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의 보석 여부 결정이 다시 미뤄졌다. 4.10 총선을 2주 앞둔 27일, 이르면 이날 보석 여부가 결정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재판부는 공판 말미 "보석과 관련해 재판부에서 검토하고 있다"면서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점, 좀 양해를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20일 공판에서 재판부가 밝힌 입장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재판부는 송 대표가 거듭 보석 허가를 요청하자 "피고인(송영길)이 보석돼 선거운동을 하려면 조직이 필요하고, 조직이 있으면 기존에 피고인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오게 될 텐데 그 사람들 중에는 이 사건 관련자도 섞여 있을 것"이라면서 "여러가지로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결정을 미뤘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송 대표의 공판을 진행했다.
송 대표는 지난 22일 재판부에 서약문(행정 기재상 반성문)을 제출했다. 서약문에서 송 대표는 '재판부가 보석을 인용해준다면 증거를 인멸하지 않고 사건 관계인과 접촉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반대' 입장 고수... 송 대표 아들 "재판 문제없도록 하겠다"
재판부는 지난 6일 송 대표에 대한 보석심문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피고인(송영길)의 무죄 주장은 근거가 없고 적용된 혐의는 10년 이상까지 선고될 수 있다"면서 증거인멸 등의 우려를 들어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검찰은 "피고인은 핵심 증거인 휴대전화도 검찰에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 등 이미 증거인멸 전력이 있다. 유사 상황 발생 가능성이 있다"면서 "피고인이 석방되면 주요 증인들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증인들을 접촉해 회유하는 데 성공할 가능성도 높다"라고 봤다.
반면 송 대표는 재판부에 직접 "기소가 돼 재판을 받고 있지만 무죄 추정에 의거해야 한다"면서 "25년 정치인생을 총결산할 기회를 재판부가 허용해 줄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현재 광주 서구갑 선거구에 옥중 출마한 상태다. 아들 송주환씨는 26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야권 정치인이 많지만, 유독 송 대표만 지금 차가운 겨울 감옥에 억류돼있다"면서 "국민 누구에게나 적용돼야 할 공정한 재판을 위한 무죄추정의 원칙과 불구속 수사 및 재판의 원칙은 송 대표에게 언감생심의 배려가 돼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송 대표는 보석이 되더라도 재판 진행에 문제가 없도록 재판장의 소송 지휘에 따르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시민사회 원로와 4400명의 시민도 연명으로 송 대표의 도주나 증거인멸은 없을 것으로 믿고 보석 처벌 감수 확약서에 서명했다"라고 전했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2021년 5월 경선을 앞두고 경선캠프 조직 등을 동원해 선거자금을 마련하고,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등과 공모해 지역본부장 10명에게 돈봉투 합계 650만 원을 제공했으며, 강 전 위원과 박용수 전 보좌관 등과 함께 윤관석 의원에게 국회의원 교부용 돈봉투 20개 합계 6000만 원을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검찰은 송 전 대표가 돈봉투 살포와 관련해 '최대 수혜자'라고 주장했다.
또 2020년 1월~2021년 12월 자신의 정치활동을 지원하는 외곽조직인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을 통해 후원금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 합계 7억 6300만 원을 수수하고, 2021년 7~8월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여수국가산업단지 소각시설 관련 허가신청에 관한 청탁을 받고 먹사연을 통해 뇌물 4000만 원을 받았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먹사연을 통해 들어온 후원금이 '정치자금'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는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오전과 오후에 걸쳐 이어진 신문 내내 "내 입장에서는 먹사연을 위해 후원한 것이 아니"라면서 "송영길 얼굴을 보고 먹사연에 후원을 한 것"이라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