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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후 선거가 끝난 후 방송 3사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국민의힘 대구시당에 모인 후보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TV를 쳐다보고 있다.
10일 오후 선거가 끝난 후 방송 3사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국민의힘 대구시당에 모인 후보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TV를 쳐다보고 있다. ⓒ 조정훈
 
'25대 0'

보수의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에서 이변은 없었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압승했고 더불어민주당과 민주진보야권후보로 나섰던 새진보연합, 진보당은 참패했다. 야권연합에 참여하지 않았던 녹색정의당도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1명씩 출마했지만 유의미한 표를 얻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이른바 '쌍특검'을 앞두고 이탈 표를 줄이기 위해 현역을 대거 공천했다. 공천 막판에는 국민추천제를 도입하고 '5.18 막말' 논란을 빚은 도태우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지만 '낙하산 공천'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국민추천제로 지역민도 모르는 후보가 공천을 받자 대구 북구갑 선거구 주민들은 '무늬만 국민추천, 실상은 밀실공천' 등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그럼에도 TK는 보수의 아성임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반면 전국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은 TK에서 참패했다. 민주당은 4년 전 치러진 21대 총선에서는 대구경북 지역구 모두에 후보를 냈지만 이번에는 인물난을 겪으며 대구에선 4곳, 경북에선 2곳밖에 후보를 내지 못했다.

'5.18 막말'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된 도태우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대구 중·남구에서는 김기웅 국민의힘 후보가 57.91%의 득표율로 허소 더불어민주당 후보(26.23%), 도태우 후보(15.85%)를 누르고 당선됐다.

수성갑에서는 주호영 의원이 65.63%를 득표해 강민구 민주당 후보(30.33%)와 대구에서 유일하게 출마한 김성년 녹색정의당 후보(2.17%)를 누르고 당선됐다. 6선에 성공한 주 의원은 현역 최다선이 되면서 여소야대 정국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관심이다.

수성을 선거구에서는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했던 이인선 국민의힘 후보가 72.82%를 얻어 진보야권후보인 오준호 새진보연합 후보(15.56%), 조대원 개혁신당 후보(7.38%)를 누르고 당선됐다.

달서갑 선거구에서는 '박근혜 최측근' 유영하 국민의힘 후보(71.39%)가 권택흥 민주당 후보(28.60%)를 누르고 당선됐다. 달서병에서는 전 대구시장인 권영진 국민의힘 후보가 67.08%로 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16.82%), 최영오 진보당 후보(16.08%)를 누르고 당선돼 16년 만에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TK에서 가장 치열했던 경산, 막판 표심 여당 후보에 몰려

경북의 13개 선거구 중 가장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경산에서 '친윤(친윤석열)' 조지연 후보가 '친박(친박근혜)' 최경환 후보와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1.16%p 차이로 신승했다. 반면 남수정 진보당 후보는 7.99%, 엄정애 녹색정의당 후보는 6.29%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경산은 당초 최경환 후보의 당선이 점쳐졌던 곳이다. 그러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 기간 2차례나 경산을 방문한 데 이어, 친박인 유영하 달서구갑 후보가 '박근혜 팔이'라는 비판까지 받으며 지원한 끝에 막판 표심이 조 후보에게 몰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수성갑에 출마했던 김부겸 민주당 후보가 62.3%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김문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고, 북구을에서는 홍의락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후 민주당에 복당한 바 있다.

또 21대 총선 당시에는 홍준표 현 대구시장이 수성구을 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국민의힘이 25석을 모두 싹쓸이하면서 TK에서 보수가 더욱 공고해졌다. 특히 야권이 200석 이상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보수층이 결집했다는 분석이다.

투표율의 경우 TK는 전국 평균(67.0%)에 미치지 못했다. 대구는 제주 다음으로 낮은 64.0%였고 경북은 65.1%에 머물렀다. 

국민의힘이 TK에선 모두 승리했지만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정치적 고립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야당 역시 TK에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도 과반 이상을 담보할 수 있어 TK에 더 소홀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보수당 후보들에게 TK는 무풍지대나 마찬가지"라며 "민주당이나 야당에서 견제할 수 있는 후보군이 없다 보니 TK에서는 정권 심판론의 바람이 많이 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TK는 보수화가 더욱 공고화되면서 여야 모두로부터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며 "TK의 발전을 위해서는 경쟁할 수 있는 정치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보수정치의 변화를 위해서는 국민적 인지도가 있는 정치인이 TK에 오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TK는 이번 총선을 통해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잘못할 경우 다음 총선에서는 가장 큰 폭의 물갈이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이번에 당선된 후보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경북#국민의힘#싹쓸이당선#더불어민주당#보수의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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