진우(부산 해운대갑) 후보 등이 공천됐다.
법조인 출신 중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혹은 한동훈 위원장과의 '인연'이 돋보이는 후보들도 있다. 경기 용인병에 공천된 고석 전 고등군사법원장은 윤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인천 동구미추홀구갑에 공천된 심재돈 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은 윤 대통령, 한 위원장과 함께 론스타 수사 등을 했다. 경기 의왕과천에 공천된 최기식 후보는 한 위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한 위원장이 '형님'이라 부른다.
5번의 공천 취소 결정, 그럼에도 남은 문제적 공천들
'문제적 공천'도 있다.
경북 영주시영양군봉화군에 공천된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과 신범철 전 차관(충남 천안갑)은 해병대원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에 연루된 이들이다. 주 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된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과 마찬가지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돼 있다.
경남 사천남해하동에 공천된 서천호 전 국가정보원 2차장, 충북 청주시서원구에 공천된 김진모 전 검사장, 충남 당진시에 공천된 정용선 전 경기경찰청장은 2023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 공천됐던 김태우 전 구청장과 비슷한 경우다. 이명박 정부 시절 댓글 여론조작 사건 혹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불법수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사면 복권 조치를 받고 출마했기 때문이다.
충남 아산갑에 공천된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방해 혐의로 기소돼 아직 재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은 "기존 사건과 관련된 판결문을 클린공천지원단에서 세부적으로, 사법적으로 검토했다"면서 공천 결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난교' 등 막말 물의를 빚은 장예찬 전 최고위원, 5.18 폄훼 논란을 부른 도태우 변호사, 돈봉투 수수 의혹 정우택 의원 등 17일 현재까지 공천 취소 결정도 여럿 나왔다. 김용태 전 의원이 공천된 경기 고양시정에는 애초 김현아 전 의원이 공천됐다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의혹으로 취소됐고,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 공천됐던 박일호 전 밀양시장은 뇌물수수 의혹으로 공천이 취소됐다. 현재 '일제옹호' 과거 글 논란을 부른 조수연 대전 서구갑 후보에 대한 공천은 취소되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