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총선거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총선의 후보자들의 키워드는 '오대남'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평균연령이 50대이고, 지역구후보자 기준 남성 후보가 86%가량의 비율을 차지합니다. 후보자들의 평균 연령은 56.8세로 지난 21대보다 1.7세정도 많아졌습니다.
반대로 청년 후보 비율은 약 3% 정도입니다. 매 선거때마다 청년을 강조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은 것 같습니다. 꼭 청년 당사자만이 청년 정책과 공약을 잘 낼 수 있 는것은 아니지만, 3%라는 비율에서 청년의 목소리가 현실 정치에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지난 3월 11일부터 3월 27일까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실종되어있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캠퍼스에서 듣기 위해 '현실정치 개구리당'이라는 가상정당을 창당하고 대학생들을 인터뷰했다는 대학생들을 만났습니다. '현실정치 개구리당'은 대한민국의 정치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길거리 인터뷰가 SNS에서 유행이라지만, 지나가는 사람에게 '정치'를 주제로 인터뷰를 요청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합니다. 3주동안 대학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50명 가량의 대학생, 청년들과 인터뷰를 한 채유빈, 김준겸 회원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다음은 채유빈(아래 채), 김준겸(아래 김) 회원과의 일문 일답.
"정치가 청년들 인식 못 따라오고 있음을 느꼈다"
- 가장 인상깊었던 인터뷰 내용이나 인터뷰이가 있다면?
김: "성균관대에서 만났던 학생이 생각난다. 한국 정치가 어떻게 되면 좋겠냐는 질문에 그만 싸우라는 이야기를 대부분 해주시는데, 이 학생은 '싸우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고 오히려 국회의원을 늘려야 한다'고 이야기 한 내용이 인상깊었다."
채: "밥값, 물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혼자 먹을 때는 계란만 삶아서 먹는다던가, 편의점에서 김밥으로 대충 떼운다는 분들이 생각난다. 물가나 경제 상황이 실제로 부담 되고 있는 상황이구나를 느꼈다. 대학에서 진행하는 천원의 아침밥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는데, 시간적, 인원적 제한이 있는 지금의 제도를 더 넓히는 것이 대학생의 삶에 도움이 되는 변화의 예시라고 생각한다."
현재 일부 대학에서 진행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기간과 인원이 한정적이고, 아침에만 제공된다는 시간적 특성으로 먼 길을 통학하는 학생들에게는 실질적으로 이용이 어려운 정책이다.
- 인터뷰 활동하며 느낀 20대의 정치 인식은?
김: "정치나 사회에 대해 생각보다 많이 알고 있고, 입장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즘 특히 의대 정원 문제, 입틀막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조심스러워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각자의 의견이 모두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흔히 20대들이라고 생각하면 정치에 관심없는 사람 정도로 인식하기 마련인데, 그런것만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공계 학생들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R&D예산 문제를 지적해 주셨다. R&D예산 삭감 문제에 진심으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인들끼리 싸우지 말라는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여야의 정쟁이 청년들이 느끼기에는 자신의 삶과는 관련없는 실효성이 없는 정쟁처럼 느끼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채: "투표를 안 할거라고 이야기 했던 분은 한두 분밖에 없었던 것 같다. 20대들의 정치 참여 의사가 굉장히 높고 확고하다고 느꼈다. 서울 대학생 위주긴 했지만, 정치참여에 대한 높은 의지를 정치계가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다.
학생들에게 투표의 기준을 물어보는 질문도 많이 했는데, 대부분 공약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런데 이걸 다른 말로 하면 지역의 후보자, 현역 정치인에 대한 정보는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주소지도 해당 지역구가 아닌 사람이 공천이 된 사례가 있고, 낙하산 공천 논란도 이어지는데, 그런 정치가 이어지다 보니 후보자의 삶, 생각, 지향점을 제대로 알 수 없는 정치 현실이 지속되는 것 같다. 그렇다 보니 후보자에 대한 관심은 낮아지고, 정당과 공약을 먼저 보는게 아닐까. 정당이나 공약만큼 후보자 개인도 선거에서는 고려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개개인의 정치참여 의식을 지금의 정치 제도와 환경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한국 정치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김: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 당대표와 가깝다 아니다 이야기만 나오고, 어느 유튜브는 여당이 101석만 얻어서 탄핵을 막을 수 있게끔만 하자는 이야기를 하더라. '우리 사회는 이렇게 되어야 해서 어느 당이 과반의석을 얻어야 한다'류의 논의가 아니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모습이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정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대 정원 문제를 보면서 수습 국면으로 가는 것 같은데, 정권 유지, 획득의 수단으로 정책과 이슈(갈등)가 활용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사회의 변화 방향, 목표를 가지고 이야기 하는 한국정치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 "사람들이 그만 싸웠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다당제에서 (싸우는 것이)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다만 정치인이 내 삶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텅빈 구호만 남아있다고 느껴서 그만 싸웠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내 삶의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으로 계속해서 싸우는 것에 실망을 느끼는 것 같다. 국회의원 평균 재산을 보면 깜짝 놀라는 수준인데, 그들이 국민의 삶을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면 지금 상황이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우리를 대표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한국 사회, 이렇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있다면?
김: "대학생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을 때, 별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기후동행카드 확장, 천원의 아침밥을 점심으로 확대정도였던 것 같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지금 청년세대가 그런 꿈을 꿀 수 없는 환경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생들이 어떻게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사회로 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가 정치권에서는 미미한 수준인 것 같다. 그렇다보니 대학을 다니지 않는 수 많은 청년들의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사람들에게 좀 더 친절한 정치, 친절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채: "사회와 정치가 실제로 역할을 하는 집단, 공동체면 좋겠다. 지금은 사람들이 문제가 생기면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헤쳐나가야 한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하고 싶게 만드는 것은 청년들의 태도를 바꿀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그렇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혼자 나의 문제들을 개척하고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정치,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 줄 수 있게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이는 글 | 본선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27일에 '현실정치 개구리당' 활동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학생들과 만나 인터뷰한 영상은 '현실정치 개구리당'과 함께하는 단체인 '진보대학생넷'을 인스타그램에서 검색하시면 함께 보실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