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히기냐, 탈환이냐'
경기 안양 동안을에서 이재정(50) 더불어민주당 후보(현 의원)는 굳히기에, 심재철
(66) 국민의힘 후보는 4년 전에 빼앗긴 의석 탈환에 나섰다. 신생정당이나 군소 정당 후보가 없는 두 후보만의 경합이다.
터줏대감은 동안을에서 내리 5선을 한 심재철 후보다. 하지만 동안을 지역구를 심 후보 텃밭(표밭)으로 보긴 어렵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서 이 후보가 12.4%p(1만1409표) 라는 비교적 넉넉한 표 차이로 심 후보를 이겼기 때문이다. 4년 전 총선에서 이 후보는 4만 9736표(54.15%)를, 심 후보는 3만 8327표(41.73%)를 얻었다.
출마 기자회견에서 심재철 후보는 "그간 잃어버린 안양의 봄을 되찾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선거 패배 뒤 4년을 '잃어버린 봄'으로 표현하며 의석 탈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에 맞서 이재정 후보는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의 폭정을 막고 더 크게 안양의 미래를 가꿔 나가겠다"며 정권심판론을 강조했다.
동안을 선거구에 거주하는 안양 시민들도 4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정치인의 승부에 관심이 컸다. 투표일을 9일 앞둔 지난 1일 동안을 선거구에 포함된 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과 평촌역 인근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전화 통화를 통해서 동안을 민심을 들어봤다.
동안을 선거구에는 평촌동, 평안동, 귀인동, 호계 1·2·3동, 신촌동, 범계동, 갈산동 등이 포함된다.
"물가 너무 올라, 시장 상인 아사 직전" "정권심판론 높지만..."
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아래 시장) 상인 60대 남성 A씨는 이번 총선 구도에 대해 "(두 후보가) 4년 만에 재대결한다는 사실을 물론 알고 있다"라며 "심재철 후보를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고, 그동안 (5선을 하는 동안) 크게 흠 잡힐 일을 하지 않아 심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이길 것 같다"라고 예상했다.
A씨는 과거 더불어민주당 계열과 국민의힘 계열 당적을 모두 보유한 특이한 이력이 있었다. 이유를 묻자 그는 "지인들이 부탁해서"라고 답하며 "현재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보수 정당에 마음이 쏠리는 것은 사실이라, 이번에도 보수 정당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인에게 바라는 점'에 대해서는 "현재 농수산물시장 상인들이 아사 상태다. 빈 점포도 많다"며 "시장 유통 구조 등을 비롯한 상권 활성화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물가폭등으로 인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A씨는 지인과 한 짧은 통화에서 "바뀌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재정 현 국회의원이 아닌 심재철 전 국회의원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시장상인 70대 여성 B씨는 "투표 안 하려고 했는데,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라 하기로 결심했다"라며 "요즘은 내가 장사를 하는 건지 노는 건지 잘 모르겠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난 '이당저당'은 아니지만(특별히 지지하는 정당은 없지만) 이번에는 그 누구더라 여자(이재정)를 찍고, 비례는 이준석(개혁신당)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를 두고는 "심재철은 너무 오래 해서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준석은 너무 안됐어"라고 답했다.
"대통령 대파 발언 때문에 망할 것" vs. "5선 심재철 인지도 높아"
평촌역 인근에서 만난 변호사 C씨는 작심한 듯 "정부가 물가나 잡아 줬으면 좋겠는데 노력을 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하며 "이런 현 정부가 싫어서 이재정 후보를 찍는 이가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뭐가 이뻐서 현 정부를 찍겠나,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대파가 875원이면 합리적이라는 대통령 발언 때문에 망할 것"이라며 이 후보 지지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법인세, 종합소득세 같은 부자 감세해서 부족해진 세수를 정부가 물가를 올려서, 또는 방치해서 간접세를 통해 채우는 것이다. 결국 서민 주머니 털어서 부자 감세 메꾸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70대 남성 D씨는 "중앙 바람, 즉 정권심판론이 세서 이재정이 이길 것 같다"라고 전망하며 "이 후보 우세를 점치는 사람이 많다. 심재철이 터줏대감이긴 하지만 너무 오래 해서(5선) 피로감이 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60대 남성 E씨는 2일 전화 통화에서 "정권 심판 바람은 세게 불고 있지만, 이재정 현 의원이 지역구 관리 잘하지 못했다는 여론이 있고, 심재철 후보 인지도가 높아 우세한 분위기 같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구?
이재정 후보는 변호사 출신으로 제20대 비례국회의원을 거쳐 21대 총선에서 승리한 재선의원이다. 민주당 원내대변인, 정책위 부의장, 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기업 유치와 상권 활성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와 노후 신도시 특별법(아래 특별법)을 통한 평촌 신도시 재정비 등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별법에는 용적률 규제 완화, 재건축 안전 진단 면제 및 완화, 정비 사업 절차 완화 등 도시 재정비를 촉진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심재철 후보는 MBC기자 출신으로 지난 1995년 정계에 발을 들였고, 제16~20대 총선에서 다섯 번 연속 당선했다. 국회부의장,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등을 역임했다.
재건축부담금 폐지, 용적율 상향, 금융지원과 이주대책 마련 등 도시 재정비와 관련한 내용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안양교도소 완전 이전과 GTX-C노선, 인동선 조속 완공 등의 지역 현안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민주당 출신 최대호 안양시장이 추진하는 안양시청 이전에 반대한다는 주장도 공약으로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