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시흥의 도심지역 74만6000㎡(약 22만5665평)이 물에 잠긴다
- 평화의 댐과 소양강 댐이 넘친다
- 해수면 상승으로 부산 마린시티의 침수면적이 지금보다 68.8% 증가한다.
- 여름 폭염으로 철도 선로가 휘어지는 좌굴 현장이 발생, 탈선사고가 잇따른다.
- 쌀 생산량이 급감하고 세계 주요 식량 수출국의 곡물 수출량이 통제된다.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감사원이 공개한 우리나라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 감사 결과' 주요 내용이다.
지난 18일 공개된 감사결과에서 감사원은 정부가 홍수와 해수면 상승, 폭염 등 기후변화의 미래 위험에 대한 충분한 예측 없이 배수시설 등 주요 사회기반시설 사업을 추진했다고 지적하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OBS 라디오 <오늘의 기후>에서 주요 내용을 짚어봤다.
(1) 도심 침수
감사원은 IPCC(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의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RCP, SSP)를 단기(2023~2040년), 중기(2041~2070년), 장기(2071~2100년) 등 시기별로 다양한 분야에 적용했다. 먼저 홍수로 인한 도심 침수 사례로 경기도 시흥시에 대한 모니터링을 시행했는데 전망치는 충격적이었다.
'시흥시의 침수면적은 최대 74만 ㎡, 피해액은 4655억 원 증가하고, 시흥하중 공공주택지구는 현재 기준에도 5개 지역 침수가 발생하며 향후 미래 기후변화 적용 시 최대 10개 지역 추가 침수 전망됨.' (감사결과 23쪽)
감사원은 행정안전부의 배수시설 설계 목표치가 잘못 적용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2년 강남구에서 시간당 강우량이 방재성능목표를 훨씬 초과하면서 침수가 발생하는 등 최근 10년간 실제 강우량이 방재성능목표를 넘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는 것.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에 대해서는 '미래 기후변화 진행상황에 부합하게 강우증가율을 예측하여, 미래 기후변화 취약지역 및 공공주택지구의 침수방지에 기여할 방재성능목표를 수립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2) 댐과 저수지
감사원이 미래 강우량 증가에 따른 14개 댐의 안정성을 분석했더니 소양강댐과 평화의댐에서 물이 넘쳐흐를 것(월류)이란 결과가 나왔다.
'총 14개 댐 중 평화의댐은 모든 시나리오에서 월류가 발생, 소양강댐 등 9개 댐은 일부 시나리오에서 월류 또는 여유고 부족, 3개 댐은 안전함.'
이에 따라 환경부에 대해 '댐설계기준 등 관련 규정에 기후변화 요인을 반영하여 댐의 월류 등 미래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3) 교량
감사원은 수도권 25개 하천 교량 313개의 경우 강우량 증가에 따라 침식에 의한 손상이 발생할 위험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도권 313개 교량 중 기존 하천기본계획 대비 월류 발생교량은 최대 64개, 여유고 부족 교량은 20개가 각각 증가함.'
이에 따라 환경부에 '하천설계 기준 등 관련 기준에 미래 기후변화 영향을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4) 해수면 상승
감사원은 해수면 상승위험에 대비한 해수부의 추산치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방호벽 등 방재시설 마련 기준을 과거 30년 추세를 토대로 마련한 해수부의 추산치가 아닌 2100년 해수면이 최고 101㎝ 높아질 것이란 세계기상기구(IPCC) 전망 수치를 적용한 결과, 부산 마린시티와 민락지구의 침수면적은 훨씬 증가했기 때문이다.
'기존 재해취약지구 정비계획 대비 월류고는 최대 53.8㎝, 침수면적은 최대 1.798㎢ 증가하고, 부산 마린시티도 침수면적이 69% 증가(0.48㎢→0.81㎢).'
이에 따라 해수부에 항만 및 어항 설계기준에 미래 기후변화 영향을 고려하여 해수면 상승고를 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통보했다.
(5) 폭염에 따른 철도 레일 변화
한 여름 폭염 강도의 증가로 인해 국가철도공단이 운영하는 철도 장대레일이 온도 상승에 의해 틀어지는 '좌굴' 현상이 나타나 탈선 사고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과거 30년간 대기온도 40℃ 이상 발생횟수는 없었으나 향후 미래에는 40℃ 이상 발생확률이 최대 53.4%로 증가하고, 이로 인해 고속철도 좌굴 발생확률도 최대 0.2%까지 증가함.'
이에 따라 감사원은 철도공단에 미래 기후변화를 고려하여 장대레일 설계기준을 수립·운영하는 등 선로 안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6) 식량위기
한편 감사원은 지난해(2023년) 7월 감사결과 농식품부가 미래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과거 쌀 생산성만을 토대로 목표 재배면적을 설정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모의실험 결과 기후변화로 10α당 쌀 생산량은 2020년 457㎏에서 2060년 366㎏까지 감소할 것으로 분석되는 등 식량안보에 위험 우려가 있음에도, 농식품부는 이같은 예측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2022년) 수립한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에 이같은 예측을 반영하지 않고 10α당 쌀 생산량을 526㎏으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2027년 쌀 자급률 98%를 달성하기 위한 목표 재배면적은 68만㏊로 과소계상됐다. 감사원은 모의실험 결과를 반영할 경우 78만2000㏊ 규모의 경작지가 필요하다며 재배면적 상향 검토를 요구했다.' (농민신문, 2023.8.22)
또 국제곡물 수급 위기에 대해서도 농식품부가 단기적인 국제곡물 가격 위기에만 대응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국제곡물 수급 위기 시 대응 시나리오가 없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미래 기후변화를 고려할 경우 2035~2036년 국제 식량 생산량은 기후변화가 없을 때보다 밀 9.3%, 콩 30%, 옥수수 5.1%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농식품부에 '기후변화가 국내외 식량 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식량안보 확보 정책을 수립·추진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한 바 있다.
[참고 자료]
- '감사보고서 :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Ⅱ(사회기반시설 분야)' (감사원, 2024.2)
- '감사보고서 :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Ⅰ(물·식량 분야)' (감사원, 2023.7)
- 김경준, '감사원 "정부, 잘못된 기후위험 예측으로 침수·붕괴 위험 키워"(한국일보, 2024.3.18)
- 배민영, '감사원 "기후위기 대비 안 하면 시흥 74만㎡ 물바다" (세계일보, 2024.3.18)
- 홍경진, '감사원, 기후위기 고려없는 농식품부 쌀·물 정책 허점 지적' (농민신문, 2023.8.22) 덧붙이는 글 | * 이 내용은 지난 2024년 3월19일 OBS 라디오 '오늘의 기후' 방송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오늘의 기후'는 지상파 라디오 최초로 기후위기 대응 내용으로 매일 편성되었으며 FM 99.9 MHz OBS 라디오를 통해 오후 5시부터 7시30분까지 2시간 30분 분량으로 매일 방송되고 있습니다. 유튜브 라이브(OBS 라디오 채널)와 팟캐스트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