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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정 녹색정의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22대 총선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21대 국회의원 남은 임기를 마지막으로 25년간 숙명으로 여기며 받들어 온 진보 정치의 소임을 내려놓겠다”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심상정 녹색정의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22대 총선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21대 국회의원 남은 임기를 마지막으로 25년간 숙명으로 여기며 받들어 온 진보 정치의 소임을 내려놓겠다”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진보 정치 역사를 함께해 온 한 인물이 퇴장했다. 진보 정당의 유일한 4선 중진이자 3번의 대선 주자. 심상정 녹색정의당 의원(경기 고양갑)의 11일 고별 현장 뒤편에 당을 끝까지 지켜 온 당직자와 대변인, 동료 정치인들이 줄줄이 섰다.

이날 심 의원이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눈물바람이 이어졌다. "25년간 숙명으로 여기며 받들어 온 진보 정치의 소임을 내려놓으려 한다"며 정계은퇴를 시사할 땐 주저앉아 고개를 묻고 오열하는 이도 있었다.

고별사는 심상정의 끝이 곧 녹색정의당 정치의 끝이 아님을 강조하는 데 맞춰 있었다. 심 의원은 기자회견장을 나서면서 총선 막판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돼 당을 이끈 김준우 대표와 서울 마포을에서 분투한 장혜영 의원 등 당내 청년 정치인들을 차례로 부둥켜안았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내내 뒷줄에 선 '남은 사람들'과 시선을 마주칠 때마다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2004년 녹색정의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창당 이래 당의 원내 진입이 좌절된 것은 20년만의 일이다. 
 
"기후, 진보 정치 살리려는 유권자 있는 한... 녹색정의당은 계속될 것"

 
 심상정 녹색정의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5년간 숙명으로 여기며 받들어 온 진보 정치의 소임을 내려놓겠다며 입장을 밝힌 뒤 회견장을 나서자, 장혜영 의원과 이은주 전 원내대표가 심 위원장을 위로하고 있다.
심상정 녹색정의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5년간 숙명으로 여기며 받들어 온 진보 정치의 소임을 내려놓겠다며 입장을 밝힌 뒤 회견장을 나서자, 장혜영 의원과 이은주 전 원내대표가 심 위원장을 위로하고 있다. ⓒ 유성호
 
 심상정 녹색정의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5년간 숙명으로 여기며 받들어 온 진보 정치의 소임을 내려놓겠다며 입장을 밝힌 뒤 회견장을 나서자, 김준우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장혜영 의원, 이은주 전 원내대표가 심 위원장을 위로하고 있다.
심상정 녹색정의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5년간 숙명으로 여기며 받들어 온 진보 정치의 소임을 내려놓겠다며 입장을 밝힌 뒤 회견장을 나서자, 김준우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장혜영 의원, 이은주 전 원내대표가 심 위원장을 위로하고 있다. ⓒ 유성호
 
▲ 심상정 “25년 진보정치 소임 내려놓으려 합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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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인사는 곧 읍소였다. 심 의원은 "잠재력을 갖춘 훌륭한 후배 정치인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도록 진보정당의 지속가능한 전망을 끝내 열어내지 못한 것이 큰 회한으로 남는다"면서 "지금까지 진보정당의 부족함과 한계에 대한 책임은 부디 제가 떠안고 가도록 허락해주시고 녹색정의당의 새롭고 젊은 리더들이 열어갈 미래 정치를 따듯한 마음으로 성원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 드린다"고 했다.

남은 이들은 성찰을 말하는 동시에, '다음 진보 정치'를 이야기했다.

김준우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60만 9천여 명 유권자께 기후와 진보정치를 살리려는 녹색정의당의 길을 외롭지 않게 동행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부족하지만 그 응원 속에서 다시 출발할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녹색정의당이 입법을 매듭짓지 못한 노란봉투법 등 주요 민생 입법의 결실을 맺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한국 사회의 새 상식을 만들어가기 위한 녹색정의당의 진보정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혜영 의원도 녹색정의당을 선택한 유권자들을 향해 "수많은 난관에도 녹색정의당이 끝내 지켜온 노동과 여성, 녹색의 가치, 정치개혁의 가치를 지지해주신 귀한 마음을 결코 잊지 않겠다"면서 "다시 거리에서 뵙겠다. 여러분의 삶을 정치로 지켜내는 일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찬휘 녹색정의당 대표는 "기후 위기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노동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와 함께 손을 잡고 다시 시작 하겠다"고 했다.

거대 양당 사이 진보 제3정당. 심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이 걸어온 고군분투를 돌아봤다. 그는 "박봉을 쪼개 당비, 후원금 내고 휴가 내서 피케팅하고, 월세 보증금 빼서 선거에 도전했던 수많은 당원과 지지자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오늘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면서 "고되고 외로운 길을 함께 개척해온 사랑하는 당원과 지지자 여러분께 감사하고 또 미안할 따름"이라고 입을 뗐다.

