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같아선, 할 수만 있다면 한 번 더 투표하고 싶네요"
이태원 참사로 자식을 잃은 아버지는 사전투표를 마치고 이렇게 말했다. 2022년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에서 딸 이민아씨를 떠나보낸 이종관(58)씨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이씨를 비롯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회원 25명은 제22대 국회의원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5일 광주광역시에서 투표권을 행사했다.
이씨와 함께 광주 동구 서남동 사전투표소를 찾은 다른 유가족들은 길게 늘어선 투표 대기행렬을 보고선 "광주 시민들은 사전투표 엄청들 하네요"라며 반가운 듯 웃어 보였다.
사전투표를 하려고 도보를 이용해 투표소로 향하는 유가족들의 표정에선 모처럼 밝은 기운마저 느껴졌다.
유가족들은 지난 4일 이태원 참사 서울시청 분향소를 출발해 부산·광주·대전·수원 등을 거쳐 서울로 돌아오는 '진실대행진'을 하고 있다. 부산을 거쳐 이날 오전 광주에 도착했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거부권 행사, 똑똑하게 기억"
사전투표에 앞서 유가족들은 광주시민단체와 함께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29 이태원 참사, 정부는 없었다. 진실에 투표하세요"라고 외쳤다.
참석자들은 "두 달여 전, 1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은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그날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오늘 우리는 22대 총선을 앞둔 광주시민들에게 진실에 투표해 줄 것을 호소하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광주에 왔다"고 말했다.
이어 "22대 국회에서는 생명과 안전이 선택의 문제가 아닌 최우선으로 보장돼야 할 권리로서 인식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첫걸음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안전 사회가 되지 못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10·29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자리에 함께 한 광주 서정교회 장헌권 담임목사는 "이번 총선은 '껍데기'들을 청소하는 선거"라며 "많은 시민이 투표에 참여해 이태원 참사의 진실이 규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광주 일정을 마치고 전주를 거쳐 대전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