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새 학기 시작에 맞춰 부동산 시장에 온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가 올해도 통하지 않고 있다. 경기 침체에 경기권을 중심으로 발생한 '전세사기' 여파까지 더해져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한겨울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 13일 찾은 경기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 빌라 밀집 지역. 때마침 이사하는 윤한나(30)씨를 만날 수 있었다. 울산에서 개인사업을 위해 용인을 찾았다는 윤씨는 10평 남짓한 빌라를 2년간 보증금 1천만 원에 월 40만 원에 사용하기로 하고 계약을 맺었다.
애초 전셋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보름여 집을 찾아봤지만 비용뿐 아니라 최근 발생한 전세 사기 여파로 월세로 생각을 바꿨단다.
윤 씨는 "보름 동안 전셋집 7곳 넘게 다녔는데 목돈도 부담이었지만 솔직히 불안한 마음도 있어 월세 하기로 했다"라며 "혼자 생활하는 거라 이사할 짐도 많이 없어 월세가 더 편했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동산 시장 특히 전세를 내놓은 집주인 한숨 소리도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처인구 역북동 한 빌라에 거주하는 차아무개(53)씨는 "2년 전에 1억 원 조금 넘게 전세를 내놨는데 계약 기간이 끝나 부동산 내놨다. 집이 나가지 않아 8천만 원까지 내렸다"라며 "간신히 전세 비용을 맞춰줬는데 집이 나가질 않아 반년 넘게 빈집으로 있다"라고 말했다.
용인은 특히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많아서 빌라 등 공동주택에 감당해야 할 전세 사기 피해 여파는 더 지속될 것으로 진단했다.
처인구 역북동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한 시민(49)은 "경기 남부에서 발생한 전세 사기 피해로 전세가 잘 나가지 않고 있다. 여기에 전세대출 보험도 줄어 집을 구하는 분들의 월세를 더 찾는 상황"이라며 "이 상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현재로는 정확하지 않다. 최근 한 달간 월세 외 전세는 거의 문의하는 분이 없다"라고 말했다.
용인시, 전세사기 피해 상담소 운영... 저금리 대출 지원
이런 가운데 용인특례시는 지난해 5월부터 용인시 전세 사기 피해 상담소를 운영해 65건의 피해자가 주거와 저금리 대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용인시청 제1별관 1층에 전세 사기 피해 상담소를 설치해 지원 정책 상담과 전세 피해 결정 신청서 작성·접수 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기준 관내 전세 사기 피해자 결정 신청 접수된 137건의 절반에 육박하는 65건이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심의 결과 피해자로 결정돼 LH 보유 공공임대주택 입주 등 긴급 주거지원과 저리대환대출이나 저리 전세대출 등 저금리 대출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피해 지원 대상은 ▲주택 인도 및 주민등록(전입신고)을 마치고 확정일자를 갖출 경우 ▲임대차보증금이 5억 이하인 경우 ▲다수의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변제를 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했거나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 ▲임대인이 임차보증금 반환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의도가 의심되는 경우 등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피해자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시는 주택가격 하락 시 전세 보증금이 주택의 실제 가치를 초과하는 '깡통주택' 예방을 위해 임대주택 등록을 신청하거나 임대차 계약 신고를 하는 주택임대사업자에게 "시세보다 과도한 임대보증금은 향후 전세 사기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으므로 임차인 주거 안정을 위한 합리적인 전세가율 적용을 적극 검토해 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배부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