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이광재가 이겼다!" (이광재 캠프)
"뭐야? 이광재가 이긴다고?" (안철수 캠프)
여야 잠룡 대결로 4.10 총선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힌 경기도 성남 분당갑에서는 출구조사 결과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를 앞서는 이변이 예측됐다.
10일 오후 6시 투표 종료와 함께 발표된 방송3사(KBS·MBC·SBS) 출구 조사에 따르면,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52.8%,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가 47.2%를 득표할 것으로 집계됐다.
분당갑은 2000년 첫 선거구 획정 이후 지난 24년간 단 한차례만 빼고 모두 국민의힘이 이긴 보수 텃밭이라, 현역이기도 한 안철수 후보 캠프는 충격에 휩싸였다. 출구조사 결과가 뜨자 30초간 정적과 침묵이 흘렀다. 지지자들은 이윽고 "아휴" "참나" "이광재가 이긴다고?" "이게 뭐야?"라는 탄식을 뱉으며 머리를 싸맸다. 급속도로 굳어진 지지자들 맨 앞에서 TV로 결과를 접한 안철수 후보는 두 손 깍지를 낀 채 "아직 모른다"라며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얼굴색은 빨개졌다.
반면 이광재 후보 캠프는 축제 분위기가 됐다. 분당갑 출구조사가 뜨자마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캠프 관계자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발을 굴렀다. 두 팔을 들고 펄쩍 뛰며 "이광재"를 연호하는 목소리가 건물 복도에 울려 퍼졌다.
다만 이광재 후보는 자신이 앞서고 있다는 결과가 발표된 지 5분여가 지나서야 캠프 사무실에 등장하는 등 아직은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출구조사에 반영되지 않는 사전투표율이 높고, 타방송인 jtbc에선 '이광재 49.5% - 안철수 50.5%'의 경합 열세 예측도 나왔기 때문이다.
[안철수] 한숨·탄식 나온 캠프... "끝나 봐야 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 인근에 도로 하나만 두고 마주보고 있는 양 후보의 선거 사무소 풍경은 크게 대조됐다.
투표 종료 10분 전인 오후 5시 50분에 선거 사무소에 도착한 안철수 후보는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인사하면서도 어려운 판세를 직감한 듯 "이번에는 워낙 사전투표가 많고, 출구조사는 오차범위가 넓어서, 결과가 나쁘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좋다고 해도 너무 기뻐할 필요가 없다"고 미리 언질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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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보는 안철수... '굳어버린' 상태 [출구조사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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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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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는 오후 6시가 다가올수록 안 후보는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검은 양복에 붉은 빛 넥타이를 멘 안 후보는 앉아서 정자세를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여권의 참패 결과가 연이어 흘러나오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후보는 실망한 지지자들에게 "다 접전"이라며 "끝까지 다 봐야 된다"고 했다. 안 후보는 오후 6시 38분께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선거 사무실을 떠났다. 오후 8시 현재 캠프 사무실에는 10여명의 지지자만 남은 채 침체된 분위기다.
[이광재] 발표 5분 뒤 등장... '자축'은 자제했지만 '미소'
반면 이광재 후보는 분당갑 출구조사가 나온 뒤인 오후 6시 5분께야 양복 차림에 남색 넥타이를 한 채 선거 사무소에 등장했다. 이 후보가 나타났을 땐 이미 민주당 지지자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상대적으로 차분한 태도를 보이며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웃음보가 터진 지지자들과 악수를 하고 감사 인사를 건네면서도 미소만 띨 뿐 승리를 낙관하는 장면은 연출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덤덤한 표정으로 개표 방송을 지켜보다 오후 6시 33분께 캠프를 떠났다. 이 후보 역시 기자들에게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없지만 민주당 캠프 분위기는 여전히 고조된 상태다. 오후 8시 현재 30여명이 남아 엉덩이를 들썩이며 개표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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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아아악!!" 비명까지 나온 이광재 캠프 [출구조사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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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화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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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아성' 분당갑… 22대 총선 최종 결과는?
이광재 후보의 침착한 표정에서 드러나듯, 방송사 출구조사에는 사전투표가 반영되지 않아 변동 가능성은 아직 있다. 특히 이번 총선 사전투표율(31.28%)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분당의 사전투표율은 전국 평균보다도 높은 33.87%였다. 총 39만 7092명의 분당갑 선거인 중 13만 4489명이 이미 사전투표를 마친 것이다. 현재 분당구의 최종 투표율은 76.2%로 집계됐는데, 전국 평균(67%)을 크게 웃돈다.
2022년 보궐 민주당 김병관 37.49% - 국민의힘 안철수 62.40%
2020년 총선 민주당 김병관 49.34% - 미래통합 김은혜 50.06%
2016년 총선 민주당 김병관 47.03% - 새누리당 권혁세 38.51%
2012년 총선 민주당 김창호 43.74% - 새누리당 이종훈 51.45%
2008년 총선 민주당 이재명 33.23% - 한나라당 고흥길 64.73%
2004년 총선 우리당 허운나 40.61% - 한나라당 고흥길 54.08%
분당갑은 지난 2000년 처음 선거구가 획정된 이후 24년간 단 한차례(2016년)만 제외하고 모두 국민의힘 계열이 깃발을 꽂은 보수의 아성이다. 서현1·2동, 이매1·2동, 야탑1·2·3, 판교동, 삼평동, 백현동, 운중동 등이 속한 분당갑은 서울 강남권과 가깝고 분당·판교 신도시의 고가 아파트가 즐비하다. 분당갑은 이재명 현 민주당 대표가 지난 2008년 총선에 출마했다가 보수 후보에 무려 31.5%p 차이로 낙선한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