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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정의당 비례후보 1번 순을 부여받은 나순자 후보 (자료사진)
녹색정의당 비례후보 1번 순을 부여받은 나순자 후보 (자료사진) ⓒ 녹색정의당 제공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관련, 또 하나의 기록이 경신됐다. 비례대표를 뽑는 투표 용지가 역대 최장 길이인 51.7cm에 이르는 것. 경합하는 정당은 38개나 되지만, 국회의원 300명 중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갈 수 있는 후보는 고작 46명 뿐이다. 

그럼에도 한 정당의 비례대표 1번이 누구인지는 많은 걸 말해준다. 정당의 얼굴인 동시에 정당이 지향하는 가치가 어디에 닿아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녹색정의당은 "보건의료와 노동의 가치를 대변할 수 있는 후보"라며 총 세 차례(5대·8대·9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아래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을 지낸 나순자 후보를 비례대표 1번으로 선정했다.

최근 나 후보는 보건의료 현장을 찾아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등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친 기색 없이 "두 달 사이에 녹색정의당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는 기간이) 한 달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아쉬워했다. 지난달 31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보건의료노조 사무실에서 나순자 후보를 만났다. 

"조국혁신당에는 노동이 없잖나"
 
 녹색정의당 비례후보 1번 나순자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3월 31일 오마이뉴스 인터뷰가 끝난 뒤 이어진 사진 촬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녹색정의당 비례후보 1번 나순자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3월 31일 오마이뉴스 인터뷰가 끝난 뒤 이어진 사진 촬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지영
 
나 후보가 입당했던 지난 2월은 녹색정의당에 굉장히 힘겨운 시기였다.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의원이 된 류호정 의원이 1월 중순 탈당을 선언했고 당원들도 떠나는 상황이 발생했다. 나 후보는 그 무렵 녹색정의당에 입당했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보건의료노조 중앙집행위원회에서도 내게 출마를 권유했다. 그런데 그 시기가 진보당이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합류한 시기와 겹쳤다. 진보당의 결정에 노동계가 큰 충격을 받았고, 원칙을 지키는 진보정당다운 진보정당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녹색정의당을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으로 만들고, 그 가운데 나순자 위원장이 있어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고 녹색정의당에 합류했다." 

나 후보는 원래 30여 년에 걸친 노동운동 마무리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2012년(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11번)로 나섰으나 잘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나 보건의료노조 조직 내부에서나 내상이 컸다. 2023년 12월 국회 앞에서 공공의료 예산 확보를 위해 집단 단식 투쟁을 한 뒤로 '이제는 나를 위해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오래된 선배님께 '(국회의원) 배지를 달려고 하지 말고,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라는 말을 듣고 내가 아직 해야 할 역할이 있나보다, 쉴 운명이 아닌가 보다' 싶어서 (출마를) 결심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들은 목소리는 녹록지 않았다. 

"2월에 입당하고나서 인사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참 쓴소리를 많이 들었다. 녹색정의당이 의회 정치에 집중해서 노동자와 멀어지고 있다고, 곧 사라질 정당이라고, 조국혁신당도 있는데 왜 녹색정의당으로 갔느냐는 질문도 들었다. 그런데 조국혁신당에는 노동이 없지 않나. 더불어민주당 또한 보건의료 노동자에게 비례대표 당선권을 내줄 수 있는 정당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녹색정의당만이 노동자에게 비례대표 1번을 주는 정당이라고 설득했다. 

최근에는 현장에서 노동 중심의 진보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노력하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두 달 사이에 박수 소리가 커졌다. 어느 노조를 방문했는데 녹색정의당 당원이라고 말하는 조합원들이 10명 넘게 있었다. 노조 지도부마저도 내게 저 조합원들이 당원이라는 건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고 말하더라." 


"민주노총 산별 위원장들, 국회의원 한 번씩 해보면"
 
 녹색정의당 비례후보 1번 나순자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3월 31일 오마이뉴스 인터뷰가 끝난 뒤 이어진 사진 촬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녹색정의당 비례후보 1번 나순자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3월 31일 오마이뉴스 인터뷰가 끝난 뒤 이어진 사진 촬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지영

나순자 후보는 보건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점점 절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 비례대표 후보가 됐을 때만 해도 반드시 국회의원이 돼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을 만나서 이야기 나누다가 '꼭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라는 말을 듣다 보니까 '꼭 돼야 하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물론 부담감이 있다. 내가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 언론에 많이 나오지도 못하고 지지율을 팍팍 올리지도 못해 부담스럽다. 그래도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14명 모두 현장을 다니면서 노동자들이 기대하고 절박하게 요구하는 걸 보면서 노동자들 믿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나 후보는 국회의원이 된다고 해도, 녹색정의당의 비례대표 2년 순환제(국회의원 임기 4년을 2년씩 쪼개 2년 뒤 앞순번 국회의원이 사퇴해 다음 순번이 승계하도록 함) 때문에 국회에서 2년 밖에 일하지 못한다. 

"맞다. 장단점이 있다. 녹색정의당처럼 의석수가 소수일 경우 노동자, 농민 등 각기 전문 영역이 있는 전문가들이 비례대표로 나서도 모두 당선할 수가 없다. 그러니 2년씩 국회에서 일해 다양성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는 16개의 산별 노조가 있는데 나는 산별 노조 위원장들이 한 번씩 국회의원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2년마다 산별 노조 위원장들이 해당 산업의 핵심 문제를 들고 국회에 오면 노동운동과 정치가 선순환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국회에 간다면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산별 교섭'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노조법 제2조와 제3조를 살려내고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은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보건의료 쪽에서는 ▲ 공공의료 확충 ▲ 감염병 대응 체계 구축 ▲ 보건의료 인력 확충을 관철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세 가지만 이행되면 한국 보건의료 체계가 올바르게 설 수 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되면서 이행이 안 되고 있지 않나." 

#나순자#녹색정의당#총선#비례대표#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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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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