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재난참사피해자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10일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야당 압승'이라는 결과에 대해 일제히 "국민이 정권을 심판했다"는 취지의 논평을 내고, 22대 국회를 향해서는 "개혁과 변화를 향한 민심에 부응해달라"고 당부했다.
"총선 결과는 참사 이어진 것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재난참사피해자연대 등은 11일 오후 논평을 내고 "(야당의 압도적 의석수는) 윤석열 정부 기간 사회 전 분야에서 후퇴와 퇴행을 거듭한 가운데, 이태원 참사와 오송지하차도 참사 등 사회적 참사가 이어진 것에 (대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자 경고"라고 평했다.
이들 단체는 이번 총선에 출마한 모든 국회의원 후보들을 대상으로 생명안전 관련 3대 공약(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사참위 권고 이행,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이행 여부를 물었다. 이들은 "'정권심판' 기조 속에 정책의제가 선거의 화두가 되기 어려웠던 상황에서도, 생명안전 3대 공약을 약속했던 후보자 343명 중 155명이 22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 점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 지난 2년은 세월호 참사 이후 생명과 안전을 우리 사회 가장 중요한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했던 사회적 합의를 거스르는 시간이었다"라면서 "윤석열 정부의 퇴행과 책임 방기를 막지 못했던 21대 국회의 과오를 22대 국회에서만큼은 바로잡아야 한다. 더 이상 생명안전 국회를 만드는 것을 미룰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연주의 언니 유정씨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용산구에서 국민의힘 권영세 후보가 당선했다는 것에는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159명 빛나던 청년들의 목숨을 하룻밤 사이에 지워버린 무능한 정치와 안일한 행정에 대해서 당선인에 연연하지 않고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유정씨는 이번 총선에서 2030 유권자네트워크라는 연대체의 공동 발의자로서 청년들에게 투표하자는 메시지를 여러 장의 대자보로 전한 바 있다.
"청년·여성 후보자 비율, 지난 총선보다 축소돼"
국회에 여성, 청년 등 다양성이 부족해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2030 유권자네트워크는 "총선 과정 중에서 전세사기, 이태원 참사, 채상병 사망 사건, R&D(연구개발) 예산 삭감 등 청년 세대가 현재 겪고 있는 비극과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청년 정치인이 부족해서 아쉬웠다. 그럼에도 각지에서 고군분투한 청년후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라고 전했다.
146개 여성시민사회단체가 총선을 맞아 모인 연대체 '여성 주권자 행동 어퍼'는 "제22대 국회의 여성의원 비율 20.0%(60명)는 제21대 국회 여성의원 57명(19.0%)보다 3명, 1%p 증가한 수치"라고 언급하면서, "이번 선거를 통해 다양성, 비례성, 대표성을 반영하는 정치개혁이 시급함을 확인했다. 각 정당은 남성이 과대 대표되어 있는 정치구조를 바꾸고 여성, 소수자의 정치 대표성을 확대하기 위해 지역구 공천 여성 할당제 30% 권고 조항을 의무화하는 등 관련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또한 '여성 주권자 행동 어퍼'는 "거대 양당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전에는 '개혁공천', '여성, 청년 정치신인 발굴'을 이야기하며 공천 확대를 호언장담했으나 제22대 총선 공천 결과를 살펴보면 후보자 중 지역구 여성 후보자 비율과 청년 후보자 비율은 오히려 지난 선거에 비해 축소됐다"라면서 "국회가 여성을 비롯한 장애, 이주, 성소수자, 청년 등 다양한 정체성과 위치에 있는 시민들의 입장과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양성, 비례성, 대표성 모든 영역에서 매우 심각한 퇴행이 아닐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거대 야당으로 고민해야"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에 대한 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민주노총은 11일 논평에서 "민주노총은 작년 노동절에 분신한 양회동 열사의 유지, 윤석열 정권 퇴진의 결심을 잊지 않고 있다. 윤석열을 퇴진시킬 때까지, 반노동 수구 정당인 국민의힘이 국회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투쟁의 고삐를 놓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노총의 윤석열 퇴진 투쟁,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투쟁은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노총은 원내 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 "총선 결과의 의미는 민중들이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윤석열 정권을 심판한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거대 야당으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일지 늘 고민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79개의 시민사회단체 등이 모여 만든 '2024 총선시민네트워크'는 11일 오후 논평을 내고 "공천 반대 후보 46명 중 10명은 공천을 받지 못하거나 불출마를 선언했고, 15명이 패배했다"면서 "이들의 낙선은 우리 사회의 반개혁과 퇴행에 대한 유권자들의 엄중한 목소리를 보여준 결과"라고 평했다.
이들은 "이례적으로 평가받았던 지난 21대 총선 결과와 비교해 범야권이 비슷한 규모의 의석을 가져가면서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실망하고 분노해왔는지 확인된 셈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뜻을 수용해 불통과 퇴행의 정책기조를 전면 전환해야 한다"라고 언급하는 한편,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도 총선 기간 내내 윤석열 정부 심판 외에 우리 사회의 복합 위기 극복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대안과 정책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