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박종현

관련사진보기


[기사수정: 27일 오전 7시 49분]

최근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29년 경력의 KBS 기자 출신이다. 2015년 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9시 뉴스 앵커를 맡는 등 KBS의 간판이었다. 황 전 수석은 2020년 11월 KBS를 퇴사하고 1년여 뒤인 지난 2021년 12월 20대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 입당해 정치를 시작했다.

언론인의 정치권 진출은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문제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도 마찬가지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이번 4.10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전직 언론인만 무려 73명에 달한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21일 통화에서 "언론인의 정치행은 언론의 본질인 신뢰도와 공정성을 훼손한다"라며 "며칠 전만 해도 TV에 나오던 언론인이 하루 아침에 특정 당의 점퍼를 입는다면 국민들 입장에선 '지금까지 보도한 것도 한 자리 받으려던 거냐'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심 교수는 특히 "'폴리널리스트(정치와 언론인의 합성어·언론의 위상을 이용해 정계에 진출 하려는 자)'에 둔감해지면서 최근엔 최소한의 유예기간도 없이 정치로 직행하는 언론인들이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22대 총선 앞, 정치로 건너간 언론인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인재영입위원회 국민인재 영입 환영식에서 신동욱 전 기자에게 당 점퍼를 입혀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인재영입위원회 국민인재 영입 환영식에서 신동욱 전 기자에게 당 점퍼를 입혀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대표적으로 TV조선 메인 뉴스 앵커였던 신동욱 국민의힘 서울 서초을 후보는 2023년 12월 29일까지 뉴스를 진행한 뒤 불과 한 달도 안된 지난 1월 26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TN 출신으로 얼굴을 알렸던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인천 부평갑 후보도 2023년 12월 13일까지 인터넷매체 '스픽스'에서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두 달도 안된 지난 2월 2일 민주당에 입당했다.

심 교수는 "이제는 제도적 장치를 둘 때"라며 "언론을 떠난 전직 언론인이 공개적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하기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의 간격을 두자"고 제안했다. 현재는 언론사별로 윤리강령이 모두 다를 뿐더러 구속력도 없어, 후배 언론인들은 '비판 성명'을 발표하고 정계로 떠난 전직 언론인들은 이를 외면하는 장면만 무의미하게 반복된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유예기간이 6개월보다 짧다면 전직 언론인이 했던 보도의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고, 6개월보다 길어지면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번 총선에 나선 언론인들은 얼마나 빨리 정치로 건너뛰었을까? <오마이뉴스>는 22대 총선 출마자 중 당선 이력이 없는 전직 언론인 20명(22일 기준, 낙천자 및 정치입문 10년 경과자는 제외)을 대상으로 '언론 활동을 종료한 시점'부터 '정치 활동을 개시한 시점'까지의 간격을 전수 조사했다. '언론 활동을 종료한 시점'은 언론사 퇴사 시점이 주를 이루지만 퇴사 후 타 매체에서 언론 활동을 했다면 그것이 마무리된 시점을 잡았다. '정치 활동을 개시한 시점'은 출마선언·입당·영입·캠프 합류 등을 한 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3, 14차 인재영입식에서 노종면 전 YTN 앵커에게 당 점퍼를 입혀준 뒤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3, 14차 인재영입식에서 노종면 전 YTN 앵커에게 당 점퍼를 입혀준 뒤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조사 결과, 20명 중 10명이 언론을 떠난 지 한 달도 안 돼 정치권에 직행했다. 심 교수가 금지하자고 제안한 '6개월 미만'엔 20명 중 16명이 해당했다. 유용원 전 조선일보 기자는 지난 3월 4일까지 조선일보에서 기사를 썼지만, 단 5일밖에 지나지 않은 3월 9일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 비례후보 신청서를 넣었다. 유 전 기자는 비례 순번 12번을 받아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다.

