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3 희생자 추념식에 또 불참합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4월 3일 열리는 제76주기 4.3 희생자 추념식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한덕수 총리가 윤 대통령 대신 참석합니다.
윤 대통령은 2022년에는 당선자 신분으로 추념식에 참석했습니다. 당시 윤 당선자는 10시 정각 묵념 사이렌이 울리고서야 식장에 입장해 '지각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도민들은 취임 이듬해인 2023년에는 윤 대통령이 첫 보수 대통령으로 추념식에 참석하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윤 대통령은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4.3 희생자 추념식 외면한 보수 대통령들
역대 대통령 중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첫 현직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이었습니다. 노 대통령은 2006년 현직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 추념식에 참석했습니다. 앞서 노 대통령은 2003년에는 제주를 방문해 4.3 사건과 관련해 국가수장으로는 처음 국가 차원의 잘못임을 유가족 앞에서 공식 사과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단 한 번도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박 대통령은 2014년 공식적으로 국가 기념일에 지정된 이후에도 여전히 불참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2020년, 2021년 세 차례나 추념식에 참석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재임 기간뿐만 아니라 퇴임 이후인 2023년에도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추념식 오후에 4.3 평화공원 위령제단을 찾아 참배했습니다.
도민들은 현직 대통령은 불참했는데 전직 대통령이 재임 중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제주에 왔다며 고맙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최소 2년에 한 번은 4.3 추념식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엉망진창 4.3 희생자 추념식... 제주 홀대론에 도민들은 분노
지난해 거행된 제75주기 4.3 희생자 추념식은 엉망진창이었습니다. 당시 한덕수 총리는 묵념 사이렌이 울렸지만 일어나지 않았고, 한 인사는 추념식장에 난입해 한 총리와 셀카 촬영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한 총리는 헌화를 할 때도 장갑을 끼지 않았고 맨손으로 향을 향로에 넣어 도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더 논란이 된 건 한 총리가 대독한 윤 대통령의 추념사였습니다. 당선자 신분으로 참석했던 2022년 추념사와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는 말은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재탕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재임 기간 1500자에 달하는 추념사를 말한 것과 달리 윤 대통령의 추념사는 600자를 겨우 넘겼습니다. 이마저도 'IT 콘텐츠', '디지털 기업 육성', '문화관광 활성화'와 같은 4.3과 관련 없는 생뚱맞은 이야기였습니다. 오죽하면 일부 유가족들은 "저게 무슨 소리냐"며 자리를 박차기도 했습니다.
당시 윤석열 정부의 추념식을 본 몇몇 도민들은 제주에서 가장 엄숙해야 할 4.3 희생자 추념식을 정부가 망쳤다며 제주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올해도 윤 대통령이 불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도민들은 불만을 터트렸습니다. 육지에서는 23번 넘게 민생토론회를 열며 전국을 다닌 윤석열 대통령이 제주 도민들이 그토록 기다리는 4.3 희생자 추념식에 불참한다는 것은 제주를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한편, 4.10 총선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 캠프 관계자들은 총선 전에 거행되는 4.3 희생자 추념식에 윤 대통령을 비롯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불참할 경우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