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남편을 처음 만난 날, 검사라고 하기에 무서운 사람인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늘 같은 옷을 입고 다니고 자신감이 넘치고 후배들에게 마음껏 베풀 줄 아는 그런 남자였습니다. 몸이 약한 저를 걱정하며 '밥은 먹었냐' '날씨가 추운데 따뜻하게 입어라' 제게 늘 전화를 잊지 않았습니다."
기억나십니까. 2021년 12월 26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가 자신의 허위 이력이 논란이 되자 연 기자회견에서 한 말입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 본투표를 코앞에 두고 이 기자회견문의 절반을 자신이 썼다고 주장하는 이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개혁신당 비례대표 후보 곽대중 후보입니다.
곽 후보는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지난 대선 당시 벌어졌던 일들을 자신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현 정부여당을 비판하면서 이번 총선에서 개혁신당을 지지해달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20대 대선 당시 벌어졌던 일들을 소환했습니다.
앞서 소개한 김건희 여사의 기자회견문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곽 후보는 "기자회견문 절반은 제가 작성한 것"이라며 "'다정한 남편'을 강조하는 도입부는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거의 똑같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과정을 곽 후보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윤 후보 배우자의 허위이력 기재 등 과거와 관련한 문제를 하루속히 해명해야 성난 여론을 달랠 수 있다'고 김종인 위원장을 통해 후보 측에 수차례 의견을 전달했다. 12월 17일에는 아예 기자회견문 초안까지 만들어 보냈다. 12월 18일이 마침 윤석열 후보 생일이라 김종인 위원장이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관련 내용을 전달해 승낙을 받은 것으로 안다."
그는 "김건희 여사의 당시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렸지만 윤석열 후보의 가장 큰 리스크 가운데 하나인 배우자 문제를 어느 정도 매듭짓는 계기가 됐던 것에 작은 자부심을 느낀다"고 회고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평가는 왜 바뀌었을까
곽대중 후보는 대선 이후 국민의힘 민생특위 '민생 119'에 발을 들였다가 3개월 만에 '금태섭 신당(성찰과 모색)'에 합류한 뒤 현재 개혁신당 비례대표 4번이 됐습니다. 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가 지긋지긋하게 싫"어서 윤석열 후보를 도왔다는 그의 현재 관점은 변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 2년에 대한 평가에서 그 변화가 읽힙니다.
곽 후보의 현 정부 평가에 영향을 끼친 일화는 대선 당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물러나는 과정인 것으로 보입니다. 곽 후보의 글에 따르면 김종인 위원장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윤 후보를 향해 "총괄선대위원장이 아니라 비서실장 노릇을 할 테니 후보도 태도를 바꿔 우리가 해준대로만 연기를 좀 해달라"고 말한 것이 발단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윤석열 후보는 김 위원장의 말에 심히 불쾌하면서 그를 내쳤고, 김 위원장은 스스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통해 윤 후보와 결별했다는 설명입니다.
당시 김종인 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뜻이 안 맞으면 헤어지는 것"이라며 "선대위 개편을 대통령 당선을 위해 하자는 것인데, 쿠데타니 상왕이니 이딴 소리를 한다" "(선대위에) 억지로 끌려간 사람인데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도 밝혀 이슈가 됐습니다.
"총선에서 윤·이·조 동시 심판"
곽대중 후보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를 쫓아낸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도 쓴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윤석열 후보의 그러한 고집불통 성격을 단속한 사람은 이준석 대표였습니다. 김종인까지 버리는 윤석열 후보를 단단히 단속하지 않고는 선거 승리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이준석 자신의 이미지가 좀 깎이는 한이 있더라도 윤석열을 띄우는 방법론에 기댄 것입니다. 결과는 0.73%p 신승으로 나타났습니다."
곽 후보는 국민의힘이 이준석 대표를 "입에도 담기 힘든 지저분한 모함을 만들어" "쫓아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향해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에 딱 들어맞는 사례"라며 "대한민국의 자칭 보수세력이 얼마나 오만한 사람들인지 이 대목에서 완연히 확인할 수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습니다.
이 글의 귀결은 개혁신당 지지 호소로 흘러갑니다. 곽 후보는 "개혁신당이 국민 여러분에게 드리고 싶은 간절한 부탁"이라며 "분노의 방향을 제대로 찾아달라"고 당부합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아무리 밉다 하더라도 자기 딸의 입시 서류를 조작해 부정 입학을 시키고도 반성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고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사람, 그를 에워싼 친위부대가 급조한 정당에 표를 줘서야 되겠나"라며 "그들이 국회에 진출해 벌이려고 하는 끔찍한 복수극에 대한민국의 정치가 휘둘려서야 되겠나"라고 주장했습니다.
"윤이조(윤석열, 이재명, 조국)를 동시에 심판하고 한국 정치의 새로운 희망을 키워나가는 것이 이번 총선의 가장 바람직한 지향점이다. 저희 개혁신당에게 표를 주시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린다."
자신이 속한 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22대 대선을 전후로한 일화를 공개한 곽대중 후보의 설득은 효과가 있을까요? 4월 10일 개표 결과에서 설득의 효과 유무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입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