심 의원은 이어 "극단적 진영 대결 정치의 틈에서 가치와 소신을 지키려는 몸부림은 번번이 현실 정치의 벽에 부딪혔고 때로는 무모한 고집으로 비치기도 했다"면서 "저와 진보정당이 진정 사랑했던 것은 이념이 아니라 이웃하며 살아가는 보통 시민의 삶으로, 그것이 지금까지 진보정당을 만들어 온 힘이고 제 자부심이었다"고 돌이켜 봤다.

기자회견 종료 직후 심 의원은 추가 질의답변 없이 소통관을 떠났다. 김준우 대표와 장혜영 의원은 물론, 정의당 원내대표를 지낸 이은주 전 의원, 김혜련 전 고양시 의원, 김수영, 김민정 대변인도 심 의원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여러분들이 와있으니까 눈물이 자꾸 나잖아. (잠시 둘러보며) 고생했어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심 의원의 얼굴에 다시 눈물이 비쳤다.
 
 심상정 녹색정의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22대 총선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21대 국회의원 남은 임기를 마지막으로 25년간 숙명으로 여기며 받들어 온 진보 정치의 소임을 내려놓겠다”고 입장을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심상정 녹색정의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22대 총선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21대 국회의원 남은 임기를 마지막으로 25년간 숙명으로 여기며 받들어 온 진보 정치의 소임을 내려놓겠다”고 입장을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심상정 녹색정의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22대 총선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21대 국회의원 남은 임기를 마지막으로 25년간 숙명으로 여기며 받들어 온 진보 정치의 소임을 내려놓겠다”고 입장을 발표한 뒤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심상정 녹색정의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22대 총선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21대 국회의원 남은 임기를 마지막으로 25년간 숙명으로 여기며 받들어 온 진보 정치의 소임을 내려놓겠다”고 입장을 발표한 뒤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 유성호
  아래는 심상정 의원의 기자회견문 전문. 

녹색정의당 심상정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21대 국회의원의 남은 임기를 마지막으로 25년간 숙명으로 여기며 받들어온 진보정치의 소임을 내려놓으려 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저는 지역구 주민의 신임을 받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소속된 녹색정의당이 참패했습니다. 오랫동안 진보정당의 중심에 서 왔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그동안 척박한 제3의 길에 동행해주시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국민 여러분께 통절한 마음으로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

또 작은 정당 소속인 저 심상정에게 세 번이나 일할 기회를 주시며 큰 사랑을 보내주셨던 덕양 주민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일하는 내내 행복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돌이켜보면 진보정당 25년은 참으로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하루하루가 벅차지 않은 날이 없었고, 한 걸음 한 걸음이 수월하지 않았습니다.

박봉을 쪼개서 당비·후원금 내고, 휴가 내서 피케팅하고, 월세 보증금 빼서 선거에 도전했던 수많은 당원과 지지자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오늘까지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고되고 외로운 길을 함께 개척해온 사랑하는 당원과 지지자 여러분께 감사하고, 또 미안할 따름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25년간 오로지 진보정치 한길에 생을 바쳐왔습니다. 국민의 삶과 동떨어진 정치를 바꾸기 위해 정치를 시작했고, 권력을 잡는 것보다 더 큰 꿈,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향해 매진해왔습니다. 극단적인 진영 대결 정치의 틈새에서 가치와 소신을 지키려는 저의 몸부림은 번번이 현실정치의 벽에 부딪쳤고 때로는 무모한 고집으로 비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기에, 우리 사회의 약자와 보통 시민의 권리가 개선되고 대한민국 사회가 조금이나마 진보되어 왔다고 믿습니다. 저와 진보정당이 진정 사랑했던 것은 이념이 아니라 이웃하며 살아가는 보통시민의 삶이었습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진보정당을 만들어 온 힘이고, 저의 자부심이었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제가 온몸으로 진보정치의 길을 감당해온 것에 후회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잠재력을 갖춘 훌륭한 후배 정치인들이 마음껏 성장할 수 있도록 진보정당의 지속가능한 전망을 끝내 열어내지 못한 것이 큰 회한으로 남습니다.

이제 저는 한 사람의 시민의 자리로 돌아갈 것입니다. 지금까지 진보정당의 부족함과 한계에 대한 책임은 부디 제가 떠안고 가도록 허락해주시고, 녹색정의당의 새롭고 젊은 리더들이 열어갈 미래정치를 따듯한 마음으로 성원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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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녹색정의당#진보#총선#원외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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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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