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마무리되고 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운영하는 국회 모니터링 전문사이트 '열려라국회'에 따르면, 지난 2월 29일 기준으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의 개수는 총 2만5759개이다. '법안의 과잉'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법안이 발의되었다.
발의된 법안 중에는 일부 특권계층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법안, 시민의 정치 참여를 제한하는 법안 등 민주사회와 멀어지게 하는 '나쁜' 법안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참여연대는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그토록 많은 법안 중
참여연대가 지향하는 가치에 기반하여 총 252개의 나쁜 법안을 선정했다.
부자 감세, 나쁜 법안 50여 개로 가장 많이 발의
참여연대는 나쁜 법안 252개를 문제점별로 43그룹으로 분류하였다. 위헌성 가득 담긴 유권자 표현의 자유 억압법, 조세정의 및 공평과세 방해법, 노동자 생계불안 부채질법, 거대정당 기득권 강화법 등이다.
이 중 나쁜 법안이 가장 많이 발의된 그룹은 일명 '부자만 감세해 주는 세수 부족 유발법'으로 종합부동산세법, 소득세법, 법인세법 등 50개의 법안이다. 2019년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7%로 OECD 주요 8개 국가의 평균인 0.54%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부동산 보유에 대한 부담이 적을수록 투기 성행 가능성이 커지므로, 부동산 투기 문제 완화와 집값 안정화를 위해서는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올려야 한다.
그러나 '부자만 감세해 주는 세수 부족 유발법'의 법안들은 종합부동산세 등의 납부 대상 기준을 완화해 납부 대상자를 더 축소하거나, 법인세를 더 깎아주자는 내용이다. 양극화와 복합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재정을 늘려야 하는 입법적 책무는 방기한 채, 대기업과 부자에게만 감세 혜택을 확대하는 나쁜 법안이다.
부동산 투기 조장하고 집회 및 시위 제한하는 나쁜 법안 각각 15건 발의
나쁜 법안이 두 번째로 많이 발의된 그룹은 '부동산 불로소득과 투기 조장법'과 '집회 시위 제한법'으로 각 15개의 법안이 포함되어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과 투기 조장법'은 주택임대사업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간 확대, 규제 지역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완화, 단기주택임대사업 부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주택임대사업자의 임대소득에는 분리과세, 필요 경비율 인정, 추가소득공제 등의 혜택이 부여되고 있다. 주택임대사업자에게 과도한 혜택을 제공하여 투기가 성행하고 전세 사기에 악용되어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본질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하지 않은 채 단기 임대를 부활하고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법을 발의하는 것은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인지 의문일 뿐이다.
또한 '집회 시위 제한법'은 집회 및 시위의 방법을 제한하거나, 위반 시 주최자나 참가자를 처분하는 내용의 나쁜 법안들이다.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민주적 공동체의 기본전제이다. 그러나 '집회 시위 제한법'은 1인 시위조차 제한하거나,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판단한 야간집회 금지를 부활시키려는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나쁜 법안들이다.
나쁜법안 발의왕은 추경호 의원
정부 제출 법률안을 제외하고 국회에 제출된 법안의 대부분은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다. 21대 국회에서 나쁜 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을 집계해 보니 실인원 총 122명으로 확인되었다. 국회의원 122명 중 나쁜 법안을 많이 대표발의한 의원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으로 12개이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 7개, 국민의힘 김은혜·류성걸·박성중·유경준·하태경 의원이 각 5개로 뒤를 이었다.
추경호 의원은 종합부동산세법, 조세특례제한법, 소득세법,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법인세법, 상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정당법 개정안과 같이 여러 분야에서 골고루 나쁜 법안을 발의하였다. 추경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나쁜 법안들의 특징은 자산불평등과 조세정의를 훼손하고, 공공 영역의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점이다.
태영호 의원은 종합부동산세법, 소득세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였고, 이 나쁜 법안들은 부동산 불로소득과 투기를 조장하고 부자 감세로 세수 부족을 유발한다. 김은혜 의원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시키는 공직선거법 등을 발의하였고, 류성걸 의원은 서비스산업의 민영화와 정부 입법권을 기획재정부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발의하였다.
박성중 의원은 개인정보인 연계정보를 모바일 전자고지 서비스 등에서 활용하도록 허용하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을, 유경준 의원은 직계존속의 증여재산공제 한도액을 1억 원(미성년자일 경우 5천만 원)으로 상향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하태경 의원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을 유예하고 국정원에 조사권을 부여하는 국가정보원법 등을 발의하였다.
그 국회의원은 누구를 대변하고 있나 - 발의한 법안을 보라
법안 발의는 헌법이 국회의원에게 부여한 입법권의 일부이다. 법안은 해당 시기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를 바탕으로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 및 반영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에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지표로 볼 수 있다.
참여연대는 민주주의 실현, 기본권 보장,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 개선, 경제정의 실현, 한반도 평화 증진 등에 반대되는 법안과 그 법안을 대표발의한 국회의원을 조사하여 2016년부터 '나쁜 법안, 누가 발의했나' 보고서를 발행해 왔다. 19대, 20대, 21대 국회까지 올해로 세 번째 보고서다. 참고로 19대부터 21대까지 연속하여 나쁜 법안을 발의한 의원은 국민의힘 권성동(4선), 하태경(3선)이다.
매일 엎치락뒤치락하는 정치 뉴스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22대 총선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한 표를 어떤 후보자에게 투표할지 여전히 고민하는 유권자가 많이 있을 것이다. 그 국회의원이 누구를 대변하는지 알고 싶다면 그가 발의한 법안을 살펴봐야 한다. 나쁜 법안을 대표발의한 국회의원을 확인하고, 어떤 나쁜 법안들이 발의되었는지 알 수 있는 이번 보고서가 22대 총선을 앞둬 고민하는 유권자에게 유용한 정보가 되길 바란다. (
〈21대 국회 나쁜 법안, 누가 발의했나?〉 자세히 보기)
※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21대 국회 의정 평가 자료를 연속 발행하였습니다. 국회 감시 사이트
〈열려라 국회〉, 이슈리포트
〈참여연대가 주목한 21대 국회 후반기 디딤돌·걸림돌 법안 보고서〉, 팩트시트
〈21대 전·현직 의원 수사 및 재판, 징계 현황〉, 팩트시트
〈21대 국회 본회의 출석부〉를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참여연대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