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사건 브로커 성아무개(63·수감 중)씨가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2022년 9월 15일 저녁 서울 강남 P한정식집에서 경찰 최고위 간부 A씨와 자신이 저녁 식사를 한 것은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당시 코인 투자사기 사건 피의자로 서울경찰청 수사를 받던 탁아무개(45·별건 구속)씨는 최근 재판에서 복수의 경찰 고위 간부와 성씨가 참여한 강남 한정식집 회동 이후 사건이 잘 처리됐다고 증언했는데, '한정식집 회동' 사실을 브로커 성씨가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다.
광주지방법원 형사8단독 김용신 부장판사는 25일 오후 202호 법정에서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출신 장아무개(60) 전 경무관의 변호사법 위반 사건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장 전 경무관은 탁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금수대) 수사 정보를 유출한 혐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탁씨 사건이 2022년 12월 6일 서울중앙지검에 불구속 송치되고 6개월여 지난 2023년 6월, 성씨가 장 전 경무관에게 2차례에 걸쳐 모두 4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사 정보 유출 및 사건 축소 대가 성격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 과정에서 장씨를 도운 것으로 검찰이 파악한 서울청 금수대 팀장(박 아무개 경감)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브로커 성씨는 검사와 피고인 양측 질문을 받고서 "서울청 금수대 사건 수사 정보는 장 전 경무관을 통해서만 받았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정보를 얻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수사정보 유출, 그 대가로 인한 금품 제공 등 검찰의 공소 사실 대부분을 인정하는 취지로 질문에 답했다.
그러면서도 서울청 금수대가 탁씨 사건을 수사 중이던 2022년 9월 15일 저녁 서울 강남 P한정식집에서 "경찰 고위 간부 A씨(현 치안정감 실명 언급)와 식사를 한 것은 사실"이라고 답변했다.
성씨는 "다만 한정식집에서 탁씨 사건을 참석자들과 의논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성씨는 그날 저녁 식사 이후 곧이어 강남 유흥주점에서 술자리를 가졌는데 이때 참석자는 장 전 경무관과 자신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성씨의 이 같은 증언은 지난달 27일 같은 재판부 심리로 열린 장씨 사건 공판에서 코인 투자사기 피의자 탁씨의 증언과 일부는 일치했고, 또 일부는 차이가 있다.
당시 탁씨는 증인석에서 "저에 대해 강경했던 서울경찰청 수사 기류가 강남 한정식집 회동 이후 확 바뀌었다. 2022년 9월 15일 그 회동엔 경찰 최고위 간부들인 치안정감 A씨(당시 치안감), B치안감, (전직) 수사부장, 그리고 브로커 성씨가 참석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때 탁씨는 검사 질문을 받고서 "서울 강남 P한정식집 회동 이후 사건이 잘 처리됐다"고 수 차례 증언했다.
탁씨는 한정식집 회동 자리에 자신은 참석하지 않았으며, 대신 동생이 참석해 어떤 인물들이 성씨와 만나 서울청 금수대 사건 처리 방향을 논의했는지 들을 수 있었다고 당시 법정에서 말했다.
탁씨는 복수의 경찰 최고위직 인사가 참여한 강남 한정식집에서 모종의 논의가 이뤄진 뒤 자기 사건이 잘 처리됐다고 증언했으나, 브로커 성씨는 한정식집에선 사건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참석 인사도 경찰 고위 인사 중에선 현재 치안정감급 인사 한 명이 전부라고 이날 주장했다.
곧이어 이뤄진 강남 유흥주점에서의 장 전 경무관과의 술자리에서도 역시 서울경찰청이 수사 중인 탁씨 사건 논의는 없었다고도 주장했다.
장 전 경무관 측 변호인들은 이날 반대신문에서 현금 4000만원을 장 전 경무관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 법인 계좌로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은 부인했다. 회사 경영 악화로 인해 잠시 빌린 돈이라는 것이다.
장 전 경무관 측 변호인들은 탁씨가 증인으로 나섰던 이전 공판에서는 장 전 경무관이 아니라 제3자 등을 통해 서울청 금수대 수사 정보 유출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이날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탁씨는 지난달 27일 장 전 경무관 사건 공판 증인석에서 한정식집 회동 이후 성씨로부터 "그분들(회동 참석자 등 뒤를 봐준 인물들)이 2억 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고 밝혔다.
당시 탁씨는 수사 정보가 서울청 금수대 수사팀장 박아무개씨→피고인(장 전 경무관)→브로커 성씨를 통해 유출됐느냐고 생각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당시 탁씨는 370억 원대의 코인 투자사기 혐의로 서울청 금수대 수사를 받았으나, 한정식집 회동 이후 편취 금액은 10억 원 수준으로 축소돼 2022년 12월 사건이 검찰로 넘겨졌던 것으로 공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370억대' 사건 당시 탁씨는 동종 전과에 누범기간... 퇴직 경무관 '혼자' 뒤 봐줬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한 차례 보완수사를 요구했지만, 사건 처리 방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탁씨는 앞서 증인으로 나서 증언한 바 있다.
또한 "저에게 불리하지만 당시 사정을 솔직히 증언하겠다"며 "당시 저는 누범기간이었다. 저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불구속 수사한 것 역시 브로커 성씨와 성씨의 뒤를 봐준 고위직 경찰관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상상하기 힘들다"고 밝힌 바 있다.
탁씨는 여러 건의 코인 투자 사기 혐의로 2021~2022년 서울과 광주지역에서 경찰과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지난 2023년 10월 별건 사기 사건으로 광주경찰청에 구속되기 전까지 줄곧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았다.
이 때문에 다수 피해자는 브로커 성씨에게 탁씨가 건넨 18억 원대의 로비자금 가운데 상당액이 경찰 뿐아니라 검찰 단계에서 구속을 막는 로비자금으로 사용됐을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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