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가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학생운동을 하고, 공장으로들어가 구로동맹파업을 조직하고 금속노조에서 사무처장을 역임한 뒤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1번으로 화려하게 정치무대에 입성한 과정을 보면 전형적인 진보정치 1세대 정치인이다.
심상정은 전형적인 진보정치이기도 하지만 같은 지역구를 3번이나 돌파하며 진보정당 내 4선 정치인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진보정치인이기도 하다.
총선 때마다 미리 불출마선언을 하거나 낙선한 뒤 정계은퇴를 하는 정치인들은 많다. 그래서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심상정이 많은 주목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심상정의 정계은퇴, '한사람'만의 퇴장은 아니다
"저는 지난 25년간 오로지 진보정치 한길에 생을 바쳐왔습니다.
국민의 삶과 동떨어진 정치를 바꾸기 위해 정치를 시작했고,
권력을 잡는 것보다 더 큰 꿈,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향해 매진해왔습니다.
극단적인 진영 대결 정치의 틈새에서
가치와 소신을 지키려는 저의 몸부림은 번번히 현실정치의 벽에 부딪쳤고
때로는 무모한 고집으로 비춰지기도 한 것 같습니다."
- 22대 총선 결과 관련 입장 표명 기자회견문 중
심상정의 정계은퇴는 수많은 다선정치인들의 선언과는 결이 다를 수밖에 없다. 4선 정치인 심상정 한사람의 퇴장이 아닌 1세대 진보정치의 퇴장을 보여주는 장면이기에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2004년, 화려하게 원내에 입성했던 민주노동당의 등장 이후, 20년 동안 투표지에 당연하게 존재해온 독자적인 진보정당 노선의 몰락을 체감하게 하는 한 장면이기도 하다.
심상정 본인도 1세대 진보정치의 퇴장을 직감한 듯이 회견문에서 진보정당의 지속가능성을 열어내지 못한 점을 후회한다고 밝히며 녹색정의당의 새롭고 젊은 리더들이 열어갈 미래정치를 따듯한 마음으로 성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진보정치의 세대교체 실패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준연동형비례대표가 되자 정의당은 1, 2번과 11, 12번을 청년할당으로 지정하고 당선권에 4명을 배치하였다. 당내의 반발이 컸지만 진보정치의 세대교체를 위한 과감한 선택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 선택은 외부로는 위성정당이 없을 것이라는 오판으로 당선권에는 2명 밖에 들어가지 못했고 내부로는 리더십 교체도 실패하고, 청년의원들의 행보에 대한 당내 갈등으로 인해 빛이 바랬다.
그러나 정의당의 몰락의 초점이 청년의원들에게만 집중된 경향이 있다. 분명 청년의원들이 잘못된 행보가 있었고, 자극적인 발언으로 미디어의 관심이 집중된 부분이 있다. 그러나 기초자치단체장을 역임하고 3번이나 원내대표를 역임하고, 당대표 선거에도 출마했으며 청년의원들과 같이 비례대표로 당선된 배진교 의원에 대한 비판은 크게 나오지 않았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에 참여하지 않는 독자적인 노선에 반발하며 원내대표를 사퇴해 당을 흔들고, 불출마 선언한 무책임한 결정에 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었다.
녹색정의당의 몰락은 청년의원들의 자극적인 행보에 많은 부분이 가려졌을 뿐 원내정치에 매몰되어 선거를 치르는 데만 급급해 다져야할 기반과 선명성을 잃고, 마지막에는 진보정치의 가치마저 옅어져버리며 존재이유를 잃어버린 진보정당의 몰락이었다.
녹색정의당만의 몰락이지, 진보정치의 몰락이 아니라도 말에 대하여
일부 진보언론들은 이번 총선결과에 대해 진보정치의 몰락이라고 표현한다. 좀 더 나아가 이제 원내에 진보정당이 없다고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에 대해 일각에선 녹색정의당만의 몰락이지 진보정치는 진보당을 비롯한 정당들이 이어가고 있다고 반론하기도 한다.
그렇다. 원내에 진보정당들은 존재한다. 그러나 자력으로 당선되어 제3지대를 굳건히 지켜왔던 독자적인 원내진보정당 계보는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이어가지 못했다고 보는게 맞다.
그렇기에 이제는 다음을 준비해야만 한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려 한다.