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김영란씨는 며칠 전 포획틀에 잡힌 길고양이를 어르고 달래며 이동장에 넣어 동물병원을 찾았다. 사람을 잔뜩 경계하고 있지만 어딘가 사랑이 고픈 눈빛이 마음을 아리게 한다.
영란씨가 길고양이와 함께 동물병원을 찾은 이유는 'TNR'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TNR'은 Trap(포획), Neuter(중성화), Return(방사)의 앞 글자를 딴 단어로, 길에서 생활하는 고양이의 개체수를 줄이고,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돕는 지자체 운영 사업이다.
지자체에 따라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대부분 이 사업을 매년 운영하고 있으며 포획전담팀을 꾸려 진행하기도 하고 개인 구조자에게 신청을 받아 예산을 지원하기도 한다.
영란씨는 개인 구조자로서, 매년 길고양이를 구조해 TNR을 진행해 왔다(약 2001년부터 인천 미추홀구에서 사설유기동물보호소 주안쉼터를 운영해오기도 했다). 근 20년 넘게 보호소를 운영해 왔기에 이미 돌봐야 하는 개와 고양이가 수십 마리이지만, 길에서 험한 세상을 맞닥뜨리는 아이들을 못 본 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TNR을 진행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길 위의 생명들이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돕는다는 취지가 제일 크다. 중성화를 하지 않은 고양이의 경우 영역 다툼, 반복적인 임신과 출산 등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암컷의 출산으로 태어난 새끼들이 성체로 자라나며 개체수가 늘고, 그로 인해 길고양이들의 생활이 더욱 위태로워지는 경우도 있다. 먹을 것이 없어 쓰레기봉투를 뒤지고, 자기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밤낮으로 싸움을 해대기도 하는 탓에 인근 주민들도 피해를 보고는 한다.
그래서 인간과 길고양이의 공존을 위해 TNR 사업이 시작되었고, 지금까지도 진행되고 있다. 다만 여전히 사업의 의미에 대한 논란이 존재하는데, 고양이가 수술 후 재방사되었을 때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여 더욱 힘들게 지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방사 후 지속적인 관찰과 돌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TNR이 정말 길고양이를 위한 행위가 맞는지에 대한 의문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영란씨는 TNR을 포기할 수 없다고 한다. 눈앞에서 죽어 나가는 생명을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임신 뒤 출산 중 사망해 별이 된 고양이, 어미를 잃고 함께 별이 된 아기 고양이, 영역 다툼 중 큰 상처를 입어 고통 속에 삶을 사는 고양이를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영란씨 동네(인천 미추홀구)에서 활동하는 한 또 다른 '캣맘'은 중성화 수술이 꼭 필요하냐고 묻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영란씨는 캣맘이라고 해서 다 같은 마음일 수는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길고양이를 포획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과정 속에서 그 또한 공격을 당해 다치기도 하고 도망치는 고양이를 구조하려다 나자빠진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었단다. 하지만 그는 오늘도 포획틀과 사료를 들고 밖을 나서고, 달리고 또 달린다. 길 위에서 힘겹게 버티는 생명을 하나라도 살리기 위해서다.
덧붙이는 글 | 유기동물에 관심이 많아 봉사가 가능한 사설보호소를 알아보다가, 인천 주안쉼터에서 첫 봉사를 시작했고 그 인연으로 지금까지 후원하고 있습니다. 재정 문제로 소장님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조금이라도 쉼터를 알리고 싶은 마음에 기사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이 기사는 인천 '주안쉼터' 카페에도 게재될 수 있습니다( https://cafe.naver.com/carefordo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