2023년 12월 21일까지 자신의 이름을 딴 <박정훈의 정치다>를 진행한 박정훈 전 TV조선 앵커는 퇴사 후 불과 20여일 만인 2024년 1월 12일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박 전 앵커는 국민의힘 텃밭인 서울 송파갑에 공천을 받아냈다. 서울 구로갑에 출마한 호준석 전 YTN 앵커도 2023년 12월 8일까지 YTN 뉴스를 진행한 뒤 단 열흘 만에 국민의힘으로 직행했다.

현직 언론종사자 신분으로 정당가입... "법적 문제없다" 입장

심지어 언론사에 현직으로 있으면서 정당에 가입한 경우도 있다. 매일경제·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2022년 아시아투데이 부사장이 된 김동원 국민의힘 충북 청주흥덕 후보는 지난 2023년 9월 11일 아시아투데이 부사장직을 유지한 상태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현직 언론종사자 신분으로 특정 정당에 입당한 것이 적절하냐'는 질문에 국민의힘 충북도당은 20일 통화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실제 공직선거법상 언론인은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지역구 출마는 선거 90일 전·비례대표 출마는 선거 30일 전에 직을 그만둬야 하지만, 입당 자체는 제한이 없다. 김동원 후보 측에도 같은 질문을 했지만 답변이 오진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지난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직행' 비판을 받았던 이정헌 전 JTBC 앵커와 안귀령 전 YTN 앵커가 이번 총선에 출마했다. 두 전직 앵커는 2022년 1월 7일까지 각 회사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열흘 만인 2022년 1월 18일 민주당 대선 선대위에 나란히 합류했다. '차은우보다 이재명이 이상형' 발언으로 논란이 된 안귀령 전 앵커는 민주당 텃밭인 서울 도봉갑에 단수공천을 받았다. 이정헌 전 앵커는 민주당 우세 지역인 서울 광진갑 공천을 받았다.

주류매체 출신 언론인들이 인터넷매체에서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정치권으로 직행한 경우도 눈에 띈다. 중앙일보 편집국장을 지내고 JTBC에서 앵커를 했던 김종혁 국민의힘 경기 고양병 후보는 2021년 7월 27일까지 펜앤드마이크에서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다 3일 만에 2021년 7월 30일 최재형 당시 국민의힘 대선예비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김장겸 전 MBC 사장 역시 2021년 7월까지 펜앤드마이크에서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최근 국민의미래에 비례대표 후보를 신청했다. 김 전 사장은 부당노동행위로 유죄가 확정됐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특별사면까지 받아 비례순번 14번으로 당선권에 안착했다.

낙선 후에 언론사 입사... 다시 퇴사하고 출마하기도 

아예 언론인과 정치인을 오가며 출마를 반복한 사례도 있었다. 2008~2011년 이명박 청와대에서 비서관 등으로 일했던 이상휘 국민의힘 포항 남울릉 후보는 2012년 1월 새누리당 포항 북에 공천 신청을 냈지만 탈락하자 2013년 1월 데일리안 기자로 취업, 이후 데일리안 대표까지 지냈다. 지난 2015년 12월 데일리안 대표에서 물러난 그는 두 달만인 2016년 2월 새누리당 후보로 다시 변신해 서울 동작갑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 후보는 현재 국민의힘 텃밭인 포항 남울릉에 공천을 확정해 국회 입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개혁신당 소속으로 경기 평택갑에 출마한 정국진 후보 역시 '정치→언론→정치'의 궤적을 그렸다. 그는 지난 2020년 3월 민생당 소속으로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선언을 했다가 최종 후보등록은 하지 않았다. 그 뒤 2023년 2월 중부일보에 기자로 입사한 그는 2023년 7월 중부일보에서 퇴사, 지난 2월 다시 개혁신당 국회의원 후보로 나서면서 정치권으로 돌아갔다.

태그:#언론, #정치, #황상무, #폴리널리스트, #선거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