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이 한국 4·10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함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내 정책을 넘어 외교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은 "국민의힘이 100석이 조금 넘는 의석을 확보하면서 야권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깨고 개헌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3분의 2 절대다수 장악을 피하게 됐지만, 윤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그러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 윤 대통령의 '정치적 반대자'들이 새 국회에 입성하는 것에 주목했다.
"국회 막힌 윤 대통령, 외교 정책에 더 집중할 듯"
메이슨 리치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로이터에 "윤 대통령이 앞으로 해외 의제에 더 집중할 수 있지만, 야당이 다수당의 힘으로 정부 예산을 삭감하려고 한다면 그러한 계획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라며 "윤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자신이 권한을 가진 외교 정책에 집중할 유혹을 느낄 것"이라고 짚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윤 대통령은 행정명령과 거부권을 갖고 있지만, 이번 총선 패배로 인해 행정부에서의 권위가 약해지고 여당 의원들에 대한 영향력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외교 분야에서 국회의 영향력을 제한하고 대통령에게 전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라며 "윤 대통령은 지금처럼 미국 일본과 더 가까워지는 외교적 접근 방식을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 비평가들은 검사 생활을 하며 만들어진 윤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이 미묘한 외교가 아닌 단순히 '동맹 아니면 적'의 세계관을 조성했다고 평가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이 신문에 "윤 대통령은 북한과 중국에 대한 입장을 완화하려다 마지막 지지 기반마저 잃게 될 위험을 감수할 여유가 없다"라고 분석했고,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윤 대통령의 외교 의제 추진이 적대적인 국회로 인해 좌절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외교, 트럼프 복귀 가능성도 고민"
영국 공영방송 BBC는 여당의 총선 패배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외교 방향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윤 대통령은 상당한 정치적 비용으로 치르면서 일본과의 역사 문제를 덮고 한미일 안보 관계를 강화했으나, 그가 올해 직면하게 될 가장 크고 예측하기 어려운 도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귀환 가능성"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첫 임기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손을 내밀고,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위협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어떤 방향을 선택하든 이를 바꾸도록 강요할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일본과의 화해를 통해 역사에 이름을 남기겠지만, 총선 패배로 권위가 약해지면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며 "한국 국민은 앞으로 더 심각한 의회 교착, 정치적 대립과 양극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AFP통신도 "윤 대통령은 강경한 대북 정책을 취하고 미국,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했으나 한국 유권자들은 사회적 불평등, 주택가격 상승, 청년 실업 등에 분노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총선 패배는 윤 대통령이 가장 큰 정치적 위기'라는 <조선일보>의 평가를 전하면서 "야당이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 200석을 확보하지는 못했으나, 윤 대통령은 여전히 불안한 위치에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야당과 협치할 길을 찾지 못한다면 여당 내 일부 계파는 자신들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 탄핵에 찬성할 가능성도 있다"라는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