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제일 어려웠던 선거가 정의당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2014년 지방선거 때였는데요. 그때보다 이번이 더 힘든 것 같아요. 정권 심판을 하더라도 녹색 노동 성평등으로 정의롭게 해야 하는데... 이게 참 어렵네요."
김종민은 학생운동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운동권이 기득권이 되고 정치의 주류가 됐을 때도 그는 진보정당을 지켰다. 권력을 잡는 것보다 가치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입후보 횟수 6번, 낙선 6번. 한때 뜻을 함께했던 많은 동지들도 곁을 떠나고, 후원을 끊었다. 이쯤 되면 지칠 만도 한데, 이번 선거에 다시 나왔다.
서울혁신파크 피아노숲에서 "모두의 공간은 철거될 수 없어"를 주제로 서울 공공성 페스티벌이 열린 지난 3월 24일, 공원 안 '카페 쓸'에서 김종민 녹색정의당 서울 은평구을 국회의원 후보를 만났다.
김 후보는 현재 혁신파크 공공성을 지키는 서울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으로도 활동하며 오세훈 서울시장의 혁신파크 철거 및 상업 개발 계획(관련 기사 :
"서울시, '혁신파크 방 빼라' 요구... 아직 할 일 많은데" https://omn.kr/225qy)에 반대하고 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녹색정의당 서울 은평구을 국회의원 후보 김종민이 누구인지 직접 소개해달라.
"진보 정치하는 사람이다. 두 가지 키워드가 있는데, 하나는 '이생망'이고 하나는 '오래된 미래'다. '이생망'은 이번 생은 망했다는 자조로, 제가 현재 녹색정의당에서 출마 경력으로는 세 손가락 안에 꼽을 거다. 2004년 구의원을 시작으로 구청장, 시장, 국회의원까지. 대통령, 시의원 선거 빼고는 다 나와봤는데 다 떨어졌다(웃음). 지역 후보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출마하하는데 사람들이 '또 출마하냐'고 걱정하더라.
그러나 그렇게 오래됐고 실패도 많이 했지만, '김종민을 보면 진보 정치의 미래가 보인다'는 평가도 받는다. 저는 세입자 권리 찾기 운동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또 젠더, 장애 인권, 기후 정치 등 우리 진보 정치가 해야 할 일들을 오랫동안 꾸준히 해온 사람이다. 이런 점에서 진보 정치의 오래된 미래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 서강대학교 생명과학과를 졸업했더라. 정치의 꿈은 언제부터 가졌나.
"어렸을 때 물고기를 좋아했다. 지금 보면 생태적 입장에서 상당히 잘못된 생각인데, 당시에는 그래서 양어장을 하고 싶었고 대학도 거기에 맞춰서 갔다. 그러나 학생운동을 시작해서 사회운동까지 몸담게 된 거다."
- 요즘 이야기가 많은 '86세대'에 관한 생각은 어떤가.
"저는 70년생이라 86세대는 아니지만, 운동을 했기에 그 끝에 껴있다고 볼 수 있다. 86세대가 분명 진보적인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한 건 맞다. 그러나 '조국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권력을 누리며 부동산 투기나, 입시 비리 등 기득권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모습도 많이 보이지 않았나. 그런 부분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정치적 세대가 출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거기에 마중물로서 또 대표선수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느낀다."
- 지난 21대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은평구을에 출마했다. 은평구와는 어떤 인연이 있나.
"은평은 대한민국 모든 존재들의 축소판이다. 1인 가구, 여성, 이주민, 성소수자, 장애인 등 정말 다양한 존재들이 많이 모여 산다. 시민사회, 협동조합이 많이 발달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런 공간에서 진보 정치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기후다. 북한산이 있고, 이말산, 봉산, 앵봉산, 녹번천, 불광천이 쭉 이어진다. 서울의 허파라고 표현할 만하다. 그래서 비례대표 출마보다, 은평을 지역구 정치 활동을 하는 게 우리 진보 정치의 미래에도 중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은평에서 계속 활동하겠다."
-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데, 이건 어떻게 된 건가.
