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하는 전력수요와 전기자동차의 보급으로 리튬 이온 배터리의 열 폭주와 이로 인한 화재 위험성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배터리 열 폭주' 피해 최소화를 위한 실시간 감시로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 단열소재가 국내 대학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고려대학교(총장 김동원)는 8일 "화공생명공학과 임상혁 교수 연구팀이 우수한 단열성능과 에너지 하베스팅 및 열 감지 기능이 융합된 다공성 열전소재를 개발하여 배터리 열 폭주 현상의 새로운 대응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먼저 임 교수 연구팀은 배터리 열 폭주와 화재 위험성이란 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으로 열전현상 중 하나인 제백효과를 이용한 스마트 단열소재를 제시했다. '제백효과'란 소재에 온도 차가 발생하였을 때 온도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전하가 확산하여 전위차가 생성되는 열-전기 에너지 변환 효과를 일컫는다.
연구팀은 이런 원리에 착안해 "능동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지 못하는 기존 단열소재에 열전(Thermoelectric) 특성을 부여하면 낮은 열전도율 덕분에 유지 가능한 높은 온도 차를 제백효과의 공급원으로 활용하여 일반 건축용 단열재를 포함한 다양한 상황에서 기존에 활용하지 못했던 열에너지의 하베스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참고로, '열전 현상'이란 열과 전기의 상호작용으로 나타나는 효과를 총칭하는 용어로, 제백효과, 펠티어효과, 톰슨효과가 있다. 그리고 '에너지 하베스팅'은 태양광, 열 등 자연적인 에너지원을 수확하여 전기에너지로 변환시켜 활용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배터리 열 폭주는 막대한 양의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결함에 의해 열 폭주가 발생한 배터리 셀뿐 아니라 인접한 배터리 셀까지 열 폭주를 전이시키는 열 폭주 전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만약) 대응에 실패 시 피해가 더욱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연구팀은 열전특성이 부여된 '스마트 단열재'의 적용을 제안했다. 단열재의 낮은 열전도율로부터 인접 셀의 온도 상승을 최소화하여 열 폭주 발생을 최대한 지연시키고, 동시에 온도 차에 의해 전위차가 형성되는 제백효과를 통해 단열재를 온도 센서로 활용하여 열 폭주를 초기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기존 폴리우레탄 폼 수준의 단열성능을 가지면서 전기전도성이 우수한 스마트 단열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PEDOT:PSS에 Mg 이온염과 알코올 용매를 첨가하여 열처리를 통해 하이드로겔을 형성했다. 그런 뒤 수 mbar의 낮은 진공도에서 동결건조를 진행하여 다공성 PEDOT:PSS를 제작했다.
Mg 이온염의 첨가로 인한 전도성 고분자의 가교(cross-linking)가 낮은 진공도에서의 동결건조에 더해져서 고분자 네트워크의 수축에 의한 기공률 감소가 최소화되어 연구진은 0.9517의 높은 기공률과 0.041 W m-1 K-1의 낮은 열전도율의 열전소재를 개발해냈다.
추가로 알코올 용매의 첨가량을 증가시켜 전기가 통하지 않는 PSS-와 전도성 부분인 PEDOT의 상 분리를 유도하여 스마트 단열소재의 전기전도도를 증가시켜서 열에너지 하베스팅 성능을 향상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개발된 스마트 단열소재는 15.16K의 온도 차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상태에서 90.2 nW cm-2의 열에너지 하베스팅 성능을 보였으며, 외부 온도변화에 신속하게 반응하는 우수한 온도 감지 성능을 보였다.
임상혁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의 의의에 대해 "단열소재와 열전현상을 융합하여 에너지 산업의 중대한 사회·환경적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나노 및 소재 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성과는 재료·에너지 분야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IF:11.9)>에 4월 7일(현지 시각 기준)자 13호에 정식 출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