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군의 국제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차량 공습과 관련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4일(현지 시각) 전화 통화를 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존 커비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을 용납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커비 보좌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즉시 휴전(immediate ceasefire)이 필수적이고, 지체 없이 휴전 협상에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또한 이스라엘이 민간인 피해와 인도적 고통, 구호 활동가들의 안전을 해결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발표하고 실행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가자지구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이스라엘의 조치와 즉각적인 행동에 대한 평가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경시하는 것에 좌절감을 표했다"라며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미국의 지원을 조건으로 내걸었다"라고 짚었다.
미 국무 "이스라엘,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경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장관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이런 사건은 처음이 아니다"라며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할 것"이라고 이스라엘에 경고했다.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즉각적인 조치에 대한 평가에 따라 미국의 가자지구 정책이 결정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라며 "지금은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보호, 인도적 지원 확대, 구호 활동가들의 안전보다 우선순위는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아니다. 이스라엘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테러 조직인 하마스와는 달라야 한다"라면서 "민주주의는 인간의 생명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CNN 방송은 "이스라엘의 가장 확고한 동맹국이었던 미국이 냉혹한 입장을 보였다"라고 평가했다.
지난 1일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는 구호용 식량을 전달하던 WCK 차량 3대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폴란드, 호주, 영국, 미국·캐나다 이중 국적 직원 등 7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자국민이 숨진 서방 국가들은 일제히 이스라엘을 규탄했고, 이스라엘군은 전쟁 중 복잡한 상황에서 실수에 따른 오폭이었다고 잘못을 인정하며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시 중 특이 사건을 조사하는 군내 독립 기구인 '참모 사실확인 평가 장치'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사 결과를 오늘 참모총장에게 제출했고 국방부 장관과 총리에게도 올라갈 것"이라며 "자국민이 숨진 관련 국가와 WCK 측에도 제공하고, 그 이후에는 일반에도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
WCK "이스라엘군, 구호트럭 조준... 오폭 아냐"
다만 미국이 이스라엘에 무기 공급을 계속하는 가운데 미국의 정책이 크게 달라질지는 두고봐야 한다.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에 격분했다"라고 표현하면서도 "미국은 지역 내 여러 위협에 맞선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커비 보좌관도 "이스라엘을 향한 미국의 지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위협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WCK를 설립한 유명 셰프 호세 안드레스는 <로이터통신>에 "이는 단순히 잘못된 장소에 폭탄이 떨어진 운 나쁜 상황으로 볼 수 없다"라며 "이스라엘군이 체계적으로 구호트럭을 조준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군은 우리와 소통하면서 구호트럭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통제하에 있는 충돌 방지 구역에서 겨냥했다"라며 "이번 사건이 오폭이라는 이스라엘군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우리가 그들과 협력하고 있지 않았더라도 어떤 민주주의 국가의 군도 민간인과 인도주의 단체를 겨냥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