"정말 죄송하다. 제가 평생 안고 가야 할 잘못이다. 2009년에 갑자기 어머님께 응급 상황이 발생했는데, 그때 지역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가 급하게 어머니를 모시러 갔다. 당연히 택시를 타야 했는데, 생각을 잘못했고 후회하고 있다. 많이 반성했고 이후에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
- 지금 은평구를 위해, 대한민국을 위해 꼭 필요한 법을 뽑아본다면.
"은평구는 여기 혁신파크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오세훈 시장에 의해 개발 계획이 발표되고, 이 안에 있던 단체들은 쫓겨난 상황 아닌가. 시장의 말 한마디로 공공의 공간이 폐쇄 수준에 이르렀고 철거를 앞두고 있다. 이러면 안 되는 거다. 따라서 공유지에 관한 시민의 결정권과 운영권을 보장하는 법률을 제정하겠다는 것이 공약이다.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저출생 공약을 만들고 싶은데, 지금 저출생의 원인은 임금 격차와 대학 서열화다. 어떤 대학을 나오느냐에 따라 임금 격차가 벌어지고, 그걸로 인해 사회적 신분이 결정되는데 고통스러운 경쟁으로 이걸 경험한 세대가 아이를 낳아서 똑같은 걸 겪게 하고 싶겠나. 따라서 법과 제도를 통해 대학을 평준화하고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싶다. 또 기후에 쓰는 예산을 늘리고, 국회에 상설 기후특위도 만들어야 한다."
- 은평을 지역구의 다른 두 후보는 어떻게 평가하나.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금 민주당 후보들 중에서도 가장 강한 '찐명' 후보다. 예전에 은평구청장을 하실 때는 사람 좋기로 유명했었는데, 최근 갑자기 이상해지셨다. 막말도 많이 하시고. 정치적 다양성과 민주주의를 가로막고 있다. 더구나 강원도당 위원장을 하면서 강릉의 아들이라 하시더니, 아무렇지 않게 다시 은평으로 돌아왔다.
장성호 국민의힘 후보는 사실 잘 몰랐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윤석열 대통령이 하는 얘기 한동훈 위원장이 하는 얘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더라. 이런 김우영, 장성호 후보가 당선되면 국회에서 시민들을 위한 의정활동보다는 이재명 지키기, 윤석열 지키기 활동을 더 열심히 하지 않겠나."
- 선거 상황이 쉽지 않다. '0석'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국회에 녹색정의당이 필요한 이유를 말해달라.
"우선 상황이 이렇게 된 건 우리 정의당의 잘못이 크다. 진보적인 어젠다를 내놓고, 제3의 정치 공간을 열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다양성이 보장되는 민주주의 구현을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내놓았지만, 위성정당을 막지 못해 정치 개혁에 실패했다. 그러나 지금 정권 심판도 중요하지만, 녹색, 노동, 성평등도 중요하다. 탈원전에 찬성하면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도 반대한다면, 여성가족부 폐지에 반대하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한다면 녹색정의당이 선택지다."
- 전기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대형 현수막도 걸지 않겠다고.
"우리가 녹색을 캐치프레이즈로 가져가는데, 진정성 있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자동차가 아닌 전기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선택했다. 또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려면 대형 크레인이 와야 해 탄소가 엄청나게 배출된다. 우리부터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거다."
- 공공교통 확대 공약도 눈에 띄더라.
"교통은 기본권이다. 그런데 지금 기후동행카드는 너무 비싸다. 원래 요금과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1만원 기후교통패스 공약을 내놓았다. 또 우리 은평은 여기저기 골목 마을이 많은 데 비해 마을버스가 부족하다. 저도 2019년 말 은평구 불광동에 이사 와서 지금까지 쭉 살고 있는데 불편을 많이 느낀다. 마을버스 공영화와 출퇴근 버스 증차가 필요한 이유다."
마지막으로 정치인 김종민의 목표를 물었다. 그는 "국정을 책임지고 사회를 진보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대통령"을 말하면서도,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영국 노동당 소속 켄 리빙스턴 전 런던시장이 주도한 장기적 런던발전계획 '런던플랜'의 서울 버전 '서울플랜'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은평을, 나아가 서울을 더 진보적인 지역으로 만드는 데에 남은 정치 인생을 바치고 싶다는 의미였다. 과연 '녹색으로 은평하자'를 슬로건으로 내건 김종민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