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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정치판도 하 수상한 시절이다. 어쩐지 마음이 그냥 심란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이미 우리 곁에 살랑살랑 다가온 봄바람은 자꾸 나를 바깥으로 밀어낸다. 결국 멀리 전북 부안에 있는 친한 선배 집으로 나섰다.

남도라 해도 아직은 차가운 겨울의 황량함이 채 지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파릇파릇 새싹들은 이미 땅에서 그리고 가지마다 움터 솟아오른다. 각종 나무와 꽃들과 머위며 달래, 상추 등등 저마다 최선으로 봄맞이 준비에 나서고 있었다.

공들여 가꾼 아름다운 정원 
 
개나리 꽃
▲ 개나리 개나리 꽃
ⓒ 소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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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개나리가 우리를 반겨준다. 보통 개나리가 아니라 유명한 교수가 개발했다는 꽃잎이 큰 개나리였다. 집 안으로 들어가니 정원에서 홍매화며 흰 매화들이 이미 탐스럽게 피어나 그 그윽한 향으로 가득했다. 홍매화는 화엄사의 그 매화와 같은 품종이란다.

아닌 게 아니라 사진에서 본 화엄사 홍매화와 똑같았다. 우리 고유종인 히어리와 명자나무, 진달래, 목련들도 아름다운 꽃망울을 피워냈다. 그 옆자리에는 이름도 낯선 삼지닥나무(가지가 세 개인 닥나무)가 행운목 꽃과 꼭 닮은 향기를 뿜어내며 기이한 모습의 꽃을 뽐낸다.
 
홍매화
▲ 홍매화 홍매화
ⓒ 소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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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닥나무의 꽃
▲ 삼지닥나무 꽃 삼지닥나무의 꽃
ⓒ 소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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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 자두나무며 네덜란드 수입종인 오색 더치아이리스들도 꽃 피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또 우리 주변에서 보기 어려운 황금소나무들은 정원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모두 접을 붙여서 키운 소나무들이란다. 선배님은 특히 접붙이기에 특기를 가지신 분이라 정원에는 소나무만이 아니라 자두나무며 매화나무, 배롱나무 등등 각종 나무들에 접을 붙여 키우고 있었다.  

마당 한켠에는 신기하게도 공작새가 살고 있었고, 꼬리만도 1m가 넘는 조류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고유종이란 예쁜 닭들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연못도 만들어 금붕어들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고 수련들도 자라고 있었다. 한 달 전 중국 쑤저우에 있는 유명한 쭤정위안(拙政園)에 다녀왔었는데, 이렇게 가꾸다 보면 그런 우아하고도 잘 갖춰진 정원으로 발전되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봄은 그래도 봄이다
 
명자나무 꽃
▲ 명자나무 명자나무 꽃
ⓒ 소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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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는 약 2백 종에 이르는 형형색색 여러 종류의 꽃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아마도 앞으로 한 달 사이에 모든 예쁜 꽃들이 피어나리라. 이번에 급한 마음에 너무 일찌감치 내려가는 바람에 많은 꽃들을 보지 못해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른 봄 파릇파릇 움튼 새싹들은 이미 충분히 꽃일 터이다. 그러니 이만하면 그럴듯한 봄나들이가 아닌가! 여전히 스산하지만, 봄은 그래도 봄이다.

태그:#황금소나무, #홍매화, #히어리, #명자나무, #스산한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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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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